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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의 기적… 아시아 축구, 월드컵서 독일 꺾은건 사상 처음

권영구 2018. 6. 28. 10:46


5%의 기적… 아시아 축구, 월드컵서 독일 꺾은건 사상 처음

            
입력 2018.06.28 03:00

[2018 러시아월드컵]
후반 추가시간에 김영권 선제골, 3분 후 손흥민 쐐기골
눈부신 선방 조현우 MVP… 선수 전체가 혼신의 투혼

1994년 6월 27일 댈러스에선 한국과 독일의 미국월드컵 조별리그 3차전이 열렸다. 한국은 섭씨 40도의 무더위에서 전반 먼저 3골을 잃고 후반 불꽃 같은 추격전을 벌여 2대3으로 분패했다. 한국 월드컵 역사에 길이 남을 명승부였다.

정확히 24년 뒤인 2018년 6월 27일. 한국은 다시 독일과 월드컵 조별리그 3차전에서 만났다. 세계 최강 독일을 상대로 한국은 이번에도 기죽지 않고 당당히 맞섰다. 그리고 이번 대회 최고의 이변이 일어났다. 2대0, 한국의 승리였다. 한국은 월드컵 역사에서 독일을 꺾은 최초의 아시아 국가가 됐다.

28일 끝난 2018 러시아월드컵 F조 조별리그 독일과의 3차전에서 후반 추가시간 3분 한국에 1—0 리드를 가져다주는 선제 결승골을 터뜨린 김영권이 두 팔을 활짝 벌리고 그라운드를 달려나가는 모습. 김영권의 왼발이 독일의 숨통을 끊었다. 28일 끝난 2018 러시아월드컵 F조 조별리그 독일과의 3차전에서 후반 추가시간 3분 한국에 1—0 리드를 가져다주는 선제 결승골을 터뜨린 김영권이 두 팔을 활짝 벌리고 그라운드를 달려나가는 모습. /오종찬 기자

신태용 감독은 27일 월드컵 조별리그 3차전 독일전에서 멕시코전 베스트11에서 네 명을 바꾼 라인업을 들고나왔다. 잇따른 수비 실수로 팬들의 지탄을 받았던 장현수가 수비형 미드필더로 전진 배치됐고, 윤영선이 새롭게 김영권과 중앙 수비 콤비를 이뤘다. 1~2차전에서 부진한 모습을 보인 왼쪽 수비수 김민우 대신 홍철이 투입됐다. 공격 선봉엔 손흥민과 구자철이 섰다. 기성용이 부상으로 빠지면서 주장 완장은 손흥민에게 돌아갔다.

한국은 초반 독일을 맞아 조심스러운 경기를 펼쳤다. 수비에 중점을 두고 상대 공격을 막아내면서 역습을 노렸다. 전반 13분 정우영이 미드필드에서 상대에 공을 뺏겨 위기를 초래했다. 한국은 수세에 몰리면서도 한 번씩 기회를 잡았다.

전반 19분 정우영의 무회전 프리킥이 골키퍼 마누엘 노이어의 손을 맞고 나왔디. 손흥민이 쇄도했지만 노이어가 가까스로 쳐냈다. 전반 25분엔 손흥민의 강력한 발리 슈팅이 골문을 벗어났다.

독일은 줄기차게 공격을 시도했다. 전반 33분 로이스의 슈팅을 윤영선이 몸을 던져 저지했다. 전반 39분엔 혼전 상황에서 후멜스의 슈팅을 수문장 조현우가 막았다.

독일은 전반 볼 점유율에서 71대29(%)로 압도적인 우위를 보였다. 패스도 361개로 한국(120개)의 3배가 넘었다. 하지만 한국은 뛴 거리에서 56.45㎞로 독일(54.86㎞)을 능가했다. 부지런히 뛰며 상대를 막아낸 것이다.

독일은 경기가 풀리지 않자 급한 모습이었다.

후반 시작과 함께 정우영이 외질의 공을 뺏어내 중거리 슈팅을 날렸다. 후반 3분엔 고레츠카의 결정적인 헤딩 슈팅을 조현우가 막아냈다. 조현우는 대회 내내 눈부신 세이브로 한국의 뒷문을 지켰다. 후반 6분 베르너의 슈팅이 허공을 갈랐다.

독일은 급해졌다. 그리고 막판 한국에 기회가 왔다. 후반 추가 시간 코너킥 상황에서 흘러나온 공을 김영권이 차 넣어 골망을 갈랐다. 심판은 VAR 판독 끝에 한국의 골을 인정했다. '욕받이 수비수'로 팬들의 비난을 받았던 김영권은 이번 대회 최고의 수비와 함께 마지막 독일을 침몰시키는 골까지 성공했다. 한국은 이어 3분 후 손흥민이 주세종의 긴 크로스를 받아 승부에 쐐기를 박는 추가 골을 터뜨렸다. 영국의 한 도박업체는 한국이 2대0으로 이기는 것보다 독일이 7대0으로 이길 확률이 높다고 했다. 미국 ESPN은 한국이 독일을 꺾을 확률이 5%에 불과하다고 전망했다. 하지만 한국은 거침없는 투혼으로 그 희박한 가능성을 현실로 만들며 아쉽게 월드컵 여정을 마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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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 http://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18/06/28/2018062800801.htm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