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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격의 일본·기술의 중국… 역(逆)역샌드위치 상황 대비를"

권영구 2009. 10. 11. 16:39

[굿모닝 CEO] "가격의 일본·기술의 중국…

역(逆)역샌드위치 상황 대비를"

조환익 코트라 사장
"최근의 환율 하락으로 수출에 큰 영향 없을 것"

"우리나라가 자칫 방심했다가는 '역(逆)역샌드위치'의 덫에 빠질 수 있습니다."

조환익 코트라(KOTRA·대한무역투자진흥공사) 사장은 본지와의 인터뷰에서 "어느 순간 엔화 가치가 폭락하면 일본에 비해 가격 경쟁력에서 뒤지고, 막대한 외환보유고를 무기로 첨단 기술과 기업, 인재 사냥에 나서는 중국에게는 품질까지 뒤질 수 있다"고 말했다. 이른바 '역샌드위치론 전도사'로 불려온 그는 "역샌드위치 현상은 일시적인 것이므로 이에 안주하지 말고 이번 기회를 우리 수출 산업이 한 단계 올라설 수 있는 계기로 삼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역샌드위치론'이란 기술이 좋은 일본과 싼 가격을 앞세우는 중국 사이에 끼여 '샌드위치' 상황에 놓인 우리 제품이 최악의 불황 속에 오히려 '기술도 좋고 가격도 적절한 제품'으로 도약할 호기(好機)를 맞고 있다는 주장이다.

그는 '역역샌드위치' 함정을 벗어나기 위한 방안으로 두가지를 제시했다. 첫째는 부품·소재 수출.

"지난달 중순 일본 도요타 본사에서 진행한 우리 부품업체들의 전시상담회 때 일본 바이어가 우리 제품의 수준을 보며 놀라는 것을 봤는데 부품 수출은 불가능한 일이 아니라는 확신이 들었어요."

조 사장은 또 "더이상 트렌드(tre nd·경향)를 쫓아가기만 해서는 안 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우리 특유의 IT 기술을 자동차·조선업 등 다양한 영역과 결합시킨 '파생 제조상품'을 만들고 한류(韓流)·디자인 파워를 활용해 글로벌 시장의 트렌드를 주도해야 한다"고 말했다.

최근 환율 하락이 수출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 그는 다소 낙관적인 입장을 보였다.

"우리 제품의 세계 시장점유율이 올라가 기반을 다져놓은 상태인 데다 일본 엔화와 중국 위안화는 원화보다 더 강세여서 환율 하락이 곧바로 경쟁력 상실로 이어지지 않을 것입니다."

우리 제품의 수출 경쟁력 강화는 공격적인 마케팅과 꾸준한 R&D(연구·개발) 노력 덕이 크며, 환율 효과는 한 부분이므로 환율 하락을 너무 걱정할 필요는 없다는 진단이다.

"지난달 17일 '바이 코리아(Buy Korea)' 수출상담회에 참석한 캐나다 IT 유통 분야 2위 샘택의 로이슨 사장은 한국 상품에 대해 'Fast(빠르고), Focusing(집중력이 있고), Flexible(유연하며), Friendly(친절하고), Fun(재미있다)' 등 5개의 'F'가 있다고 호평했습니다."

조 사장은 "아직 수출이 작년 같은 기간 대비 마이너스 상태인데 올 4분기부터는 월별 기준으로 플러스 성장으로 돌아설 것"이라고 내다봤다.

산업자원부(현 지식경제부) 차관 출신인 조 사장은 최근 1년 동안 글로벌 금융위기가 우리에게 던진 메시지와 의미를 담아 '한국, 밖으로 뛰어야 산다'는 제목의 책을 최근 펴냈다.

그는 "내수를 키우는 것도 중요하지만 이번 세계경제 위기를 겪으면서 우리의 살길은 결국 밖에서 찾아야 한다는 사실이 한층 명확해졌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