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철수 서울대 융합과학기술대학원장은 자신의 정치적 입장이 '반(反) 한나라당 '임을 명확히 했다. 안 원장은 4일 오마이뉴스 인터뷰에서 "이번에 서울시장 선거를 다시 치르게 된 것은 한나라당이 문제를 촉발했기 때문"이라며 이번 보궐선거를 통해 "응징을 당하고 대가를 치러야 한다"고 했다. 그간 "안철수의 정체가 뭐냐"는 여야 정치권의 물음에 직접 답을 내놓은 것이다. 안 원장은 기존 여야 정당을 비판하며 무소속을 표방했지만 결국 무게중심은 '반한나라' 쪽에 있었다.
◆"한나라당은 역사 거스르는 세력"
안 원장은 "나는 역사의식을 가진 사람"이라며 한나라당을 "역사의 물결을 거스르는 세력"이라고 표현했다. 서울시장 출마를 고민하게 된 계기에 대해서도 "제일 중요한 것은 그 결과가 역사의 물결을 거스르면 안 된다는 점"이라며 "(한나라당은) 역사의 흐름을 거꾸로 가게 만들었기 때문에 거기에 대해서는 대가를 치러야 역사가 발전할 수 있다"고 말했다. 안 원장은 "또 다시 이상한 사람이 서울시 를 망치면 분통이 터질 것"이라고도 했다. 물러난 오세훈 시장을 비판한 것으로 받아들여졌다. 그러면서 한나라당이 '정치적 확장성'을 가지는 것에 반대한다고 했다. 서울시장 선거는 물론 내년 총선과 대선에서 한나라당 승리를 두고 보지만은 않겠다는 뜻으로 해석됐다.
그는 "나는 1970년대를 경험했다"면서 "(현 집권 세력을 보면서) 야, 이거 거꾸로 갈 수도 있구나 생각했다"고도 했다. 안 원장은 한나라당 출신인 윤여준 전 의원에 대해서도 "그분이 최근에 말하는 것들은 제 생각이 아니다"고 선을 그으며 "나는 좌우 스펙트럼이 넓은 사람"이라고 했다. 안 원장은 "이번 문제(서울시장 보궐선거)의 촉발은 한나라당이 했지만 그 혜택을 민주당 이 받을 자격은 없다"면서도 "야권과 후보 단일화는 얼마든지 논의가 가능하다"고 했다.
◆"정치만 하는 분보다 내가 뛰어나"
안 원장은 서울시장 출마를 앞두고 자신이 이 일을 잘할 수 있는지 고민했는데, 최근 들어 그 의문이 풀렸다고 했다. 그는 "행정이 별 게 아니더라"며 "어떤 분들은 정치 논리로 폄하하는 게, 중소기업 해봤으면서 어떻게 (서울시장 같은) 저렇게 큰 행정을 하느냐고 한다. 나처럼 조직 관리를 해 본 사람은 그런 말 들으면 피식 웃는다"고 했다.
안 원장은 "수영하는 사람은 수심 2m나 태평양이나 똑같다. 직원 300명 이상이면 대기업이고 나는 500명 이상을 경영해봤다. 조직 관리가 안 될 리 없다. 난 무(無)에서 유(有)를 만들었고 여러 난관을 극복했다"면서 "대학교에만 있던 분이나 정치만 하는 분보다는 (내) 능력이 뛰어나다"고 했다. 안 원장은 "기업 CEO 출신이 장관·행정직을 맡으면 실패하는 게 돈 버는 것에만 관심이 있었기 때문"이라며 "그러나 나는 공적 개념을 가진 CEO여서 사회 공헌을 생각하면서 경영을 해왔다. 정치만 한 분, 변호사 하다가 시정(市政)하는 분에 비하면 실력 차이가 하늘과 땅"이라고 했다.
그는 "이번 서울시장 선거가 내년 대선에도 연결되는데 그런 점도 고민하느냐"는 물음에 "일단은 이번만 생각한다. 이번에 어떤 식으로든 결정되면 (그 부분은) 앞으로 생각해야 할 것 같다"고 했다.
안 원장은 자신이 '제2의 박찬종'으로 거론되는 것에 대해 "(그때와는) 사회적 상황이 굉장히 다르다"고 했다. 그는 "(정치에) 한 번 들어가면 최소한 10년은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황대진 기자 djhwang@chosun.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