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밭 새벽편지(행복한 家)

[문화생활정보]열심히 사는 DNA는 정해져 있다?

권영구 2024. 10. 29. 09:21

 

남들보다 조금 열심히 사는 사람들은 아마도 '열심'이라는 DNA가 몸 깊숙이 배어있는 건지도 모릅니다. 특히 이마 어딘가와 오른쪽 장딴지에 몰려 있는 것 같기도 하죠. 항상 생각이 앞서거나 몸이 먼저 움직이니까요.

이런 사람들은 대게 새벽형 인간이기도 합니다. 어릴 적부터 새벽에 일어나 하루를 꽉 채워 살고, 여행을 다닐 때도 기진맥진할 때까지 돌아본 뒤에야 숙소로 들어오고. 그것도 모자라 퉁퉁 부은 다리를 베개에 올리고 다음 일정을 점검합니다.

 

 

게다가 한 가지를 하라고 하면 두세 가지는 해봐야 하는 스타일입니다. 지금까지 배우고 경험한 걸 가지고 살아도 되련만 아직도 배우려는 의욕이 가라앉지 않습니다. 모르는 건 그냥 넘어가지 못 하고 꼭 배우거나 건드려는 봐야 직성이 풀리는 성격 탓이죠.

그러다 보니 열심히 살지 않는 사람들을 이해하기 힘듭니다. 물론 열심히 살지 않는다고 느끼는 건 전적으로 자신의 기준입니다. 하지만 아무리 기준을 낮추어도 열심이라는 게 보이지 않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왜 이 시간에 이것밖에 못하지?'

'왜 저렇게 매사에 느슨하지? 좀 더 열심히 하면 해낼 수 있을 것 같은데….'

 

 

사람들과 일을 하다가 혹은 옆에서 지켜보다 이런 의문을 품곤 합니다. 하루면 해치우는 일을 왜 그 사람이 하면 이틀, 일주일이 걸리는 걸까. 답답해하는 사람을 지켜보던 누군가가 말합니다.

 

"열심도 능력이고 재능이야. 열심을 안 내는 게 아니라 못 내는 거야. 열심이라는 재능이 없는 사람도 있어."

 

'열심'이 재능이라고? 열심히 사는 것도 능력이라고? 열심을 다하고자 하는 의지가 있고 없고의 문제가 아닐 수도 있다니! 한 번도 그런 식으로 생각해보지 않았는데 그 말이 옳다고 생각하니 그동안 이해되지 않았던 상황들이 대부분 이해가 되기도 합니다.

그동안 큰 착각 속에 빠져 살았을지도 모릅니다. 능력이 없으면 '열심히'라도 해야지, 하고 생각했는데 ‘열심' 자체가 내재되어 있지 않을 수도 있다고는 미처 생각하기 어려웠죠. 사람을 대할 때 가졌던 기준 자체를 바꾸는 일이기에 고정관념에서 빠져나오는 데 조금 시간이 걸릴 수 있습니다.능력이 없는 사람에게 '열심'이 없을 확률도 높을 수 있다는 데까지 생각이 미치자 많은 것이 이해되었죠.

 

 

그동안 당연하다 믿었던 것들, 그래서 인식조차 하지 못했던 것들을 깨닫는 순간이 있습니다. 이런 순간이 늘어날수록 타인에 대한 이해도 조금씩 더 깊어집니다. 좀 더 빨리 알았으면 좋았을 걸, 하는 아쉬움도 있죠. 그랬다면 사람들에게 상처를 주는 일이 적었을 텐데, 자신을 들볶는 것도 덜했을 텐데.

 

하지만 모든 것에는 때가 있습니다. 지금 알아야 할 때가 되어 알게 된 것이겠지. 아직도 모르는 것이 많지만 그것에도 열심을 내지 않기로 합니다.

열심이라는 재능을 덜어내고 그곳에 쉼표를 찍어놓습니다. 마음을 다해 대충 살기를 꿈꾸는 사람이 되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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