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밭 새벽편지(행복한 家)

[문화생활정보]나는 무엇을 할 때 가장 빛나는가

권영구 2024. 11. 12. 10:04

숨겨진 타인의 재능을 발견하는 것. 그것은 숯검정이 시커멓게 칠해진 수만 개의 돌들 중에 숨겨진 단 하나의 다이아몬드를 찾아내는 것만큼이나 어렵습니다. 특히 자신의 재능을 어디에다 써먹어야 될지 전혀 모르는 사람일 경우에는 더욱 어려운 일이죠.

재능을 발견하는 재능은 타인에 대한 무한한 관심에서 우러나옵니다. 재능 있는 젊은이가 일찌감치 시끌벅적한 세상의 장터에서 스카우트되는 경우도 있지만. 스스로도 자신의 재능을 몰라 엉뚱한 곳에서 방황하다가 뒤늦게 재능을 발견하는 사람들도 많습니다.

 

재능을 실컷 발휘하며 원 없이 자유롭게 살아가는 사람들의 특징은 무엇일까요. 그런 사람들이 자기 재능과의 전투에서 롱런하는 비결은 구도자처럼 일정한 삶의 규칙대로 살아간다는 점입니다. 요컨대 재능의 첫 번째 비밀은 절제입니다. 너무 많은 재능을 한꺼번에 탕진하지 않고, 스스로의 재능에 대해 겸손해하고 감사하면서, 매일매일 벽돌을 쌓듯이 재능을 발휘하는 사람들이야말로 재능을 소중히 다룰 줄 아는 사람들입니다.

 

재능의 유일한 비결은 매일매일 그 자리에 있는 것입니다. 모든 것을 포기하고 싶을 때조차도, 심지어 마음대로 통제할 수 없는 꿈속에서도, 의무감 때문이 아니라 타오르는 열정 때문에 오직 그것만 생각하는 것. 그리하여 아름다운 재능은 자신이 사랑하는 일에 대한 무구한 '집중'에서 우러나옵니다.

 

 

무한 미디어 사회에서는 자신의 재능을 발견하는 일이 훨씬 어려워졌습니다. 전통사회에서는 재능을 발견하는 일도, 재능을 키우는 일도, 공동체의 장 안에서 이루어졌죠. 매일 얼굴을 마주보고, 매일 이야기를 나누고, 그 사람의 가족과 집안 내력까지 잘 아는 사람들이 젊은이의 재능을 키워주는 멘토들이었습니다.

 

개인적으로 전혀 모르는 타인의 삶을 미디어를 통해 매일매일 엿보고 사는 무한미디어 사회에서는, 미디어를 통해 노출되는 유명인 들의 일거수일투족에 대한 막연한 관심이 늘어납니다.아이들의 꿈이 '연예인과 공무원'으로 극단적으로 이분화 되는 한국 사회, 이런 분위기에서 사람들은 경제적인 의미의 '적성'에는 무한한 관심을 보이지만, 자신의 진정한 재능을 찾는 데는 상대적으로 무관심한 것이 아닐까 싶습니다. 우리는 그럴수록 미디어의 유혹을 넘어서서, '나 자신의 내부에서 타오르는 불길'이 무엇인지를 스스로 탐구해야 합니다.

 

미디어에서 '대단하다, 멋지다'고 선전하는 직업들을 향해 모든 사람들이 우르르 몰려간다면, 세상은 연예인과 운동선수들로만 가득해질지도 모릅니다. 인간의 재능은 훨씬 다양할 뿐 아니라, 세상은 더욱 다양한 재능들의 풍요로운 축제를 필요로 합니다.

 

그런 의미에서 우리 시대에 필요한 첫 번째 재능은 우선 '내가 진정 원하는 것이 무엇인가'를 스스로의 힘으로 알아내는 재능이 아닐까요. 그러기 위해서는 내가 가장 빛나는 순간은 언제인가를 예리하게 포착해내는, 스스로에 대한 집요한 관찰력이 필요합니다. 나는 어떤 순간에 가장 빛나는 존재일까요.

 

그런데 그 빛남의 기준은 주변 사람들의 칭찬이 아닙니다. 칭찬은 빛나는 축복일 수도 있지만, 평생 벗어날 수 없는 속박일 수도 있습니다. ‘이것을 하면 칭찬받는다'는 정보가 학습되면, 우리의 인체는 좀처럼 다른 길'을 바라보지 않게 되기 때문이죠. 다른 사람들이 뭐라고 해도, 심지어 혹평을 해도, 그림에도 불구하고 나의 내부에서 스스로 들끓는 열정의 기원을 찾아내야 합니다.

 

 

재능을 키울 수 있는 또 하나의 방법은 질투입니다. 내가 좋아하는 일을, 나보다 더 잘하는 사람에 대한 질투는 열정을 불사르는 도화선이 될 수 있습니다. 그런데 재능을 키울 수 있는 가장 일반적인 방법도 질투지만, 동시에 재능이 더 뻗어나가지 못하게 만드는 가장 큰 장애물도 질투입니다. 질투가 극한으로 치달으면, 원래의 목적, 즉 내 꿈을 향한 순수한 집중 자체가 흐려지고, 질투는 너무도 손쉽게 증오로 바뀌어버리기 때문입니다. 어떻게 하면 나보다 더 뛰어난 사람을 향한 질투를 넘어설 수 있을까요. 질투의 에너지를 지혜롭게 활용하면서, 질투의 유독가스로부터 영혼의 건강을 지켜낼 수 있을까요?

 

질투는 열정의 도화선일 뿐 다이너마이트 자체가 될 수 없습니다. 질투의 이면에는 자신을 향한 냉정한 시선의 결핍이 숨어 있습니다. 자신에 대한 확신이 없기 때문에 타인의 삶을 쓸데없이 곁눈질하며 자꾸만 괴로워지는 것이죠. 반면에 고독은 자신을 향한 온전한 집중입니다. 자신을 향한 무구한 집중을 통해 재능은 새롭게 눈을 뜹니다. 때로는 고독을 쟁취하기 위해 의도적으로 고립을 선택해야 할 때도 있습니다. 그 엄격한 고독 속에서 우리는 비로소 깨닫습니다. 내가 어디로 가고 있고, 어디까지 갈 수 있으며, 또 어디까지 가야만 하는지를.

 

어수룩하기 이를 데 없었던 어린 시절. 머리카락을 쥐어뜯으며 작은 방 안에 누워 어슴푸레한 형광등 불빛을 하염없이 바라보며 진로를 결정했던 그날 밤의 두근거림이 생생한가요. 무엇인지는 모르겠지만, 그저 그 길을 따라 끝없이 걸어가고 싶을 뿐입니다. 지금도 어딘가에 도착한 것이 아니라, 그 길이 무엇인지 모르는 채로 그저 마음을 다해 뚜벅뚜벅 걷고 있는 것이죠.

 

그런데 신기하게도 목적지 없는 여정은 뜻밖에도 아름다운 풍경들을 곳곳에서 펼쳐놓습니다. 더 이상 한 발짝도 내디딜 힘이 없을 때조차도, 지친 나를 일으켜 세우는 것은, 내 작지만 소중한 재능에 대한 믿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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