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PG·교복·자장면값… 대한민국은 '담합 공화국'
입력 : 2012.07.23 03:03 / 수정 : 2012.07.23 19:23
[담합 만연한 네 가지 이유]
①제조업 상위 3社 점유율 55%… 손쉽게 짬짜미 가능
②업계마다 협의 핑계로 각종 모임 결성… 담합 다반사
③2정부, 행정지도라는 이름으로 개입… 기업들은 수용
④정당한 경쟁 대신 이윤 극대화만 노려 탈법수단 선택
삼성그룹 계열사에서 근무하는 한 직원은 경쟁 회사 직원에게 전화할 일이 있을 때 회사 인근 강남역에서 신논현역까지 800m 정도를 걸어가 공중전화를 사용한다. 그것도 상대 직원의 휴대 전화가 아니라 내선 전화로 건다.
올해 초 삼성이 개입된 담합이 연이어 적발된 뒤 이건희 회장이 담합 가담자를 무(無)관용으로 처벌하겠다는 불호령을 내렸기 때문이다. 그런데도 경쟁사 직원과 전화해야 하는 이유에 대해 그는 "비즈니스를 하려면 가격이나 물량 얘기를 나누지 않더라도 (경쟁사와) 협의할 일은 있다"고 말했다. 엄밀히 보면 담합이라고 볼 수 있는 일이 다반사로 벌어진다는 이야기다.이달 초 강원도의 한 해수욕장. 500mL짜리 생수 한 병을 사려던 회사원 박모(37)씨는 한 병에 2000원을 받는다는 말에 기가 막혔다. 일반 편의점의 2배 가격이다.값이 너무 비싸 발길을 돌리려는데 "어차피 다른 데 가 봐야 소용없어요. 여기 상가 번영회에서 결정한 가격이에요"라는 가게 주인의 말이 들린다. 전문가들은 우리나라에 '일상적인 담합'이 만연한 이유로 크게 네 가지를 꼽는다.①견고해지는 독과점 구조담합이 성행하는 가장 큰 이유는 우리 경제에 독과점 구조가 고착되는 데 기인한다. 최근 KDI(한국개발연구원)가 제조업 업종별 상위 3개사의 시장점유율을 평균해 보니 2002년 48%에서 2009년 55%까지 올라갔다. 독과점이 심화할수록 몇몇 기업만 짜도 되기 때문에 담합이 손쉬워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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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까지 공정위로부터 최고 과징금을 부과받은 담합 사례는 2009년 LPG 공급업체의 담합이었다. 4개 사업자가 정부의 규제 아래 시장을 나눠 갖다 보니 업체들이 겉으로 경쟁하는 척하면서도 끈끈한 유대관계를 유지할 수 있었고, 결국 담합으로 이어졌다고 공정위 관계자가 말했다.②패거리 문화통계청에 따르면 지난해 한국인의 47%는 각종 공식 모임에 참여하고 있다. 이 수치는 2009년 40%보다 올라간 것이다. 각 업계에도 업계 공동 이익 증진과 대(對) 정부 로비 창구를 구실로 각종 공식·비공식 모임이 결성돼 있다. 각종 동업자 협회, 기능별 실무자 모임, 지역별 모임이 그것이다. 문제는 이런 모임이 담합의 창구로 이용될 수 있다는 점이다.모임을 좋아하는 한국인의 특성은 때로 패거리 문화로 돌변하기도 한다. 자신들의 이익과 결부되면 강한 결속력을 보이며, 이탈자는 철저히 응징한다. 공정위 관계자는 "최근 조사 중인 한 업종의 경우 특정 대학 특정 학과 출신으로 구성된 사(私)적 모임이 업계를 장악하고 있어 담합하기 참 좋은 조건이었다. 자진신고가 들어왔는데도 담합 조사 과정에서 담당자들이 입을 열지 않으려 했다"고 말했다.서울 명동에 있는 은행연합회 로비에는 한 달에 절반 정도는 '시중은행 ○○ 담당 모임' 안내 팻말이 걸려 있다. 최근 공정위가 CD 금리 담합의 창구로 주목하는 것도 '자금 부서장 간담회'라는 은행 자금 담당 부장들의 모임이다. 매달 한 번씩 점심을 겸해서 열리는 이 모임은 업계에서는 관행으로 여기는 모임이지만, 공정위는 담합 소지가 다분한 것으로 보고 있다. 금융계 관계자는 "회의를 전후해 안부를 묻다 보면 CD 발행 등과 관련한 정보가 자연스레 오간다"고 털어놓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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③관치 경제
관치(官治) 문화가 담합의 온상이 됐다는 지적도 나온다. 한국 경제가 정부 주도로 압축 성장하는 과정에서 정부가 법의 범위를 넘는 행정지도를 하는 경우가 많고, 정부가 정한 규칙에 업계가 따르다 보면 자연스럽게 담합이 이뤄진다는 것이다.
각종 업계 모임 자체가 정부 주도로 만들어진 것이 적지 않다. 지난해 10월 공정거래위원회는 국내 12개 보험사가 2001년부터 6년 동안 보험상품 적립금 이율을 담합했다는 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공정위에 따르면 당시까지 보험사들은 11개의 공식 모임을 만들어 서로 입장을 조율하는 창구로 삼았는데, 이 중 7개가 금융당국이 구성한 것이다.
④천민자본주의
보다 근본적인 이유는 한국 경제가 압축 성장하는 과정에서 정당한 경쟁, 시장 규칙 준수, 이윤 극대화의 3가지 원칙을 근간으로 하는 제대로 된 자본주의가 정착되지 못했기 때문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이 3가지 원칙 가운데 오로지 이윤 극대화만 강조되는 경향이 있다. 돈을 벌기 위해서라면 탈법적인 수단도 불사하는 '천민자본주의'의 한 형태가 담합이라는 이야기다.
이봉의 서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우리 사회에서는 '경쟁사회'란 단어가 부정적 의미로 많이 쓰이는데, 이는 자본주의 개념이 제대로 정착되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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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담합'이라는 한국病… 소비자 피해 年 3조원
입력 : 2012.07.23 03:03 / 수정 : 2012.07.23 05:24
공정거래위원회의 금리 담합 조사를 계기로 우리 사회에 만연한 담합 문화를 근본적으로 고쳐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주요 산업은 물론 부동산 중개업소와 중국집에 이르기까지 사례가 셀 수 없을 만큼 많아 '담합 공화국'이라는 말이 나오고 있다.본지가 경실련 등 전문가 조언을 받아 2006년부터 2011년까지 공정위가 적발해 과징금을 부과한 174건의 담합 때문에 소비자가 입은 피해를 계산해 본 결과 약 15조원으로 추정됐다. 공정하게 경쟁했으면 보다 저렴한 가격에 구입할 수 있었던 것을 사업자들의 담합으로 그만큼 바가지를 썼다는 얘기다. 매년 3조원 안팎의 소비자 피해가 발생하고 있는 것이다.작년의 경우 공정위는 34건의 담합을 적발해 과징금을 부과했으며, 이로 인한 소비자 피해가 2조6000억원에 이른다. OECD(경제협력개발기구)는 담합 관련 매출액의 15~20% 정도를 소비자 피해액으로 추산하는데 지난해 적발된 34건의 담합과 관련된 기업 매출액이 총 17조103억원에 이른다. 여기에 15%를 곱하면 2조6000억원의 소비자 피해가 발생한 것으로 추산할 수 있다.우리 기업들에 만연한 담합 관행은 국제적으로도 문제가 되고 있다. 공정위에 따르면 작년까지 국제시장에서 담합이 문제가 돼 외국 정부에 벌금을 많이 낸 상위 10개 세계 기업 리스트에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기업 4개가 포함돼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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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 사기공화국…생보사 담합 17조원 꿀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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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경 MK뉴스 기사입력 2012.05.21 15:19:18 | 최종수정 2012.05.21 15:20: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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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명보험사들의 이율담합으로 피해를 입은 보험가입자들이 사상 최대의 손해배상 소송을 준비하고 있어 귀추가 주목된다.
특히 금융소비자들을 대상으로 사기행각을 벌이고 반성은커녕 피해보상을 외면하고 있어 빈축을 사고 있다.
21일 금융소비자연맹(금소연)에 따르면 생보사들이 이율 담합으로 소비자에게 보험료를 덤터기 씌운 피해를 배상받기 위한 17조원 규모의 소비자 손해배상 공동소송이 시작됐다.
금소연이 서울중앙지법에 제기하는 공동소송은 공정거래위원의 지원을 받아 진행되는 것이다. 금소연은 1차로 담합을 리니언시(자진신고) 한 삼성생명, 대한생명, 교보생명을 상대로 43건, 7000만원 청구하는 소송을 시작으로 본격적으로 소송인단을 구성해 조만간 담합한 16개 전 생보사를 상대로 금융사상 최대소송을 제기할 계획이다.
지난해 10월 17일 공정위로부터 이율담합으로 3653억원의 과징금을 부과 받은 16개 생보사(삼성, 푸르덴셜, 교보, 흥국, 대한, 동양, 신한, 동부, 메트라이프, 알리안츠, 미래에셋, 녹십자, 우리아바바, KDB, ING, AIA)는 2001년부터 2006년까지 7년간 이율담합으로 보험가입자에게 17조억원(1억25000만건)의 손해를 입혔다.
금소연은 공정위의 지원을 받아 보험가입자들이 피해액을 산출해 볼 수 있는 프로그램을 개발해 홈페이지(www.kfco.org, kicf.org) 초기화면에서 운영 중이다. 원고단 참여를 희망하면 정회원은 무료(1건)로 신청 접수할 수 있도록 조치했다.
공동소송에 참여 가능한 소비자는 생보사 담합기간 동안(2001년 2006년)에 종신보험, 건강보험, 암보험, 어린이보험, 재해상해보험 등 확정이율형의 보장성상품과 연금보험 등 저축성 상품의 가입자다.
금리연동형 보험상품인 재테크보험, 적립보험, 뉴플랜, 연금저축보험 등 책임준비금(적립금)을 공시이율로 부리하는 저축성보험 상품을 2006년 12월 31일 이전에 가입한 모든 보험가입자도 소송에 참여할 수 있다.
[전종헌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