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밭 새벽편지(행복한 家)

[문화생활정보]당신의 자리에서 꽃을 피우는 법

권영구 2024. 10. 1. 09:21

 

 

 

 

우리는 상황이 원하는 대로 바뀌면, 나중에 이렇게 되면 뭘 할 거다, 라는 말을 자주 합니다. 좋은 집으로 이사를 가면 예쁘게 꾸며야지, 돈이 좀 모이면 다른 사람을 도와야지, 좋은 회사로 이직하면 정말 성실히 일해야지 등등…

 

생각해보면 그런 일은 평생 일어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우리는 '나중에‘라는 단어를 자주 입에 담지만 나중은 영영 오지 않을 수도 있기 때문이죠. 이런 말을 할 때 '나중'은 '만약'과 같은 단어입니다. ’만약 이런 일이 일어난다면'의 만약. 하지만 오늘 벌어질 일도 예측할 수 없기에 내일 일은 전혀 감을 잡을 수가 없습니다. 만약을 기다리다 생을 마감할지도 모를 일이죠. '만약' 이후에 하려고 하는 수많은 계획들은 모두 사라집니다. 그러니 지금 있는 자리에서 할 수 있는 최선을 다하는 것, 나를 둘러싼 환경이 어떻든 간에 나는 내 할 일을 하는 것. 그것이 내가 지금, 오늘 해야 할 일이 아닐까요?

 

 

Bloom where you're planted.
당신이 심겨 있는 자리에서 꽃을 피우세요.

 

우리는 늘 다른 땅을 부러워합니다. 내가 서 있는 땅은 뭔가 부족하고 초라해 보이죠. 하지만 내가 어디엔가 이미 심어져 있다면 내가 할 일은 뿌리를 잘 내리는 일일 것입니다. 멋진 정원에 심길 때를 기다리지 마세요. 내 자리에서, 내가 뿌리를 내리고 있는 이곳에서, 내가 일하는 그 자리에서 꽃을 피우는 것이 나의 할 일이니까요.

 

당신의 계절은 언제 올까요. 나의 계절은 어느 날 아침 출근길에 옵니다. 가방을 메고 현관문을 열었을 때, 버스정류장으로 천천히 걸어가는 동안. 바람과 볕의 온도로. 봄이고 여름이며 가을이었다가 겨울일 것이 피부에 닿습니다. 그렇게, 문득 계절은 옵니다.

 

 

새로운 계절의 문턱에서 매번 아쉬움이 느껴집니다. 한 계절을 양껏 누리지 못한 것 갖기만 하죠. 꽃은 다 보기도 전에 지고, 여름의 파도는 순식간에 물러납니다. 낙엽이 질 때쯤이면 별안간 눈이 내리고 다시 새봄. 계절의 문턱에서 매번 걸려 넘어지듯 무언가 놓친 기분에 사로잡힙니다.

 

조금 더 일찍 계절을 읽어낸 사람들의 옷차림에서 슬쩍 가을을 엿봅니다. 계절감이라는 단어를 떠올립니다. 계절에 이르러 움직이는 마음과 감정의 향방. 가을의 계절감은 가볍지 않습니다. 그래서 낙엽은 떨어질 채비를 하고, 자꾸 누군가를 생각하게 되는 것이죠. 취한 눈으로 몇 개의 문장을 적었다 지우는 그런 밤을 또 누군가는 맞이하게 될 것입니다.

 

 

모든 것이 선명하고 변화무쌍한 여름에서 두툼한 무게의 가을로 가기 전, 환절기. 버스 안 누군가가 콜록거립니다. 상념을 깨뜨리는 그 반복적인 기침 소리가 싫지 않습니다. 환절기란 원래 그런 것입니다. 아프고 아프지 않은 시절.

천천히 갈 수 있도록 끼어드는 계절과 계절의 사이. 있지도 없지도 않은 마음을 간직하는 시기. 한 사람을 울렸던 여름의 사랑을 다독여주는 것도 지금입니다. 울었던 마음이 진정되고 나면, 가을은 그것을 간직할 것입니다. 눈물이 남긴 의미도 함께. 그리운 마음과 조그마한 부끄러움마저도.

 

#가을의의미 #꽃을피우는법 #행복한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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