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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동치는 전·월세시장 '5대 포인트'

권영구 2014. 3. 7. 11:26

요동치는 전·월세시장 '5대 포인트'

한국경제 | 입력 2014.03.07 03:33 | 수정 2014.03.07 04:16

 

[ 이심기 / 이현진 기자 ]

"세금을 더 내더라도 집주인들이 임대사업자로 등록하는 것은 꺼리죠. 모처럼 살아난 거래가 다시 줄어들까 걱정입니다."(경기 안양시 석수동 J공인 김용채 대표)

5일 정부의 '임대차시장 선진화 방안' 보완대책이 발표된 다음날, 수도권 일대 부동산 중개업소에서 나오는 반응이다. 임대소득을 노리고 집을 사려는 개인들이 정부의 과세 강화 방침에 불안감을 느끼면서 관망세로 돌아서고 있다는 것. 기존의 영세 임대사업자도 전세와 월세 중 어느 쪽이 유리한지 혼란을 느끼면서 계약을 망설이고 있다. 정부 발표 이후 불안과 혼돈에 휩싸인 부동산 시장을 쟁점별로 짚어봤다.




(1) 새로운 세금의 등장인가


"진작에 냈어야 할 세금, 2016년부터 걷는 것"…집주인 "재산세도 내고 있는데" 반발

그동안 대부분 세금 '무풍지대'에 있던 2주택자의 입장에서 보면 '그렇다'로 볼 수 있다. 국세청에 따르면 2012년 기준 주택 임대소득을 자진 신고한 사람은 8만3000여명으로 국내 다주택자 136만5000명의 6%에 불과하다. 이 중 2주택자는 85%가량인 115만4000명 정도로 추정된다. 대부분 그동안 세금을 내지 않았고, 정부도 과세 의지가 없었다.

하지만 이번 제도개편으로 2주택자도 연 2000만원 이하의 임대소득에 대해서는 2016년부터 14%의 세금을 내야 한다. 전세 보증금에 대한 임대소득(간주임대료)도 마찬가지다.

정부는 "그동안 내야 할 세금을 오랫동안 안 낸 것으로 보는 게 맞다"는 입장이다. 전세보증금의 경우 3주택자 이상에 대해 2011년부터 과세를 해오고 있고, 월세는 2006년부터 2주택 이상, 고가주택에 대해 세금을 매겨왔다는 것이다. 소득이 있으면 과세하는 '과세의 대원칙'을 따랐다는 것이다.

반면 2주택자 중 상당수는 기존 주택이 안 팔려 전세를 놓고 있고, 재산세를 꼬박꼬박 내고 있어 거부감이 일 것이란 지적도 있다. 또 자산보다는 부채 성격이 강한 전세보증금에 대해 과세하는 게 맞느냐는 의견도 있다.

(2) 세입자에게 세금전가?


임대료 오를 것 vs 영향없다 '팽팽'

일선 중개업소들은 "충분히 그럴 수 있다"는 반응이다. 고가 주택이 밀집한 서울 잠실동의 한 부동산 중개업자는 "집주인들은 하나같이 '임대소득세가 더 나오면 그만큼 임대료를 올리면 되는 것 아니냐'고 말한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과거 노무현 정부 시절 집값이 급등할 때도 집주인들이 정부의 양도세 인상과 종합부동산세 도입 등을 구실로 삼는 경우가 많았다. 함영진 부동산114 리서치센터장도 "세입자들이 선호하는 전세 공급이 줄어들 수밖에 없다"며 "결국 세입자들의 부담 증가로 이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반면 정부의 생각은 다르다. 국토교통부 관계자는 "현재 월세 시장은 수요보다 공급이 많아 월세가 떨어지고 있는 만큼 집주인들의 세부담 전가가 쉽지 않다"고 잘라 말했다.

또 이번에 신설된 2주택자 전세는 과세 시점이 2016년부터인데다 세 부담도 보증금 3억원 초과 주택에 한해 연간 수십만원 정도에 그치기 때문에 실제 전셋값이 오를 가능성은 낮다는 게 정부의 판단이다.

예를 들어 다른 소득이 5000만원이면서 5억원짜리 전세를 놓은 2주택자가 1년에 내야 할 임대소득세는 19만원 정도인데 19만원 때문에 한 번에 수백만~수천만원씩 전셋값을 올릴 수 있겠느냐는 것이다.

(3) 부동산 경기에 찬물?


다주택자, 집 대거 처분은 없을 듯

임대소득이 노출되더라도 다주택보유자가 대거 집을 내놓으면서 부동산 시장이 위축될 가능성은 낮다는 게 전문가들의 대체적인 견해다. 아직 부동산 경기가 침체기를 벗어나지 못했기 때문에 손해를 보면서까지 대거 처분하려는 움직임은 없을 것이라는 얘기다. 또 전체 주택의 70%가량이 국민주택규모 이하이고 기준시가 3억원이 넘지 않아 전세 과세대상이 아니다.

다만 월세 소득 노출을 꺼린 집주인들이 전세로 전환할 경우 매매 대기자들이 소극적으로 돌아서면서 주택 거래가 줄어들 가능성은 있다. 여기에 당국의 과세가 확산되고 있다는 심리적 부담감이 장기적으로는 부동산 경기에 부정적인 영향을 끼칠 수 있다.

정부는 하지만 최근의 저금리 추세가 장기간 이어지고 3주택 이상 임대사업자에 대한 재산세 경감과 법인세 감면 등 세제혜택을 감안하면 주택투자를 확대할 요인이 더 클 것으로 보고 있다. 부동산 투자패턴이 매매차익이 아닌 운영수익을 목적으로 재편되면서 시장안정화 효과를 거둘 수 있을 것이라는 설명이다.

(4) 집주인에 '건보료 폭탄'?


임대소득 2000만원 이하는 '그대로'

소득·재산 정도에 따라 부과되는 건강보험료가 오를지도 관심사다. 건강보험공단은 국세청 조사를 통해 임대소득이 드러나면 건보료를 부과한다는 방침이다.

결론적으로 건보료의 '폭탄' 가능성은 낮다. 2주택자이고, 전·월세 소득이 연 2000만원 이하라면 분리과세 대상이어서 건보료는 오르지 않는다. 건보료는 종합소득을 기준으로 부과되기 때문이다. 자녀의 직장건강보험에 피부양자로 올라 있는 고령층 임대업자도 임대소득이 연 2000만원 이하면 추가로 늘어나는 건보료는 없다.

반면 2주택자라 하더라도 전세보증금으로 연 2000만원 이상의 소득을 올릴 경우 분리과세가 아닌 종합소득세가 부과돼 건보료가 늘어난다. 다만 이 경우 전세 보증금이 15억원이 넘어야 하기 때문에 대상은 그렇게 많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전세 보증금으로 2088만원의 소득을 올린다면 월 14만2000원, 연 170만원 정도의 건보료를 추가로 내야 한다.

월세를 받아 연 2000만원이 넘는 임대소득을 올리거나 집이 3채 이상일 경우에는 변동이 없다. 이미 월세소득이 종합소득에 포함돼 이를 바탕으로 건보료를 납부해왔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동안 임대소득을 신고하지 않은 집주인은 소득이 노출돼 건보료가 늘어난다. 집이 3채이고 연 1500만원의 월세소득을 올리는 집주인은 월 11만원, 연 121만원 정도의 건보료를 추가로 내야 한다.

(5) 전·월세 시장 혼선 누구 탓?


업계 "갑작스런 과세"…정부 "稅부담 미미하다"

정부가 지난달 26일 '임대차시장 선진화 방안'을 내놓은 지 1주일 만에 보완 조치를 내놓으면서 시장에 미칠 파장을 제대로 예측하지 못했다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허윤경 건설산업연구원 연구위원은 "2주택자에 대한 과세 정책은 조심스럽게 써야 하는데 갑자기 전세 과세 카드를 전면에 꺼내 시장이 혼란스럽다"며 "임대소득의 세원 노출에도 집주인들이 예민한 반응을 보이고 있다"고 말했다. 특히 2주택자 전세 임대소득 과세 방침은 임대시장의 근간을 흔들 수 있어 신중했어야 했다는 지적도 많다.

반면 세금 부담이 크지 않은데 시장이 너무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다는 주장도 만만치 않다. 정부도 서민층의 주거 안정을 위해 세부담을 줄여주면서, 집주인의 세원 노출 문제도 정리할 필요가 있었다고 설명했다. 2주택자의 전세임대소득에 대한 세부담이 크지 않은데도 실제보다 과장된 측면이 있다는 게 정부의 판단이다. 전세보증금의 경우 10억원 이하는 세금이 거의 없다는 얘기다.

박상근 세무회계연구소 대표는 "월세 세액공제의 기반 구축, 공평 과세 등을 고려하면 전·월세에 대한 과세 문제를 방치할 수는 없겠으나 지금의 논란은 정부 책임도 크다"며 "조세 저항을 최소화할 수 있는 현명한 정책이 필요한 때"라고 지적했다.

(1)~(4) 경제부·건설부동산부 종합/(5) 이심기·이현진 기자 sg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