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밭 새벽편지(행복한 家)

[문화생활정보]마지막 출근길에 두고 간 진심

권영구 2026. 6. 16. 12:02

정년 퇴임을 앞둔 한 교장 선생님이 있었습니다. 교단을 떠나는 마지막 길목에서도 선생님은 아이들을 위해 할 수 있는 일이 없을까 생각했죠. 선생님은 화려한 행사도, 크게 소식을 알리는 자리도 없이 학교에 아이들을 위한 발전기금을 남겼습니다. 오랜 시간 몸담았던 학교에 마지막 인사를 건네듯, 조용히 내어놓은 손길이었죠.

 

 

조천중학교의 문혜정 교장 선생님은 지난 2월, 정년 퇴임을 앞두고 학교에 마음이 담긴 발전기금을 전달했습니다. 평생을 바친 교직 생활을 기부로 마무리한 셈입니다. 그는 학교와 지역사회로부터 받은 사랑에 대한 감사의 뜻이라 말하며, 퇴임 이후에도 제자들이 지역을 넘어 세계로 나아가는 길에 작은 디딤돌이 되고 싶다고 밝혔습니다. 그 말 속에는 교단을 떠나도 끝나지 않는 책임과 애정이 담겨 있었습니다.

 

교사의 시간은 단순히 수업 시수로 계산될 수 없지요. 한 아이의 눈빛을 읽고, 흔들리는 마음을 붙잡아 주고, 길을 찾지 못해 서성이는 순간들을 함께 하며 비로소 교직이 됩니다. 수많은 졸업생들이 교정을 떠나 각자의 자리에서 살아가고 있을 때, 교사는 여전히 그들의 뒷모습을 기억합니다. 교실은 비어도 스승의 마음 한편에는 늘 아이들의 이름이 남아 있습니다.

 

문 교장의 따뜻한 마음이 담긴 발전기금은 학생들의 국제교류 활동을 지원하는 데 쓰일 예정이라고 합니다. 낯선 나라의 언어를 배우고, 다른 문화 속 사람들과 마주 앉아 이야기를 나누는 경험은 한 학생의 세계를 넓혀 줄 것입니다. 선생님이 남긴 마지막 선물은 작은 섬에서 시작된 꿈이 바다를 건너 더 큰 무대로 향할 수 있도록, 그 첫걸음에 힘을 보태는 선택이었습니다. 금전적 지원을 넘어 한 사람의 가능성을 믿어주는 마음의 표현이기도 하죠.

 

 

‘정년’은 어쩌면 끝이 아니라 전환의 시점일지도 모릅니다. 교단에서는 내려오지만, 제자들의 삶에서는 여전히 한 줄기 빛으로 남습니다. 이름을 크게 드러내지 않은 기부는 그래서 더 깊은 울림을 줍니다. 남기고 떠나는 사람이 아니라, 놓아주고 물러서는 사람의 모습이기 때문입니다.

 

학교 관계자는 학생 한 명 한 명을 자식처럼 아꼈던 따뜻한 마음이 담긴 선물이라고 전했습니다. 그 표현이 과장이 아니라는 사실은, 아마도 오랜 시간 교정을 함께한 이들이 가장 잘 알고 있을 것입니다. 아이들의 성장을 기다려 주는 일, 실패를 꾸짖기보다 다시 일어설 힘을 길러 주는 일, 그것이야말로 교장이자 교사로서 걸어온 길이었을 테니까요.

 

누군가는 퇴임을 자신의 시간을 정리하는 순간으로 여깁니다. 그러나 누군가는 그 시간을 또 다른 시작을 위한 씨앗으로 남깁니다. 제자들이 더 넓은 세상으로 나아가길 바라는 마음, 그 길에 작은 디딤돌 하나라도 보태고 싶다는 소망은 오랜 세월 교단에 서 있던 사람만이 할 수 있는 고백처럼 느껴집니다.

 

 

교육은 건물을 세우는 일이 아니라 사람을 세우는 일이라고 합니다. 그리고 사람을 세우는 일은 긴 시간을 필요로 합니다. 그 시간의 끝에서 다시 미래를 향한 발판을 놓아준 선택은, 말보다 더 큰 가르침이 됩니다. 아이들은 훗날 자신들이 밟고 선 그 디딤돌이 누군가의 사랑이었다는 사실을 알게 될지도 모릅니다. 교단을 떠나는 발걸음 뒤로, 사실을 알게 될지도 모릅니다.

 

교단을 떠나는 발걸음 뒤로, 또 다른 길이 열리고 있습니다. 그 길 위에서 제자들은 세계를 향해 나아가고, 그들의 발밑에는 보이지 않는 응원이 단단히 놓여 있습니다. 조용히 건네진 기부는 그렇게 오래도록 학생들의 걸음을 지탱하는 힘이 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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