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태성님(tsmoon1@hanmail.net)께서 권영구 대표님께 드리는 향기메일입니다.
수도꼭지
침묵은 부패하기 쉬운 질료다. 밀폐된 방안에 너무 오래 괴어 있으면 쉽게 상한다.
오랜 세월 홀로 살아온 노모는 눅눅하고 퀴퀴한 침묵을 체질적으로 견디지 못한다.
그래서 늘 물방울이 떨어지도록 수도꼭지를 헐겁게 잠가 놓는다. 똑똑똑똑···.
반향을 남기며 규칙적으로 떨어지는 물방울 소리, 그 소리는 결코 소음이 아니다.
노모가 식성에 맞게 침묵에 가미하는 일종의 향신료다.
- 정희승, 수필 ‘수도꼭지’
물론 떨어진 물방울은 모아서 다시 쓸 테지만, 떨어지는 물방울 소리가
마치 침묵에 가미하는 향신료 같다는 생각이 신선합니다.
너무 고요해서, 적막해서 우리는 홀로 중얼거리거나 자신에게 말을 걸기도 합니다.
마침표처럼 꼭 잠근 문장보다는 말줄임표의 흘리는 의미 같은 소리,
그런 배음에 안심하는 때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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