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 : 2014.02.08 03:01
[對美 수출·무역 흑자 최대 기록]
FTA 총 10건, 48개국 달해
중국·캐나다·뉴질랜드 등과 연내 맺을 가능성 높아
지난해 우리나라의 대미(對美) 수출액과 무역수지 흑자 규모가 모두 사상 최대를 기록했다. 산업통상자원부는 "지난해 대미 수출이 2012년보다 6% 늘어난 621억달러, 무역수지 흑자는 35% 넘게 늘어난 205억달러에 달했다"고 7일 밝혔다. 미국 상무부도 이달 6일 "지난해 대한(對韓) 무역 적자액이 2년 연속 사상 최대치를 갈아치웠다"고 발표했다.
이런 대미 수출 호조의 '일등공신'은 2012년 3월 발효된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이다. FTA 효과는 터키와의 교역에서도 뚜렷하다. 최근 위기를 맞은 신흥국 중 하나인 터키에 대해 우리나라는 지난해 56억5800만달러어치를 수출했다. 2012년 수출이 전년 대비 10% 넘게 감소한 것과 달리, 작년 5월 한·터키 FTA에 힘입어 지난해에는 수출과 무역수지 흑자가 모두 20% 넘게 불어났다.
◇美·EU와 동시에 FTA 맺은 나라는 한국 포함 단 3개국
"FTA에서 우리나라는 일본보다 더 앞서 있습니다. 한국은 세계 최대 FTA 강국 중 하나입니다(박근혜 대통령·올 1월 6일 신년 기자회견).
실제로 전 세계에서 미국·EU(유럽연합)와 FTA를 동시에 맺은 나라는 한국과 칠레, 이스라엘 등 3개국뿐이다. 이 가운데 세계 무역 10대국은 우리나라(9위·2012년 기준 9위)가 유일하다.
작년 2월 정식 서명을 마치고 발효를 눈앞에 둔 한·콜롬비아 FTA를 비롯해 우리나라가 체결한 FTA는 모두 10건, 48개국에 달한다. 올해에는 작년 12월 타결한 한·호주 FTA를 포함해 캐나다, 뉴질랜드, 인도네시아, 중국 등과 FTA를 맺을 가능성이 크다.
우태희 산업부 통상교섭실장은 "2003년 한·칠레 FTA를 시작으로 우리나라는 매년 하나꼴로 FTA를 맺었으나 올해는 최소 3~5개국과 체결해 FTA 최대 풍년(豊年)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해까지 맺은 FTA 10건의 상대인 48개국 GDP(국내총생산) 합계액(39조8554억달러)은 전 세계 총 GDP의 55%가 넘는다.
올해 중국을 포함해 5개국과 FTA를 맺으면 그 비중은 72%에 육박한다. 우리나라 교역액에서 FTA 체결국과 교역이 차지하는 비중은 61.5%로, 수출은 68%로 치솟는다.
산업부 관계자는 "현재 한국 정부는 기존 FTA의 업그레이드를 포함해 10여개의 FTA를 동시 추진 중"이라며 "이렇게 많은 FTA를 동시 추진하는 것만으로도 외국에선 놀라워한다"고 말했다. 'FTA 시장(市場)'에서 한국의 대우도 '갑(甲)'으로 올랐다.
박천일 무역협회 통상연구실장은 "우리나라가 'FTA 카드'를 여럿 갖고 있자 상대 국가들이 한국과의 협상 우선순위에서 밀리지 않기 위해 한국에 유리한 각종 제안을 해오고 있다"며 "FTA를 맺자고 러브콜을 보내는 곳도 많다"고 말했다.
◇협상 인력 및 전문성 부족은 취약점
일각에선 이런 동시 다발적 FTA 추진에 대해 우려의 목소리도 나온다. 산업부 내에 통상 전문 인력이 부족한 데다 소위 '전문가'인 외교부 인력들이 속속 친정으로 복귀하고 있기 때문이다.
인하대 정인교 교수는 "앞으로 산업부 관료들이 통상을 전담하면 협상 방향이 산업에 초점을 맞출 가능성이 크다"며 "전문성 등에서 취약점이 노출돼 협상이 제대로 진척되지 못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정부도 부담을 덜기 위해 올 상반기부터 일종의 'FTA 구조조정'을 할 방침이다. 세계적 관심사인 한·중 FTA는 올 상반기 관세 면제 예외 품목 등에 대한 구체적인 진전이 있을 것이라는 전망이 유력하다.
TPP(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 협상이 최근 지지부진한 점도 청신호(靑信號)이다. 한 통상 전문가는 "TPP가 올 6월 전에 타결이 안 되면 사실상 올해 안에 협상이 마무리되기 힘들다"며 "이 경우 한국도 TPP 공식 출범 전에 들어갈 기회가 훨씬 커진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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