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밭 새벽편지(행복한 家)

[일상스토리]내가 초라하게 느껴진다면

권영구 2024. 9. 20. 11:47

 

 

 

 

우리 동네엔 유난히 강아지가 많다. 지금 살고 있는 오피스텔도 반려견을 허용하는 곳이고 주위 상점이나 음식점도 반려동물에 호의적인 편이다. 그래서 나갈 때마다 항상 산책하는 강아지를 볼 수 있다. 어찌나 귀여운 생명체인지.

 

어떤 강아지는 점프하듯 총총 걸어 다닌다.

어떤 강아지는 공처럼 동-그랗게 털을 깎았다.

포메라니안의 바짝 올라간 입꼬리가 사랑스럽고

프렌치 불독의 쭈글쭈글함은 봐도 봐도 귀엽다.

 

헤벌쭉한 표정으로 쳐다보다 아쉽게 고개를 돌릴 때마다 이런 생각을 한다.

 

강아지는 존재 자체로 사람들에게 기쁨을 주는구나.

특별한 것을 하지 않아도 그냥 지나가는 것만으로도 우리를 웃게 하는구나.

 

종종 유튜브나 인스타그램 쇼츠에 귀여운 아기들의 영상이 뜰 때가 있다. 세상 해맑은 얼굴로 통통한 볼을 움찔거리며 옹알거리는 모습을 보면 인류애가 치솟는다. 댓글을 보면 사람들 다 한 마음이다. 자기 뱃속으로 낳은 자식도 아닌데 사랑을 듬뿍 담은 멘트가 넘쳐흐른다. 아기가 서툴게 말하는 한마디 한마디에 위로를 받는다고 하는 사람도 있다.

 

맞다. 아기도 존재 자체만으로 사람들에게 행복이다. 위로다.

 

강아지와 아기뿐이랴. 한 자리에 우뚝 서서 사계절을 맞이하는 나무의 모습을 그저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나는 삶에 대한 의지로 충만해진다. 나도 저렇게 살아야지. 때로는 꽃피우고 열매를 맺고, 때로는 청량함을 뽐내고 조용히 비우기도 하면서.

 

여기까지 생각이 미치니 나만의 작은 결론을 내리게 된다.

 

어쩌면 나도,

우리도,

존재 자체로 누군가에게 위로가 될 수 있지 않을까.

 

강아지처럼, 아기처럼, 나무처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