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느림의 미학

권영구 2007. 8. 16. 09:54

 
 
 
서소영의 아침 편지
 
 
 
 ♤느림의 미학♤ 

 '나태'가 아무것도 하지 않고 방치하는 게으른 상태라면
'느림'은 삶의 매순간을 구석구석 느끼기 위해, 속도를 
늦추는 '적극적 선택'이다 .- 피에르 쌍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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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리가 사는  세상은 시침이 아니라 초침의 아우성과 
같습니다. 잠시 방심이라도 할라치면 정신없이 울려대는 
핸드폰 소리, TV를 끄지 못하게 만드는 수십개의 채널들,
초단위로 올라오는 엄청난 인터넷 정보들, 지하철을 내려 
택시에 옮겨 타고도 에스컬레이터에서도 뛰는 우리들.
이런 빠름 속에서 우리는 많은 것을 얻는 게 아니라
잃게 되는 모순 속에 살고 있습니다.
 느림과 기억 사이, 빠름과 망각 사이에는 어떤 관계가 
있을까요?  
어느 날 거리를 걷다가 뭔가(?)를  회상하고자 하는데 
기억이 나지 않을 때는 대부분 발걸음을 늦추지만, 
자신이 방금 겪은 끔찍한 일을 잊어버리고자 할 때는, 
자신도 모르게 발걸음이 빨라집니다.
 결국 느림의 정도는 기억의 강도에 정비례하고
빠름의 정도는 망각의 정도에 정비레한다고
'밀란 쿤데라'는 역설하였습니다.
 '느림'은 우리에게 삶의 방향을 잃지 않도록
생각 좀 하고 살라는 메세지가 담겨 있습니다.
늘 속도에 취해 사는 우리들에게 느림의 미학은
인생의 진정한 하이라이트처럼 느껴집니다.
그러나, 나는 오늘도 사무실에 나와 가을호 원고와 
씨름하고 있습니다. 한장 한장 원고지 넘기는 빠른 
손놀림, 오타나 탈자를 거침없이 찾아내고, 점심도 
일주일 내내 사무실에서 시켜 먹는, 말 그대로 시간
과의 전쟁을 벌이고 있습니다.
'빨리빨리' 한국병이 나라를 부강하게 한 반면에
질서와 원칙을 무너뜨리는 엘레베이터 인간을 양산하고
한 계단 한 계단 순서대로 천천히 걷는 사람들을
시대에 떨어진 사람이라고 얕보지는 안 했는지요?
목요일 입니다.
언제나 평온하시고, 건강하시기를 빕니다.
서소영 드림>
(국보문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