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이야기

[독서MBA 뉴스레터 89] ...나를 위로 하는 글쓰기

권영구 2019. 8. 7. 16:59


- 기억할 수 있는 추억은 아주 적다.(두번 다시 그때로 돌아갈 수 없으니 기록해야 한다) -


고등학교 교사로 일하던 시절, 학생들에게 이런 말을 자주 했다. "마음속의 이야기를 글로 써봐라. '옛날 옛날 한 옛날에..."로 시작하는 할머니의 이야기도 좋고, 친구들과 나눈 시시콜콜한 이야기도 좋고, 부모님과 선생님에게 하고 싶은 말도 좋다. 일단 시작하면 너희들도 멋진 글을 쓸 수 있을 거다. 나는 너희들의 눈과 귀를 열어주고 주변을 맘껏 볼 수 있도록 해주고 싶어서 그러는 거란다. 글쓰기를 하면 얼마든지 그렇게 할 수 있어. 그런데도 내 말을 못 알아들으니 참 답답하구나."

그때로부터 시간이 훌쩍 흐른 지금, 정말로 답답한 사람은 학생들이 아니라 나 자신이었음을 고백하고 싶다. 그 무렵, 아이들은 10 청소년이면 누구나 겪게 되는 무기력의 수렁에 빠져 있었다. 사춘기 아이들이 자기 삶의 의미를 찾으려고 몸부림치는 것은 성인이 되어가는 길목에서는 너무도 당연한 일이다. 그럼에도 자신의 행진을 가로막는 수많은 제약 때문에 한 발짝도 전진할 수 없다고 느끼는 것 역시 무척 당연한 일이다.

따라서 무조건 글을 쓰라고 닦달하는 대신에 아이들의 무력증을 어루만져주면서 인생이 던지는 의문을 함께 고민하는 것이 교사로서 내가 지녔어야 할 진정한 자세였다. 하지만 그러지 못했다는 점에서 나는 실패한 교사임에 틀림없다. 

나는 어린 시절부터 지금까지 줄곧 일기를 써왔다. 여기서 일기 쓰기의 중요성에 대해 굳이 설명할 필요는 없을 것이다. 다만 일기가 자신과 소통할 수 있는 가장 효과적인 통로라는 말은 남기고 싶다. 셰퍼드 코미나스 박사의 따듯한 책 '나를 위로하는 글쓰기'에서는 일기 쓰기가 자신과 소통하는 차원을 넘어서 몸과 마음과 영혼까지 치유하는 가장 효과적인 수단이라고 한다.

연인들이 서로 사랑하면서도 사소한 일에 다툼을 벌이듯이 나는 평생 나의 일기와 다퉈왔다. 고통으로 점철된 삶에서 벗어나는 방편으로 일기 쓰기에 필사적으로 매달렸던 시절, 나는 일기장 속에서 나와 끊임없이 다투면서 새로운 나를 찾으려 했다. 일기는 그만큼 나에게 친구 이상의 존재였던 것이다. 예전에 나의 제자였던 아이들이 이 책을 읽는다면, 그들에게 이렇게 말해주고 싶다.

"그 시절 무조건 글을 쓰라고 독촉했던 나의 성급함을 용서해다오. 일상에 관해 계속 적어보라고 하면서, 왜 써야 하는지에 대해서는 한 번도 제대로 설명해주지 않은 일도 용서해다오. 그때 나는 이렇게 말했어야 했다. 10대의 하루하루가 자신의 지문처럼 고유한 것이기에 써야 한다고, 두 번 다시 그 시절을 맛볼 수 없으므로 기록해야 한다고."

(퓰리처상 수상 작가, 프랭크 맥코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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