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몇 년간 지속적으로 성장을 거듭했던 회사가 있다.
매출도 몇 배로 오르고 이익도 많이 냈다. 하지만
속내를 들어다보니 앞날을 낙관할 수많은 없는 문제점이
도사리고 있었다. 뭐니뭐니해도 가장 큰 문제는
계속된 과로로 인한 구성원들의 탈진이었다.
그 회사는 절대업무량은 많고 늘 납기일에 쫓기다보니
추석이며 설, 심지어 여름휴가까지 반납하고
매일 아침 8시부터 밤11시까지 근무하곤 했다.
그것도 직원들에게 미안해하는 것이 아니라 거의
당연하게 여기는 분위기였다. 입사한지 10년이 넘는
과장 몇 사람과 점심을 먹는데, 모두들 지칠 대로 지쳐서
앓는 소리를 했다.
일은 많고, 시간은 부족해서 직원들이 힘들어 할 때
경영자는 흔히 이런 약속을 하며 독려한다.
“이번 프로젝트만 끝나면 수월해질 거야. 이번만 잘 넘기면
두둑히 성과급을 챙겨주지. 일 끝나면 회식도 근사하게 하자고.”
하지만 세상사가 다 그렇듯 산 넘으면 또 산이 나타나고,
큰 프로젝트가 끝나면 또다른 프로젝트가 기다렸다는 듯이
그 뒤를 쫓아오게 마련이다.
실제로 등산을 할 때 산 넘어 또 산이 나온다면, 우리는
어떤 행동을 취할까? 한 고개 넘고, 두 고개 넘어서
숨이 차오르면 잠깐 산 아래를 내려다보며 쉬어 가는 것.
그 방법 말고는 다른 방법이 없다. 설사 쉬지 않고 계속
오르면 산해진미를 맛보게 해준다 해도 그건 별로 중요하지 않다.
이 봉우리만 넘으면 평탄한 길이 나올 거라는 격려도
자꾸만 속다 보면 믿지 않게 된다. 게다가 기대가 꺾이면
지치는 속도만 더 빨라질 뿐이다. 결국 되풀이해서
내 앞을 막아서는 봉우리를 그나마 포기하지 않고 넘는
방법은 틈틈히 휴식을 취하는 길밖에 없다.
마라톤도 마찬가지다. 유능한 감독은 초보자들을
지도할 때 달리는 일 못지 않게 규칙적인 휴식을 강조한다.
달리기 전후에 적당한 휴식을 취하지 않으면,
장거리를 뛸 수 없을 뿐만 아니라 부상 위험까지
감수해야 하기 때문이다.
직장 생활은 높은 산이자, 험난한 마라톤 코스다.
달리기나 등산은 힘에 부치면 속도를 늦추거나
혼자 남아 잠시 쉴 수 있다. 하지만 생계가 달려 있는
직장 생활은 자의적으로 휴식시간을 갖기가 힘들다.
따라서 직원들에게 조직은 마라톤보다, 등산보다 더 넘기
힘든 고개인 것이다.
직원들의 고단한 삶도 삶이지만 경영자들의 삶도
질적인 면에서는 덜할 게 없다. 우선 경영자 스스로
휴식을 모르고 지내는 걸 당연시 하면서 살아가고 있다.
새벽부터 밤늦게까지, 국내에서 해외까지, 그야말로
동에 번쩍 서에 번쩍, 정신 없이 달리는 것을 유능한
경영자의 표상이라고 여기는 이들이 너무나 많다.
경영자 스스로 휴식의 가치를 모르고 있으니, 직원들의
고단함을 이해할 리 없다. 여기저기서 신음 소리가 나고,
생산성이 현저히 떨어져도 그 원인을 찾지 못한다.
물론 할 일이 태산처럼 쌓였는데 과감히 일손을 놓게 하는
일이 쉽지는 않을 것이다. 한 사람이라도 더, 일더미를
앞으로 내몰고 싶은 심정도 이해는 간다. 하지만
일꾼의 숫자만 많다고 해서 일처리가 빨라지는가?
그렇지 않다. 숫자가 많으면 많을수록 지치고 피곤한
일꾼들의 숨을 곳도 많아지게 마련이다. 당장은 안심이
될 지 모르지만 경쟁력의 실상은 굳이 확인해보지 않아도
알 수 있다. 미리미리 적당한 휴식을 취하는 것, 그것은
더디가는 듯해도 결국은 가장 빨리 가는 길이다.
믿지 못하겠거든, 관리자 혹은 경영자인 당신부터 먼저
모든 일을 잊어버리고 휴가를 떠나보라. 돌아온 뒤,
인생을 보는 눈이 확 달라져 있다는 것을 느낄 수 있을 것이다.
우리들은 종종 휴식의 위력을 과소평가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하지만 피로가 쌓인 상태에서는 아무리 업무 시간이
많다 해도 성과가 제대로 나오지 않게 마련입니다.
다만 경영자를 비롯한 직원들은 그런 사실을 오해하거나
혹은 알면서도 차마 회사 분위기상 실천을 하지 못해 피로의
누적으로 인해 생겨나는 악순환을 거듭하고 있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제부터라도 당당하게 쉬고, 또 그러한 휴식을 통해 보다
훌륭한 성과를 창출해 내도록 하는, 즉 모두에게 이롭게
작용하는 회사 분위기를 조금씩 형성해 나가 봅시다.
(휴넷/문경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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