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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이석기 의원, 내란 혐의 공개 뒤 하루 동안 뭐 했나

권영구 2013. 8. 30. 15:32

[사설] 이석기 의원, 내란 혐의 공개 뒤 하루 동안 뭐 했나

 

입력 : 2013.08.30 03:03

통합진보당 이석기 의원은 29일 아침에야 공개 석상에 나타났다. 국정원이 내란(內亂) 음모 혐의로 자신에 대한 압수 수색을 시작한 지 만 하루가 지난 뒤였다. 그렇게 나타난 그는 "(혐의 사실은) 국정원의 상상력에서 나온 소설"이라고 했다.

이 의원은 주사파 계열의 '경기동부연합' 출신들이 주축인 지하 '혁명조직(RO)'을 만들어 '북한이 남침할 경우 통신시설과 유류시설 등을 타격하기 위해 총기 등을 준비해 두라'는 식의 지시 등을 한 혐의로 사전구속영장이 청구됐다. 이 혐의 내용은 민주당조차 '충격적'이라고 말할 정도다. 만약 혐의가 사실이 아니라면 누구든 즉각 격렬하게 반발하며 억울함을 호소하는 것이 당연하다. 그런데 이 의원은 그러지 않고 먼저 종적을 감췄다.

이 의원은 이날도 자신의 혐의 사실에 대해선 뚜렷한 해명을 하지 않았다. 국회에서 열린 당 회의 시작 전 일방적으로 '국정원의 모략'을 주장한 뒤 의원회관까지 가는 길거리에서 기자들의 쏟아지는 질문에 같은 말을 되풀이했을 뿐이다. 기자들이 "왜 국민이 궁금해하는 게 많은데 질문을 받지 않느냐"고 항의하는 일까지 벌어졌다.

이 의원은 국정원 수사가 "기가 막힌다"고 했다. 그러나 국민은 그의 집 벽에 김일성의 좌우명으로 북한 헌법에도 명시돼 있는 '이민위천(以民爲天)' 액자가 걸려 있었고, 1억4000만원이라는 현금이 그의 집 신발장에서 발견됐다는 압수 수색 결과에 기막혀하고 있다. 총기를 동원해 국가 기간시설 타격을 모의한 혐의를 받는 사람이 현역 국회의원이란 사실에 경악하고, 그런 사람이 하루 동안 잠적했다는 사실에 어이없어하고 있다.

지금 이 의원에 대해 'RO 모임에서 북한 군가인 적기가(赤旗歌)가 불렸다' '국내 인터넷망 해외 연결 관문인 KT 서울 혜화전화국과, 수도권에 석유·가스를 공급하는 경기 평택물류기지를 타격하려 했다'는 등의 구체적 내용이 보도되고 있다. 이 의원은 이 모든 의혹에 대해 즉시 낱낱이 해명해야 한다. 그러지 않으면 또다시 '용공(容共) 조작'이라는 정치공세로 물타기할 시간을 벌려는 것으로 볼 수밖에 없다. 종북 세력은 과거 민혁당, 일심회, 왕재산 간첩 사건 때도 국정원의 용공 조작이라며 심지어 국정원 정문 앞까지 몰려가 시위를 벌였다. 이 사건들은 법원에서 명백한 간첩 사건이라는 판결을 받았다.

예상대로 벌써 한국진보연대 등 20여개 좌파 단체가 모여 '국정원 내란 음모 조작과 공안탄압 규탄 대책위'를 만들고 나왔다. 대부분 평소 '한·미 동맹 파기' '주한미군 철수' '국보법 폐지'를 주장하며 북한 편을 들어왔던 사람들이다. 이들이 앞으로 무슨 시위를 벌이고 무슨 주장을 할지는 물어볼 필요도 없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