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밭 새벽편지(행복한 家)

[문화생활정보]하기 싫은 일은 하지 않겠습니다

권영구 2024. 9. 5. 15:08

좋아하는 일을 직업으로 삼는다는 건 아마 평생의 화두일 겁니다. 안정적인 연봉을 받으면서 직장을 다니는 친구들 중 상당수가 '내가 진짜 좋아하는 일'을 아직도 찾고 있습니다. 학교 다닐 때 배운 직업은 분명히 '자아실현의 장'인데 현실은 전혀 그렇지 않으니까요. 친구들은 나를 만날 때마다 '너는 그래도 좋아하는 일을 직업으로 하고 있으니 행복하지 않느냐' 고 해서 진지하게 한번 생각해봤습니다. 무척 개인적인 이야기입니다. 다만 분명한 기준을 발견할 수는 있을 겁니다.

 

 

진짜 좋아하는 일이란 누가 시키지 않아도 알아서 하게 되는 일, 그 자체로 몰입이 즐거운 일입니다. 취향이나 호불호의 문제가 아닙니다. 못하면 괴로워지는 불안과 간절함, 경쟁 상대가 없어도 더 잘하고 싶은 승부욕이 생기는 일입니다. 동시에 남들보다 조금은 잘할 수 있는 일이어야 합니다. 가만히 살펴보면 다른 사람들은 좀 어려워하는데 나한테는 이상하게 쉽고 재미있는 분야나 일이 있습니다. 그런 걸 ‘재능’이라고 하는 것입니다.

 

나에게 글쓰기라는 건 이런 조건들을 자연스럽게 충족시키는 영역이었습니다. 하지만 직업으로 삼으려면 조건이 하나 더 필요했습니다. 바로 ‘돈’입니다. 그걸 팔아서 돈을 벌 수 있어야 합니다. 꿈과 현실의 영역은 돈이라는 교집합으로 끈끈하게 이어져 있습니다.

 

 

“싫어하는 일을 선택해도 실패할 수 있다. 그렇다면 좋아하는 일을 선택하는 게 낫지 않을까?"

 

두 번이나 골든 글로브 남우주연상을 수상한 짐 캐리는 이런 말을 했습니다. 맞는 말인 것 같습니다. 요즘은 좋아하는 일을 발견했고, 그걸 기반으로 직업을 선택해 프로페셔널이 되었으니 어떻게든 이것으로 승부를 봐야겠다는 결심을 종종 합니다. 다른 것들을 시도할 수는 있겠지요. 하지만 언제 어디서든 도돌이표를 만나게 될 것 같습니다. 퇴로 같은 건 그냥 없다 생각하고 더욱 매진해보려고 합니다. 언젠가는 멋진 장편소설 한 편을 쓸 수 있을까. 그런 꿈도 간직하고 있죠.

 

좋아하는 일을 발견한다는 건, 그걸 직업 삼아 삶을 일궈간 다는 건 행복과 안정을 약속하지 않습니다. 오히려 일단 출발은 했으니 물러설 수 없는 외줄타기에 가깝습니다. 퇴사와 창업 이후의 라이프스타일은 하루하루 도전과 버티기였죠. 하지만 퇴사 이전의 삶도 도전과 버티기였습니다.

 

 

우리 모두의 삶이 그렇지 않나요. 당신도 불안과 조바심, 외로움과 의심을 딛고 어떻게든 하루하루 열심히 살고 있지 않은가요. 그렇다면 그냥 삶의 속성 자체가 그런 거 아닐까요?

 

일단 여기까지는 알겠으니 하루하루 산책하듯 걸어보려고 합니다. 대체로 걷고 때로는 달리고 지치면 쉬면서 가볼 생각입니다. 아직 이렇다 할 성공을 거두지는 못했지만 포기하지도 않으려고 합니다. 참 좋아하는 일이니까요. 좋아하는 일에 퇴로 같은 건 존재하지 않으니까. 가장 어두운 순간에도 약간의 의지만은 남아 있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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