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일본은 왜곡하고 한국은 알려고 하지 않는 '關東대학살'
입력 : 2013.08.31 03:03
꼭 90년 전인 1923년 9월 1일 일본 간토(關東) 지방에 진도 7.9의 대지진이 일어났다. 도쿄 요코하마 지바 일대 57만 가옥이 불탔고 사망자와 행방불명자가 14만 명에 이르렀다. 일본 정부는 흉흉한 민심이 어디로 튈지 몰라 불안해하던 재일 조선인들을 희생양으로 삼았다. 군대와 경찰이 나서서 "조선인들이 폭동을 일으켰다" "조선인들이 우물에 독약을 넣었다"고 근거 없는 유언비어를 퍼뜨리며 군중을 선동하고 직접 한국인들을 죽이기도 했다. 흥분한 군중은 자경단(自警團)을 만들어 칼과 죽봉(竹棒)을 들고 거리를 누비며 한국인이라면 닥치는 대로 학살했다.
이렇게 해서 죄없이 죽어간 한국인들이 6600여명에 이른다. 일본 정부와 지역 유지, 군 간부들은 지진으로 불안해하는 주민들을 무마하기 위해 민중(民衆)의 광기(狂氣)가 외부로 향하도록 부채질했다. 이들이 던진 불씨는 주민들의 마음속에 쌓인 식민지 조선인에 대한 멸시와 증오에 겹쳐져 대학살을 불러왔다.
간토대학살은 국가가 나서서 군중을 선동해 자행한 이민족 대학살이란 점에서 나치의 유대인 학살과 닮은꼴이다. 그러나 우리는 나치의 유대인 학살에 대해서는 아는 것도 많고 듣기도 자주 듣지만 일본의 조선인 대학살에 대해선 모르는 사람이 많다. 현행 한국사 고교 교과서 6종 가운데 간토대학살을 본문에서 기술하고 있는 책은 2종뿐이다.
일본은 일관되게 간토대학살을 덮고 사실을 비틀어 거짓말을 만들어 왔다. 요코하마 교육위원회는 최근 중학 교과서 '요코하마 알기'에서 간토대지진 당시 조선인 학살에 일본 군과 경찰이 관여했다는 내용을 삭제했다. 애초 교과서에는 "군대와 경찰 등이 조선인을 박해하고 학살했다"고 기술돼 있었다. 7종의 일본 중학교 역사교과서 가운데 간토대지진과 관련한 서술에서 '학살'이란 표현을 쓴 교과서는 하나다. 몇몇 시민 단체가 나서서 조선인들을 위한 위령탑을 세우고 추모행사를 열거나 학살에 관한 증언을 모은 자료집을 냈을 뿐이다.
우리 정부는 간토대학살 때 희생된 조선인들에 대한 조사를 한 번도 한 적이 없다. 일본 정부에 간토대학살과 관련한 진상 규명과 사죄를 요구한 적도 없다. 일본은 간토대학살 당시 조선인 희생자는 공식 통계로 231명이라는 거짓말을 아직도 고치지 않고 있다. 잘못된 역사를 정직하게 돌아보는 걸 두려워하는 일본의 의도적인 역사 왜곡이, 극우세력이 판을 치게 하며 일본을 다시 전쟁할 수 있는 나라로 몰아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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