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이야기

[독서MBA 추천도서 15] 사랑하며 살기에도 시간이 부족하다 ... 엄마! 오빠가 공부를 해~

권영구 2021. 1. 7. 10:34

 

 

 

오래 전 한국에서 방송했을 때였다. 한 선배가 “네가 앞으로 인생을 헤쳐 나가려면 욕을 배워야 한다” 면서 욕을 가르쳐 주었다. 하지만 나는 욕을 하지는 않았다. 그런데 오랜 시간 욕을 듣는 것만으로도 내 언어 습관에 영향을 미친다는 걸 어느 사건을 통해 알게 되었다.

대본 연습을 하는데 내게 욕을 가르쳐 준 선배가 자꾸 내가 틀렸다고 지적했다. 그때 나도 모르게 “야, 네가 틀렸어. 이 ××야! 너나 잘해, 이 ××야!” 하고 욕을 해 버렸다. 순간 나도 놀랐지만 욕을 가르쳐준 선배도 얼굴이 하얘졌다. 그러더니 “그래, 가르친 보람이 있다. 이제 더 이상 안 배워도 되겠다.”

나는 그 뒤로 너무나 거침없이 욕을 했다. 아들한테 말할 때도 욕으로 시작해서 욕으로 끝냈다. “넌 어쩜 그렇게 잘하냐, 이 미친 놈아!” “이 ×× 너 진짜 똑똑하다, ××야”

이렇게 아들은 내 욕을 먹으면서 자랐다. 나는 그것이 잘못인 줄도 몰랐다. 아들에게 상처가 된다는 걸 단 한 번도 생각해 본 적이 없었다.

캐나다에 도착한 뒤 사춘기가 된 아들과의 관계가 나빠지기 시작하는데 걷잡을 수가 없었다. “저걸 죽여 살려. 저런 쓰레기 같은 놈!” 집안 분위기는 엉망진창이었다. 우리는 만나기만 하면 으르렁 거렸다.

새벽기도에 나가서 울며불며 하나님께 부르짖었다. 나는 기도하면서도 욕을 했다. 새벽마다 기도하고, 집에 돌아오면 아들과 싸우고, 정말 지옥 같았다.

그런데 어느 날 “야! 한심한 놈. 이 ××야! 넌 뭐가 되려고 그러니, 미친놈! 날 샜다." 그때였다. 아무 생각 없이 욕을 내뱉는데 내 마음을 내리치는 한마디가 들렸다. “네 아들, 네가 말한 대로 만들어 줄까?”

그 순간 너무너무 끔찍한 그림이 필름처럼 지나갔다. 엉망진창인 아이의 모습이 떠올라 몸을 부르르 떨었다. 나는 방에 들어가 몸부림쳤다. 그리고 울부짖으며 기도했다. “하나님, 잘못했습니다. 몰랐어요. 잘못했어요. 정말 이제 다시는 욕하지 않을 게요.” 그리고 그 뒤로 정말 다시는 욕하지 않았다.

욕을 하지 않자 아들이 긴장하기 시작했다. 일주일을 계속 내 주위를 맴돌며 슬슬 눈치를 보았다. 그러다 결국 못 참고 내게 물었다. “엄마, 저 물어볼 게 있는데요…왜 욕 안 하세요?” 아들이 존댓말까지 하는 걸 보니 확실히 긴장한 모양이었다.

“사실 하나님이 두려운 마음을 주셨어. 내가 욕한 대로 네가 될까 봐 두려웠어. 그래서 엄마 욕 안 하기로 하나님께 약속했어. 앞으로 욕 안 해.” 그러자 아들은 “아니, 하나님은 17년 동안 가만히 계시더니, 왜 이제야 말씀하시는 거야?” 그래서 “하나님은 엄마한테 계속 말씀하셨는데 엄마가 교만해서 못 들은 거야. 엄마 이제 욕 안 해.”

아들에게 욕을 하지 않게 된 이후 집안 분위기가 급속도로 달라졌다. 어느 날 “오빠, 밥 먹으라고 해” 하며 둘째를 올려 보내자, 오빠 방에 올라갔던 딸이 깜짝 놀라서 뛰어 내려오며 소리쳤다. “엄마, 엄마, 큰일 났어!” “응? 왜? 무슨 일이야? 왜? 왜?” “오빠가 공부를 해!” “뭘 해? 공부를 해?”

이게 대체 무슨 소린가? 누가 뭐를 해? 우리 아들이 공부를 한다고?? 나는 내 귀를 의심했다. 그리고 그때 알았다. 내가 새벽마다 아들을 변하게 해달라고 그렇게 몸부림쳤지만, 변해야 할 사람은 바로 나였다는 것을. 내가 바뀌니 아들도 변하고 집안 분위기도 달라지기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