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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목 슈퍼 '나들가게' 줄줄이 간판 내린다

권영구 2013. 10. 15. 10:16

 

골목 슈퍼 '나들가게' 줄줄이 간판 내린다

기업형 슈퍼 공세에 4년 새 788곳이나 문 닫아

 

경향신문 | 이호준 기자 | 입력 2013.10.14 22:38 | 수정 2013.10.14 23:30

 

정부가 골목 슈퍼마켓을 살리겠다며 수백억원의 예산을 지원한 나들가게들이 빠른 속도로 사라지고 있다. 기업형슈퍼마켓(SSM) 같은 대형유통업체의 공세와 소비 부진이 가장 큰 원인이지만, 간판 교체나 시설 지원 같은 '보여주기식' 지원 사업의 한계가 드러났다는 지적도 나온다.

14일 중소기업청이 국회 산업통상자원위원회 소속 새누리당 김한표 의원에게 제출한 자료를 보면 나들가게 사업이 시작된 2010년부터 지난 8월까지 문 닫은 나들가게는 모두 788개로 전체 점포의 7.8%에 달한다.

나들가게는 소규모 동네슈퍼 1만개의 시설 현대화와 경영능력 제고를 목표로 총 689억6300만원의 예산이 투입된 사업으로 지난 정부의 대표적인 골목상권 살리기 정책이다. 소형점포를 '나들가게'로 선정해 간판을 교체하고 실시간 재고관리 시스템(POS)을 도입해 경영능력과 쇼핑환경 개선을 지원하는 것이 주요 사업 내용이다.

그러나 사업 2년차인 2011년 206개가 문을 닫은 것을 시작으로 2012년 112곳이 추가로 문을 닫았고, 올해는 8월까지 무려 480곳이 무더기로 간판을 내렸다. 일반 슈퍼마켓 폐업률(통계청 기준 2009년 12.4%)과 비교하면 폐업률이 높지 않다는 게 정부의 주장이지만, 올해 들어서만 전체 점포 1만11개의 5%가 문을 닫았다는 점에서 상황은 더 나빠질 가능성이 크다. 실제로 지난해 소상공인지원센터가 실시한 나들가게 경영실태조사를 보면 나들가게 점주의 58.9%가 현재 영업상황이 "쇠퇴기에 있다"고 답했으며 "폐업 및 업종전환을 고려 중"이라는 응답도 6.9%나 됐다.

대형마트의 공세와 불황의 파고를 넘지 못한 불가피한 현실이라는 분석도 있지만, 물량 중심의 보여주기식 사업이 낳은 예견된 결과라는 목소리가 높다.

나들가게 개점 지원 집행실적을 보면 점포당 평균 지원금 653만원 중 간판 교체 및 상품 재배열, 재고관리 시스템 설치에 투입된 비용은 426만원으로 전체 지원금의 65%에 달한다. 반면 경영컨설팅 비용으로 잡힌 지원금은 절반 수준에 그친다. 경영능력 제고보다 '단장'에만 치중한 것이다.

김 의원은 "나들가게의 잇단 폐업은 효과가 뚜렷하지 않은 상황에서 실적을 쌓기 위해 무리한 점포수 늘리기를 했기 때문"이라며 "정확한 진단을 통해 사업을 내실화하고 기존 점포의 경쟁력 강화를 위한 지원 사업으로 전환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호준 기자 hjlee@kyunghya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