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이 자국 내 수입 품목에 덤핑 마진을 높게 계산해 수출업체에 불리하게 작용됐던 제로잉(zeroing) 제도를 드디어 개선키로 했다. 철강 등 주요 수출 품목의 대(對)미 비중이 높은 우리 기업으로서는 과다한 덤핑 마진에 따른 관세 부담이 줄어드는 것은 물론 덤핑 피소 관련 비용도 감소할 전망이다.
◇불공정 관행 누차 지적에 美 ‘폐지’ 가닥=26일 외교통상부 등에 따르면 미 상무부는 지난해 말 연방정부 공보에 세계무역기구(WTO)로부터 불공정 관행으로 판정받아 온 제로잉 관행을 손본다는 내용의 수정안을 고시했다. WTO 회원국 중 미국만 시행해 온 이 관행은 덤핑 마진이 과다하게 계산돼 불공정하다며 한국, 유럽연합(EU), 일본 등 각국이 수차례 WTO를 통해 문제를 제기해 불공정 관행으로 확정됐음에도 미국이 계속 유지해 왔다.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협상 과정에서도 제로잉 철폐 등의 내용을 협정문에 포함시켜야 한다는 요구가 높았지만 실현되지 못했다.
이번에 미 상무부가 고시한 수정안은 제로잉 방식으로 부과된 덤핑 관세를 낮추거나 덤핑 규제에 대해 재심이 이뤄질 때 제로잉을 철폐한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제로잉으로 인해 덤핑 마진이 커지면 관세율이 높아져 수출기업에 불리해진다.
이는 기업대표단의 검토를 거쳐 최종 방안으로 확정된다. 통상교섭본부 관계자는 “현재 상무부에서 추진하는 것은 재심 시 제로잉은 폐지한다는 것”이라면서 “절차가 남아 있지만 상반기 중으로는 정리가 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연 1조원 상당 수출에 긍정적 효과=한국무역협회에 따르면 현재 미국으로부터 덤핑 규제를 받고 있는 품목의 대미 수출액은 지난해 기준(11월까지) 연 6억237만 달러다. 덤핑 규제를 받을 경우 규제 일몰시한까지 수출량을 줄이거나 중단하는 경우가 많다는 점을 감안하면 제로잉 폐지 시 수출 규모는 더 커질 수 있다. 통상교섭본부에 따르면 제로잉 방식으로 반덤핑 관세를 부과받은 포스코의 스테인리스 박판의 경우 제로잉이 철폐되면 현재 2.49%에서 -0.75%로 덤핑마진율이 떨어진다. 다이아몬드 절삭공구의 경우 현재 11.2%의 반덤핑 관세가 부과되고 있지만 제로잉이 철폐되면 실질관세율은 0%가 될 전망이다. 무엇보다 한번 반덤핑 제소를 받았을 경우 이의를 제기해 승소하는 과정까지 들어가는 시간과 비용이 현저히 줄어들 수 있다. 무역협회가 2007년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반덤핑 규제에 따른 조치 대응 비용으로 건별 기업당 평균 1억원 이상이 소요된 것으로 조사됐다. 무역협회 관계자는 “포스코처럼 큰 회사는 여러 방식으로 제소하고 재심이라도 받지만, 중소업체들은 엄두를 내기 힘들다”면서 “제로잉이 재심에서라도 철폐되면 업체들로서는 한결 수월해지는 것”이라고 말했다. 일반적으로 무역 규제는 5년을 시한으로 일몰하는 것이 원칙이지만, 재심을 통해 이를 다시 연장할 수 있다. 현재까지 미국은 재심에도 제로잉 방식을 적용해 왔다.
◇Key Word : 제로잉
덤핑 조사대상 물품의 수출가격이 수출하는 국가의 내수가격보다 낮은 경우 그 차이를 근거로 정상적인 덤핑 마진(내수가격-수출가격)을 계산하지만, 내수보다 수출가격이 높은 경우 ‘마이너스(-)’로 하지 않고 ‘제로(0)’로 계산하는 방법으로 세계에서 미국만 유일하게 채택하고 있다. 이렇게 되면 수출기업의 마진이 과다하게 높게 계산된다. 일종의 보복 조치라는 의견이 많다.
조민영 기자 mymi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