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끼와 거북이의 경주
토끼와 거북이는 빠른 짐승과 느린 짐승의 대명사 아닙니까? 같은 조건 아래에서 '경주' 자체가 이루어질 수 없는 사이입니다. 미국이라는 나라와 한국이라는 나라는 그 자원의 매장량이나 국토의 크기나 인구의 숫자나 어느 모로 봐도 동일한 조건 아래서 이루어지는 자유시장경제원리에 따르는 그런 '무역'이 이루어질 수 없는 사이란 말씀입니다. 그런데도 알량한 FTA (자유무역협정 Free Trade Agreement)을 체결해서 평등하고 자유로운 교역이 이루어져야 한다고 합니다.
간교한 속임수 자체인 이야기 속에서는 토끼가 계속 잠을 자고 그 사이에 거북이가 결승점에 도달하여 만세를 부릅니다. 그러나 현실에서는 결코 토끼가 잠을 자지 않을 뿐 아니라 그 사악함이 끝이 없어서 거북이가 경주를 포기할 낌새가 보이면 얼른 실눈을 감고 자는 척하여 다시 한번 거북이로 하여금 토끼를 앞지를 수도 있겠다는 환상 속에 빠지도록 유도하기까지 합니다. 결국 영국이 인도의 피를 빨아먹고, 프랑스가 베트남의 피를 빨아먹고 떠났던 것처럼, 미국은 한국의 피를 다 빨아먹고 떠나가겠지요. 가진 놈이 언제나 앞장을 서고 못 가진 놈이 그 뒤를 따라가느라고 허덕이는 이 망할 놈의 세계질서를 둘러엎어야 합니다.
ⓒ이현주 (목사)<아무일 안하고 잘 산다/녹두>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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