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글

<생활과 현장> 아날로그와 디지털의 만남

권영구 2005. 10. 19. 19:18
<국제신문 2005-10-18>
  
[생활과 현장] 아날로그와 디지털의 만남 /공복자

요즘엔 디지털 카메라에 메모리 카드 하나만 달랑 넣고도 수십 수백장의 사진을 찍을 수 있다. 또 이렇게 찍은 사진을 컴퓨터를 이용해 자신의 취향에 따라 마음대로 변화를 줄 수 있다. 사진을 인화하지도 않고도 인터넷에다 올려 다른 사람과 공유할 수 있다. 이렇게 진화를 거듭한 사진을 두고 아직도 사진관과 사진가만의 전유물이라고 생각하는 이들도 있다.

컴퓨터를 능숙하게 다루고 사진을 인터넷에 올리는 방법을 안다면 사이버 세상에서 다양한 사람과 접촉할 수도 있다. 이 때문에 사이버 세상의 홈페이지나 블로그를 통해 자신을 홍보할 수 있는 기회도 그만큼 늘어났다. 이런 추세에 따라 사진 작업에도 많은 변화가 생겼다. 그동안 아날로그 필름으로 초상화 등 인물사진을 주로 취급하던 사진관도 차츰 디지털화되고 있다. 색이 바랬거나 상한 사진을 복원하는 일은 컴퓨터 포토샵 작업으로 거뜬하게 해낸다. 더 나아가 한 사람만 찍힌 사진을 원하는 다른 사람과 합성도 가능하다. 두어달 쯤 전에 나이 드신 한 할머니가 젊어서 사별한 남편의 오래된 흑백사진을 사진관으로 갖고 와 합성을 부탁했다.

사진 속의 남편과 늙은 할머니를 합성하면 나이가 맞지 않아 모습에서 많은 차이를 보일 것이다. 하지만 할머니와 사진 속의 남편은 시간적으로 어울리지 못해도 영원한 부부였다.

할머니는 돌아가신 남편과 사진으로나마 같이 있고 싶어 하는 애틋한 마음을 간직하고 있었다. 그런 할머니의 마음은 지구촌에서 이혼율 순위 다툼을 벌이는 우리 나라에서만 볼 수 있는 또 다른 모습이다. 사진관에서 이렇게 사별한 남편과 떨어질 수 없는 진한 부부애를 보는 것만으로도 나는 한번씩 크게 감동을 받는다. 그런 모습을 보면 나는 우리나라야 말로 정말 부부애가 진한 나라라는 느낌을 받는다.

나이 지긋한 분들이 사진관에 주로 가져 와 부탁하는 사진은 옛날 가족사진이나 먼저 돌아가신 분들의 사진이다. 이런 사진을 합성해 달라거나 복원하기를 원한다. 가족사진을 찍을 때는 이미 고인이 되어 계시지 않지만 자신들의 마음에 영원히 지울 수 없는 분들이어서 합성이나 복원을 부탁하는 것이다.

오래된 인물사진의 복원이나 합성에서는 수정을 하는 것이 필수요소이다. 수정이 사진의 수준을 높이는 데 한 몫 톡톡히 해낸다. 좋은 사진, 예술적인 사진이라면 빛의 조화를 잘 이용하여 멋지게 촬영한 것이다. 이런 사진에 가하는 수정작업은 사진에 더 나은 가치를 부여하는 작업이다.

몇년 전에 작고하신 내가 아는 박 선생이라는 분은 부산의 사진 수정 대가이셨다. 그 분의 손길이 닿으면 사진의 인물은 움직이는 듯한 동공으로 한껏 생명력을 가지게 되었다. 세월에 따라 어느덧 손으로 하는 이런 수정작업보다는 포토샵으로 하는 수정작업과 합성 잘하는 사람이 사진을 잘하는 사람으로 뜨고 있다.

이젠 사진은 촬영만이 전부가 아니고 원래 사진에는 없던 사람도 마치 날개달린 새처럼 푸드득 날아서 이
 
사진에서 저 사진으로 이동하여 원하는 위치에 합성이 자유로워졌다. 이 작업을 얼마나 멋지게 잘하느냐에 따라 사진 전문가로 자리 잡는 시대로 변하고 있다. 암실에서 하던 사진 작업이 밖으로 나와 컴퓨터에서 이미지를 보면서 유연하게 작업하는게 지금의 현실이다. 사진은 네모난 카메라 파인더 속에 비치는 이미지가 사각으로 고정되지 않고 빛의 조화 속에 작가가 원하는 작품으로 탄생하는 것이다. 이제 컴퓨터에서 합성작업을 하면서 아날로그에서 디지털 시대로 예술사진, 역사에 남는 기록사진, 현장을 고발하는 고발사진으로 차츰 확대되고 있다. 사진기술의 발전은 컴퓨터가 발전됨에 따라 의학의 발전과 범죄수사에 필요한 몽타주까지 생활과 과학 예술 등의 분야에까지 그 외연을 넓히며 이제 떨어지려야 떨어질 수 없는 불가분의 관계에 놓여 있다. 이들 사진의 주인공은 대부분 사람이지만 사진에 찍힌 사람도 삶도 모두 아름다운 하나의 풍경인 것이다.

포토아티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