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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생·40세라고 지원 거절 … 입대하면 공든 탑 물거품

권영구 2013. 10. 15. 09:56

 

대학생·40세라고 지원 거절 … 입대하면 공든 탑 물거품

[중앙일보] 입력 2013.10.15 01:33 / 수정 2013.10.15 09:12

창업 가로막는 3가지 절벽
40~50대는 정부 지원 사각지대
군 복무 때문에 경영권 매각까지

온라인 숙박중개업체 ‘코자자’를 운영 중인 조산구(50) 대표. 2011년 창업의 길로 나섰지만 생각지도 못한 난관에 부딪혔다. 일반인이 자기 집의 빈방을 인터넷에 등록해 여행자에게 제공한다는 아이디어, KT·LG유플러스에서 임원을 지낸 경력 등은 흠잡을 데 없었다.

 발목을 잡은 것은 다름 아닌 그의 나이였다. 그는 투자를 받기 위해 여러 창업 지원기관을 찾아다녔지만 “만 39세 이하만 가능하다”는 답변만 돌아왔다. 조 대표는 “왜 39세냐고 물었지만 ‘규정이 그렇다’는 대답만 하더라”며 “나이를 기준으로 나눌 것이 아니라 창업 의지와 아이템 경쟁력을 따져야 하는 것 아니냐”고 되물었다.

 실제로 조 대표처럼 40대를 넘어 창업에 나서는 중년층은 창업 육성의 ‘사각지대’에 갇혀 있다. 주요 지자체나 공기업이 운영하는 창업 지원기관 중 상당수는 만 39세까지만 창업 지원금을 제공하고 있어서다. 결국 조 대표는 정부 관련 기관이 아닌 민간 지원을 받아 창업에 나섰고, 지금은 한국판 ‘에어비앤비’(Airbnb)라는 호평을 받고 있다.

 창업을 하려 해도 한국의 현실은 이처럼 녹록지 않다. 창업자들은 제 궤도에 안착하기까지 수많은 ‘절벽’과 만나게 된다. 김학민 재료연구소 전문연구위원은 “기술과 아이디어의 사업화 과정을 견딜 만한 재정적·제도적 뒷받침이 끊기는 창업 ‘단절 구간’”이라며 “이런 절벽이 많다 보니 창의와 혁신을 시도하는 창업 정신이 피기도 전에 시들고 있다”고 설명했다.

 

  대학 학부과정은 첫 창업 절벽이다. 지난 5월 서울대에서 열린 ‘전국 대학 창업동아리 창업경진대회’. 창업 아이템과 아이디어·기술력을 겨루는 전국적인 행사였지만 대회에 참가한 10여 곳의 지방대 학생들은 단체로 근처 찜질방에서 눈을 붙여야 했다. 어떤 대학도 체류 경비나 숙소 편의를 지원하지 않다 보니 학생들은 자비를 털어 숙식을 해결했다.

 서울대기술지주를 이끌고 있는 홍국선 재료공학과 교수는 “이게 바로 학부생들이 처한 현실”이라고 꼬집었다. 그는 “정부가 롤 모델로 언급하는 마크 저커버그, 빌 게이츠, 래리 페이지 등은 모두 학부생 때 사업을 시작했는데, 대학생에게 기술과 돈을 지원하는 환경이 있기에 가능했다”면서 “하지만 한국의 창업 지원 정책은 반대로 대학생을 배제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남성 청년창업자라면 반드시 거치게 될 창업 절벽은 군대다. 전 세계 100여 개국에서 사용하는 정보기술(IT) 솔루션을 제작하는 벤처기업 대표 A씨(25). 그는 지난해까지 다니던 대학원을 그만두고 올해 다른 대학원에 다시 진학했다. 만 28세까지 입대 시기를 미루기 위해서다. A씨는 “병역을 피할 의도는 없다”면서 “다만 창업한 지 얼마 안 된 상황에서 내가 입대를 하면 회사가 한순간에 무너질 수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그러다 보니 20대 창업자들이 군 문제를 해결하지 못해 경영권을 매각하는 사례도 적지 않게 생겨난다.

 징병제 국가 가운데 군대를 창업으로 이어주는 고리로 활용하는 나라가 바로 이스라엘이다. 이스라엘 ‘탈피오트’에선 군 복무 기간 다양한 기술을 연구하고 제대 후 이를 활용해 창업에 나서곤 한다. 양세훈 생산기술연구원 수석연구원은 “탈피오트의 네트워크를 통해 멘토를 구하거나 투자를 유치한다”며 “한국 현실에 그대로 적용하긴 힘들지만, 벤치마킹할 부분이 많다”고 조언했다.

◆특별취재팀=심재우(영국 런던, 미국 팰로앨토)·손해용(중국 베이징·상하이)·조혜경(독일 베를린·드레스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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