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병행수입 활성화.. 유통업계 '양분'

권영구 2014. 1. 16. 07:22

병행수입 활성화.. 유통업계 '양분'

정부 적극 추진에 ‘뜨거운 감자’로

세계일보| 입력 14.01.15 20:42 (수정 14.01.15 20:42)

 

직장인 김하나(21)씨는 명품을 구입할 때 주로 병행수입을 하는 백화점이나 대형마트를 찾는다. 유명 백화점에서 판매하는 명품보다 20∼40% 싸기 때문이다. 병행수입은 해외 상품의 국내 독점 판매권을 가진 업체가 아닌 다른 수입업자가 현지 별도 유통 채널로 제품을 직접 구매해 국내에서 판매하는 것이다. 김씨는 "병행수입 업체는 현지 사업자와 직거래를 하다보니 백화점에서 부과하는 임대료와 수수료, 인건비 등이 들지 않아 상대적으로 가격이 착하다"고 만족해했다.

고가 명품 등 수입품의 가격 인하를 유도하기 위한 정부의 병행수입품 활성화 시도가 연초 유통업계의 뜨거운 감자로 떠오르고 있다. 15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정부가 3월 병행수입 활성화를 위한 추가 대책을 발표할 것으로 알려지면서 유통업계가 벌써 양분 양상을 보이고 있다. 독점 판매권을 보유한 기존 공식 수입업체와 백화점으로서는 달갑지 않지만, 병행수입으로 이미 톡톡히 재미를 보고 있는 대형마트를 비롯한 다른 유통채널로서는 나쁠 게 없기 때문이다.



◆국내 병행수입 현황

지난해 우리나라의 병행수입 규모는 2조원 안팎이다. 이 가운데 해외 인터넷쇼핑몰 등에서의 해외직접구매액은 1조원 수준으로 추정된다. 이를 모두 합치면 전체 수입물품 시장의 6%에 해당한다. 관세청이 2012년 '병행수입물품 통관인증제'를 도입하고, 정부 차원에서 병행수입 활성화를 강조하고 나선 후 대형마트와 홈쇼핑 등을 중심으로 대기업이 뛰어들고 있다. 그러나 여전히 대다수 업체는 종업원 5인 이하의 영세 사업자다. 기획재정부에 따르면 2011년 현재 고용인 5인 이하 병행수입업체만 1000여개에 이르는 것으로 추정된다. 대부분 업체는 현지 아웃렛이나 다른 경로로 물건을 구입해 해외 본사에 로열티를 지급하거나 막대한 마케팅비를 쓰지 않는 대신 가격을 15∼50% 낮춰 국내에 상품을 유통한다.

◆백화점 '무표정', 대형마트 '희색'

병행수입 활성화와 관련해 유통업계는 업태별로 상반된 입장과 대책을 내놨다. 백화점은 명품 등 해외 패션 상품을 구매하는 고객이 가격 변수에 민감하지 않아 병행수입이 활성화하더라도 매출에는 큰 영향을 미치지 못할 것으로 내다봤다. 한 백화점 관계자는 "병행수입 확대로 명품 구매 채널은 다변화하겠지만, 백화점 명품 구매층과 병행수입 제품 구매층이 다르고 백화점만의 상품력과 서비스 강점이 있어 큰 영향은 없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다만 병행수입 업체가 취급할 수 있는 품목과 물량이 제한될 것이라는 점을 고려해 신상품이나 인기 상품 구비를 강화할 방침이다.

반면 병행수입으로 가격 경쟁력과 상품 다각화에 유리해진 대형마트·오픈마켓·소셜커머스 등에서는 반기고 있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중간 벤더 다양화와 해외 사이트와 협력으로 병행수입 물품의 물류 포인트를 확장하고 인력도 늘릴 계획"이라며 "상품 기획자(MD)가 직접 구매하는 품목도 확대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기환 유통전문기자 kkh@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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