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우주인' 이소연의 결혼이 반갑지만은 않은 이유
입력 : 2013.08.10 03: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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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조영조 한국전자통신연구원 책임연구원·공학박사
한국 최초의 우주인 이소연 박사가 지난 8월 2일 미국 캘리포니아 롱비치에서 웨딩마치를 올렸다는 사실을 신문을 보고 알았다. 결혼 상대는 네 살 많은 재미 교포 안과 의사라고 한다. 개인적으로 볼 때 대단히 축하할 일이다. 그러나 2008년 러시아 소유즈 로켓을 타고 국제우주정거장에 10일간 머무른 한국 최초의 우주인으로서 우주과학의 '상징'이었던 이소연 박사였기에, MBA 과정을 밟기 위해 미국으로 넘어가 한국계 미국인과 결혼했다는 소식이 그리 반갑지만은 않았다.
이 박사는 KAIST에서 2008년 3월 박사 학위를 땄고 4월에 우주인으로서 활약한 후 한국항공우주연구원의 연구원으로 근무하면서 '한국형 우주인 프로그램' 개발에도 참여했다고 한다. 2010년 4월 동아 사이언스 인터뷰에서 "앞으로 가가린 센터나 바이코누르 기지를 찾게 된다면 후배 우주인에게 도움을 주고 우주 실험 장비를 다루는 것은 물론 그곳 관계자와 원활한 소통을 하도록 조율하는 제 미래의 모습을 기대하고 싶다"던 그녀였다.
그런데 1년 전부터 미국 UC버클리에서 MBA 과정을 밟고 있다가, 이제는 한국계이지만 미국인과 결혼하고 미국 시민권을 얻어 미국에서 사는 그녀의 미래 모습이 자꾸 상상되는 것은 비단 나뿐만은 아닐 것이다. 또한 혹시 공학 박사 학위를 받고 한창 과학기술 개발에 전념해야 할 시기에 비즈니스 과정에 들어가야만 했던 다른 이유가 있었나 하는 의구심이 드는 것은 '융합'을 이해하지 못하는 한 과학자의 노파심일까?
이번 이 박사의 결혼을 보면 한국의 상징적 과학자에 대한 국가 차원의 관리 육성 흔적이 느껴지지 않는다. 과학자가 MBA를 받는 것은 기술 개발에 직접 관여하지 않고 기술 정책이나 조직 관리를 주 업무로 할 때 의미가 있다. 그런데, 한국 최초 우주인으로서 1만8000 대 1의 경쟁률을 뚫었고 260여억원이라는 막대한 자금이 투자돼 과학 꿈나무들의 선망과 존경의 대상이 되었던 과학자가 겨우 5년이 지나서 미국에 MBA 과정을 밟으러 간 현실을 어떻게 생각해야 할까? 이것은 국가적 차원에서 바람직한 것인가?
우리나라의 국가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서는 정부가 과학기술 개발과 과학 인재 육성에 체계적이고 지속적인 관심과 투자를 기울이는 것이 무엇보다도 중요하다. 한국 최초 우주인으로 선발되었지만 마지막 순간에 후보 교체되었던 고산씨의 금년 5월 월간조선 인터뷰를 보면 우주과학 분야의 관심과 투자가 얼마나 일회성에 그치고 있는지 알 수 있다. 우주인을 왜 선발하는지, 나로호를 왜 쏘아야 하는지 등에 관한 체계적 목표와 계획 없이 과학기술 정책에 관심을 두었다고 하니, 이소연 박사도 이런 정책 연구를 위해 MBA를 선택했는지 모르겠다. 그러나 우주인 훈련의 실무적 부분을 더욱 연구하고 발전시키는 것이 우주인들의 역할이라고 볼 때 정책 연구는 다른 사람들에게 맡기는 것이 더욱 효과적일 것이다.
우리에게 체계적 과학 인재 육성책이 없다는 것은 안타까운 일이다. 제2 또는 제3의 우주인 육성 계획이 체계적으로 마련되어 있고 이 분야의 정부 투자도 일회성이 아니라 지속적으로 이루어졌다면 한국 최초의 우주인이 전문 분야를 바꾸어 MBA를 지망하고 미국에서 삶이 보장되는 길로 들어가지 않았으리라는 생각이다. 이소연 박사가 재미 교포와 결혼한 것과 무관하게 꿈꾸어 왔던 우주과학 분야에서 자신의 역할과 사명을 잊지 않고 우리나라 과학의 발전을 위해 더욱 힘써 주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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