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치올림픽]'올림픽 2연패'이상화가 한국 청춘에 보낸 메시지
입력시간 | 2014.02.12 09:22 | 정철우 기자 butyou@
스피드스케이팅 여자 500M 경기에서 금메달을 차지한 이상화가 11일 오후(현지시각) 러시아 소치 해안클러스터 아들레르 아레나에서 플라워 세리머니를 마치고 관중들을 향해 인사를 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이데일리 스타in 정철우 기자]아시아 선수로는 사상 처음으로 빙속 2연패를 이뤄낸 이상화(25.서울 시청)는 끼가 많다. 남들 앞에 서는 것을 좋아하고 사람들이 알아보는 시선도 즐길 줄 아는 당당한 청춘이다. 거기다 어디가서 꿀리지 않을 미모의 소유자이기도 하다.
당연히 연예인을 했어도 성공했을 거란 소리 좀 들으며 살았다. 그리고 기회도 있었다. 4년 전 밴쿠버올림픽에서 금메달을 따며 일약 국민 영웅으로 떠 올랐다. 여기 저기 연예 프로그램에서 러브 콜이 쏟아졌다. 당시 나이 고작 스물 둘. 이상화는 한참 신이 난 얼굴로 브라운관을 누볐다.
그러던 그가 어느 날 갑자기 TV에서 사라졌다. 인기는 여전했고 찾는 곳도 많았지만 스스로 다시 빙상장으로 돌아왔다. 연예계 쪽으로 뚫려 있던 다리는 끊어 버렸다. 그는 그 이유를 “시시해서”라고 했다.
연예계에 대한 막연한 환상을 갖고 있었다고 했다. 하지만 그 곳에 발을 들이고 나니 자신이 연예계에선 최고가 되기 어렵다는 걸 알게 됐다는 것이다. 결국 거기에서도 최고가 되기 위해선 죽어라 노력하는 수 밖에 없다는 걸 알게 된 이상화는 미련 없이 스튜디오를 떠나 빙상장으로 돌아왔다. 어차피 땀을 흘려야 한다면 자신이 가장 좋아하고 가장 잘 할 수 있는 일에 투자하자는 마음에서였다.
결과는 놀라운 성공으로 다가왔다. 미완성의 챔피언은 완벽한 황제로 거듭났다.
이상화는 밴쿠버올림픽 당시만 해도 첫 100m에 약점이 있었던 선수다. 하지만 4년간의 노력으로 이제 누구도 넘볼 수 없는 초반 스피드를 지닌 스케이터가 됐다. 가장 큰 약점이 보완되고 기술까지 향상된 덕에 그는 무결점 스케이터가 될 수 있었다.
최근 몇년 간 초등학생의 장래 희망 1위는 단연 연예인이 차지하고 있다. 압도적인 수치로 1위 자리를 계속 유지하고 있다. 이는 청소년기에도 크게 다르지 않다가 20대에 접어들면 대기업 사원과 공무원, 교사 등이 상위권으로 올라 온다.
이유는 비슷하다. 단기간에 유명세를 얻고 돈을 많이 벌 수 있어서 연예인이 되고 싶었다가, 세상이 만만치 않다는 걸 깨달은 뒤엔 안정적인 직업을 찾게 되는 것이다. 내가 뭘 정말 좋아하고, 무엇을 가장 잘 할 수 있을지에 대한 고민은 두 번째다.
조기 교육을 받을 때 부터 사람들에게 어떻게 보이는지를 신경써야 했던 우리의 청춘들. 자신이 원하는 것과 세상이 우러러 보는 직업 사이에서 길을 잃고 말았다.
모두가 선망하는 자리를 과감하게 버리고 나와 자신이 원하고 잘할 수 있는 것을 택한 이상화의 성공이 이 시대 청춘들에게 특별한 의미가 있는 이유다.
어른들에게도 마찬가지다. 이상화는 최적의 환경에서 맘 껏 스케이트만 탈 수 있는 환경에서 훈련할 수 있었다. 평창올림픽을 위해선 쇼트트랙 강국만으로는 부족하다는 인식에 따라 정책적 지원이 뒤따랐다.
우리 청춘들은 다르다. 공정하게 경쟁하고, 원하는 것을 하면 인정받고 성공할 수 있는 환경이 마련돼 있지 않다. 학비와 취업 걱정부터 해야 하는 청춘이 꿈을 갖고 도전할 용기를 갖는다는 건 대단히 어려운 일이다. “꿈을 향해 노력하라”고 주문하기 전에 꿈을 위해 맘껏 부딪혀 볼 수 있는 사회를 만들어주는 것이 먼저다. 이상화의 성공은 이처럼 기성 세대에도 묵직한 숙제를 안겨줬다.X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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