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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일본, 韓·日 관계 마지막 선 넘어선 안 된다

권영구 2013. 8. 16. 11:25

[사설] 일본, 韓·日 관계 마지막 선 넘어선 안 된다

 

입력 : 2013.08.16 03:02

박근혜 대통령은 15일 취임 후 첫 광복절 경축사에서 "진정한 의미의 광복과 건국은 한반도 평화를 이루고 통일을 이룰 때 완성된다"고 말했다. 박 대통령은 "정부는 정치적 상황과 무관하게 대북 인도적 지원을 계속해 나갈 것"이라면서 "시간이 걸리더라도 상식과 국제 규범이 통하는 남북 관계를 정립하겠다"고 했다. 대통령은 "다음 달 추석에 남북 이산가족 상봉이 이뤄지도록 하고, 비무장지대(DMZ)를 평화의 지대로 만들자"는 제안도 내놨다.

박 대통령은 이어 일본 문제를 언급, "과거를 직시하려는 용기와 상대방의 아픔을 배려하는 자세가 없으면 미래로 가는 신뢰를 쌓기 어렵다"며 "대다수 일본 국민은 한·일이 동북아 평화와 번영을 함께 만들어가기를 염원하고 있다. 일본 정치인들이 과거의 상처를 치유해 나가는 용기 있는 리더십을 보여주어야 한다"고 했다. 박 대통령의 대북(對北), 대(對)일본 메시지는 비정상(非正常)과 비상식을 바로잡고 신뢰를 쌓아가면서 미래를 향해 함께 나아가자는 내용이다.

지금의 일본은 '세계 제1'이라며 자신만만해하던 1970~80년대의 일본이 아니다. 안으로는 장기 불황과 고령화에서 벗어나려 안간힘을 쓰고 있고 밖으로는 중국의 부상(浮上)이라는 사태에 부딪혀 국가의 진로를 놓고 갑론을박을 벌이며 혼미 상태를 빚고 있다. 극단적으로 우경화(右傾化)하고, 군국주의적 침략 역사를 미화(美化)하는 세력이 이런 상황을 비집고 세(勢)를 키워나가고 있다. 그러나 일본 정치가들은 한·일 관계가 어느 한계를 넘어설 경우 원래 자리로 돌아올 복원력(復元力)을 상실하고 만다는 사실을 유념해야 한다. 그런 사태가 현실화한다면 그것은 한·일 양국의 불행에 그치지 않고 동북아를 다시 지뢰밭으로 만드는 것이나 한가지다.

아베 총리는 이날 '전국 전몰자 추도식'에서 역대 총리와 달리 일본이 과거 아시아 국가를 상대로 한 가해의 역사와 이에 대한 반성은 입에 올리지 않았다. 아베 정권의 현직 장관들은 전범(戰犯)을 합사한 야스쿠니 신사를 참배했다. 일본 정치가 여기서 벗어나지 못하면 일본은 동북아의 미래를 만들어가는 공동의 주역이 아니라 분란(紛亂)을 제공하는 나라의 길을 걷게 될 것이다.

지금 한·일 관계는 일본의 망언(妄言)과 한국 정부의 반박 성명과 항의가 오가고 있을 뿐 외교라 부를 만한 관계조차 없다. 의원 외교나 원로(元老) 간 대화도 사라졌다. 일본 정치가들은 역사의 무거움과 무서움을 직시해 이웃나라 국민을 격발시키는 말과 행동을 삼가야 한다. 그래야 동북아 3국이 다자간 정치·경제 협력을 논의할 자리가 마련될 수 있다.

우리 정부 역시 일본 정부와 정치인들의 잘못은 엄중히 지적하면서도 남북 관계, 동북아 평화 질서를 둘러싼 한·미·일·중의 틀에서 일본을 전략적 자원으로 보는 사고를 할 필요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