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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정무역 커피’ 씁쓸한 뒷맛

권영구 2011. 8. 29. 09:54

 

‘공정무역 커피’ 씁쓸한 뒷맛

업체, 원두만 팔거나 극히 소량 사용하면서 ‘과장 마케팅’

경향신문 | 임아영 기자 | 입력 2011.08.29 00:13 |

 

 

 

대학생 박지연씨(22)는 지난달 "스타벅스가 공정무역에 앞장서고 있다"는 스타벅스코리아 광고를 보고 매장에 가서 공정무역 커피를 주문했다. 점원은 "매장에서 공정무역 커피 원두로 커피를 만들어 파는 게 아니라, 원두 자체를 파는 것"이라며 포장된 원두를 가리켰다. 박씨는 "속은 듯한 느낌이 들었다"고 말했다.

일부 커피업체들이 공정무역 커피를 판다고 홍보하고 있지만, 실제로 살 수 있는 공정무역 커피는 일부일 뿐이다.

지난 5월 출시된 롯데칠성의 '칸타타 베스트 컬렉션'은 "공정무역을 통한 최고급 원두 100%"라고 광고했다. 출시 당시 보도자료에는 '캔커피로서는 국내 최초로 세계공정무역인증기구 인증 공정무역 원두 100%를 사용했다'는 내용이 담겼다. 그러나 이 캔에는 이 기구의 로고가 붙어 있지 않다.

세계공정무역인증기구는 2002년부터 공정무역의 조건을 충족한 제품에 대해 인증 로고를 붙여준다. 생산자의 일자리 기회를 창출하고, 생산자에게 정당한 가격을 보장하고, 어린이 노동으로 수확한 원료를 쓰지 않는다는 등의 원칙을 지켜야 인증을 받을 수 있다.

롯데칠성 관계자는 "라이선스 업무가 번거로운 부분이 있어 (인증)받지 않았다. 하지만 공정무역 원두를 사용한 것은 맞다"고 말했다.

다국적기업 스타벅스는 공정무역에 앞장서는 것으로 알려져 있지만, 신세계가 운영하는 스타벅스코리아는 매장에서 공정무역 원두로 만든 커피를 팔지 않는다. 원두 자체만 팔거나, 매년 공정무역의 달(10월)에 '오늘의 커피'로 공정무역 인증 원두인 '카페 에스티마 블렌드'를 파는 수준이다.

반면 영국의 스타벅스는 우유가 들어간 커피 메뉴 전부에 공정무역 원두를 사용하고 있다. 스타벅스코리아 관계자는 "에스티마 블렌드가 세계적으로 소량이어서 일정 기간에만 제공한다"며 "세계공정무역인증기구 인증은 아니지만 제3자 인증 방식으로 국제 시세보다 높은 가격에 원두를 사들여 쓰고 있다"고 밝혔다.

지난 6월 서울 강남에 문을 연 CJ푸드빌의 '투썸커피'도 "국내 최초로 100% 공정무역 커피만 판매한다"고 광고했지만 드립커피는 대상에서 빠져 있다. 국내 봉지커피 시장의 77%를 차지하는 동서식품 '커피믹스'나 토종 커피체인점 카페베네는 공정무역 커피를 전혀 사용하지 않는다.

아름다운가게 공정사업무역부 엄소희 간사는 "실질적 참여는 낮으면서도 공정무역이라는 이름으로 광고하는 기업들을 보면, 공정무역을 마케팅 수단으로 보는 기업의 이면이 드러난다"고 말했다.

 


▲ 공정무역

가난한 제3국 노동자들에게 실질적 도움을 주기 위해 1988년 네덜란드에서 시작됐다. 친환경적으로 제작한 제품을 제값 주고 사는 방식이다. 어린이 노동력을 착취해 만든 제품은 거래하지 않는다. 커피는 공정무역 품목 중 석유에 이어 두 번째로 교역량이 많다.

< 임아영 기자 layknt@kyunghyang.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