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리야 축구하자!] 완벽한 축구공을 찾아서
자연이 만든 안정된 구조지만 이음매 불규칙성 '골칫거리'
남아공선 '자블라니' 사용
'축구공' 하면 대부분의 사람이 떠올리는 이미지가 있다. 흰 바탕에 검은 오각형 모양이 찍혀 있는 듯 보이는 이른바 '점박이 축구공'이다. 이 점박이 축구공의 공식 명칭은 '텔스타'이다. 1970년 멕시코월드컵에서 FIFA(국제축구연맹)가 처음 선보인 월드컵 공인구이다.흰색 정육각형 가죽 20조각과 검은 정오각형 가죽 12조각으로 만들어진 텔스타는 사람이 인위적으로 만들 수 있는 가장 구형(球形)에 가까운 모양이라고 평가됐던 축구공이다.
하지만 2006년 독일월드컵부터 텔스타는 도전을 받았다. 월드컵 공인구 제조업체 아디다스가 이 대회에서 14개 가죽 조각으로 만들어진 '팀 가이스트'를 선보였다. 이어 아디다스는 남아공월드컵에선 단 8조각의 폴리우레탄 조각으로 이루어진 '자블라니'를 내놓으면서 텔스타를 뛰어넘는 미래형 축구공이 만들어지고 있다고 발표했다.
■버키 볼과 텔스타
탄소 원자 60개가 고온, 고압에서도 버티기 위해 자연적으로 모였다는 버키 볼의 구조가 밝혀진 것은 1991년이었다. X선 및 적외선 측정결과 버키 볼에 대한 구조가 밝혀지자, 축구계와 과학계는 동시에 탄성을 내질렀다. 60개의 탄소 원자가 이룬 모양이 정육각형 20면과 정오각형 12면이 60개의 꼭짓점을 이루는 텔스타의 구조와 똑같았기 때문이다.
- ▲ 남아공 루스텐버그에 설치된 축구공 모양의 구조물. 정오각형과 정육각형의 조합인 이 축구공은 10억분의 1m 크기인 탄소 원자 덩어리와 똑같은 구조를 갖고 있다. /AP연합뉴스
그러나 텔스타의 문제는 가죽의 이음매에서 생겨나는 불규칙성이었다. 이론적으로는 텔스타의 뾰족한 꼭짓점을 잘라내는 과정을 계속해서 반복한다면 언젠가는 완벽한 구형도 만들어질 수 있지만, 이는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 축구공 하나에 너무 많은 가죽 조각이 필요하면 비용증가 등 또 다른 문제가 생기기 때문이다.
■팀가이스트와 자블라니의 도전
2006년 독일월드컵에서부터 가죽의 이음매를 줄이고 완벽한 구형을 지향하는 축구공의 도전이 시작됐다. 그 결과 2006년 공인구 팀가이스트는 14개, 2010년 월드컵 공인구 자블라니는 8개의 가죽 조각으로 만들어졌다.
특히 자블라니는 임의로 공의 10개 지점을 찍어 원 둘레를 측정하는 제조사 아디다스의 실험에서, 공의 기준 둘레 69.0㎝(FIFA 기준은 68.5~69.5㎝)에서 오차범위가 0.2㎝를 넘지 않을 정도로 정밀하게 만들어졌다고 한다. 축구공이 완벽한 구형에 가까울수록 볼 컨트롤과 슈팅·패스가 정확해진다는 것이 아디다스의 주장이다.
이에 대해 일부 유명 축구공 제조사들은 지금도 32개의 가죽조각이 필요한 텔스타의 구조를 고집한다. 공을 둘러싸는 가죽 조각이 적을수록 이음매에서 파생하는 불규칙성이 줄어드는 것은 사실이지만, 가죽을 이어붙이는 기술이 좀 더 발달하면 텔스타만큼 완전한 모양의 축구공은 없다는 믿음 때문이다.
남아공월드컵을 계기로 '완벽한 축구공의 구조'를 둘러싼 논쟁은 더욱 치열해질 전망이다. 그 첫 번째 논쟁은 '자연을 닮은 완전한 구조의 텔스타냐, 이음매를 파격적으로 줄인 자블라니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