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의 속사정이 궁금하다. 뉴스의 행간을 속시원히 짚어 준다. [편집자 주]
최근 대기업 임원들의 고액 연봉이 공개돼 화제가 됐다. 각 기업의 전년도 사업보고서가 제출되는 이맘때면 나오는 자료로 별 새삼스러운 것은 없다.
임원은 치열한 경쟁에서 살아남아 이른바 ‘재계의 별’ 반열에 오른 사람들이다. 그래서 그에 따른 보상과 대우는 당연하며 조직 내에선 강력한 동기 부여가 되기도 한다.
하지만 많게는 1년에만 수십억원씩 받아가는 그들만의 세계를 바라보는 서민 가장들의 마은은 편치 않다. 보통의 월급쟁이들은 평생 벌어도 모을 수 없는 액수라는 점에서 부러움을 넘어 사회적 위화감과 좌절감마저 들게 하는 것이다.
‘상생과 공정’의 목소리가 높아지는 이때, 는 ‘임원들의 연봉은 왜 많을까’란 제목으로 그 속사정을 살펴본다.
▶ 대기업 임원 연봉은 얼마나 되나
= 기업 관련 정보제공업체인 재벌닷컴이 지난 10일 공기업과 금융회사를 제외한 매출액 상위 100대 기업의 지난해 임직원 연봉 현황을 분석, 공개했다.
이에 따르면 등기임원 가운데 사내이사의 평균 연봉은 8억7천만원으로 평직원보다 14배 가량 많았다.
연봉 순위 1위는 역시 대한민국 대표 기업인 삼성전자였다. 사내이사 1명에게 평균 59억9천만원이 지급됐다.
평직원들은 전년대비 27.4%나 연봉이 올랐음에도 사내이사 연봉의 1/69 수준이었다.
사내이사 연봉 2위는 SK이노베이션이 차지했고 39억8천만원에 달했다.
▶ 많이 일하니까 많이 받는 것 아닌가
=기본적으로는 그렇다. 공기업도 아닌 사기업이 시장 원리를 거스르면서까지 급여를 더 챙겨줄 리는 만무하다.
설령 이들에게 수십억원이 아닌 수백억원을 준다한들 회사에 더 많은 이익을 남긴다면 뭐가 문제냐는 게 재계의 논리다.
더구나 우리 기업들은 글로벌 기업으로 발돋움하고 있다.
이에 걸맞는 초일류 인재를 영입하기 위해서라도 파격적인 연봉 제시는 불가피한 측면이 있다.
하지만 문제는 그 정도가 합당한가 하는 점이다.
▶ 임원 연봉이 부당하게 많다는 것인가
= 최소한 일반 국민들의 정서와는 동떨어진 느낌이다.
일례로 삼성전자 사업보고서상의 1998년 등기이사 평균 연봉은 5억6천만원이었고 1999년까지도 6억6천만원 수준에 머물렀다.
그러던 것이 2000년 들어 14억8천만원으로 10억원대로 인상됐고 2001년에는 35억7천만원으로 껑충 뛰어 올랐다.
2009년부터는 등기이사 가운데 사내이사와 사외이사를 분리해서 공개했는데, 이때 사내이사 평균 연봉은 무려 108억까지 올라갔다.
전반적인 물가와 임금 상승률, 삼성전자의 매출 확대 등을 감안하더라도 상승세는 매우 가파르다고 볼 수 있다.
▶ 삼성의 예를 너무 일반화하는 것 아닌가
물론 그렇다. 하지만 국내 기업공시로는 구체적인 자료를 찾기가 쉽지 않다.
회사별로 임금 총액에 포함되는 범위가 각각 달라서 현실과 괴리된 통계가 나오기 때문에 별로 신뢰할 수 없다는 지적이다.
따라서 미국 기업들의 사례를 살펴보는 것이 현실적으로 유용할 수 있다.
사실 우리 기업 문화는 IMF 경제위기 이후 상당 부분 미국과 닮은꼴이 돼간다는 점에는 의미가 있다.
▶ 미국 기업들에 어떤 문제가 있나
= 미국 기업 CEO들의 연봉은 일반의 상상을 초월한다. 일반 노동자의 300~400배에 달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그런데 1960년대~1970년대에는 30~40대 정도에 그쳤다.
영미식 자유시장주의 비판가로 명성을 쌓은 케임브리지대 장하준 교수는 최근 저서에서 이를 두고 “미국 경영자들은 보수를 너무 많이 받는다”고 주장했다.
그는 “CEO 대 노동자의 보수가 30~40배에서 300~400배가 됐다는 말은 미국의 CEO들이 1960~1970년대에 비해 10배나 더 효율적이 됐다는 뜻”이라며 이게 납득할 법한 얘기냐고 말한다.
이런 이유로 인해 2008년 미국발 금융위기 이후에는 버락 오바마 대통령도 미국 기업들의 도덕적 해이를 자주 비판해왔다.
미국 기업 경영진들은 금융위기 이후 GM 같은 세계 굴지의 기업들이 파산할 때도 책임을 지기는커녕 거액의 연봉과 퇴직금을 챙겨갔다.
▶ 우리 기업들은 그 정도는 아니지 않나
=그런 극단적인 경우는 없지만, 연봉 격차가 커지고 있는 것은 사실이다.
우리 기업 임원들이 연봉 개념에는 미국과 달리 스톡옵션 가치가 포함돼있지 않다.
그런 점을 감안하면 임원과 직원간 연봉 격차는 지금 알려진 것도 훨씬 커지게 된다.
임직원 연봉 차이만 볼 게 아니라, 최근 10여년 사이에 일반 국민들의 살림살이가 얼마나 나아졌는지와 비교하면 그 차이는 더욱 현격해진다.
▶ 기업의 급여문제까지 거론하는 것은 부당한 간섭 아닌가
=물론 기업 스스로 알아서 할 일이다. 다만 기업의 사회적 책임과 주주들에 대한 책임은 감안해야 한다.
특히 현 정부 들어 수출 및 대기업 위주 정책을 펴온 것은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국민 혈세가 투여된 국가 재정의 혜택은 골고루 누려야 하는데 누군가 과실을 독식한다면 사회 통합을 저해하는 요인이 된다.
이런 측면에서 임원의 고액 연봉만이 문제가 아니다. 대기업과 중소기업간 급여 차이도 사회적 위화감과 양극화의 원인이 되고 있다.
▶ 결국, 기업에 맡겨야지 외부에서 강제할 수는 없지 않나
= 방법이 전혀 없지는 않다.
기업에 대한 규율을 강조하는 측에서는 기업 이사회 산하에 가칭 ‘보상 위원회’를 둬서 임원들에 대한 연봉 평가를 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김상조(경제개혁연대 소장) 한성대 교수는 CBS와의 통화에서 “이런 장치가 없다보니 회사 발전에 대한 보상이 아니라 재벌총수에 대한 충성 여부로 연봉이 결정된다”며 투명성이 확보되면 문제의 상당 부분은 풀린다고 지적했다.
반면 아직은 반대 목소리가 훨씬 크다.
자유기업원 김정호 원장은 “(지금도 등기이사 연봉은 웬만큼 공개하는데 추가적인 공개는) 프라이버시 침해”라고 잘라 말했다.
등기이사는 본인 스스로 전체 임직원의 급여를 포함한 회사의 중요 결정을 내리는 역할이란 점도 이를 강제하기 힘들게 하는 요인이다.
하지만 우리 기업들이 대부분 오너 체제라는 특수성을 감안하면 등기이사들도 대주주인 오너의 입김에 좌우된다는 점은 고려돼야 한다.
아무튼 대기업 임원들의 고액 연봉에 대한 주의 환기는 필요한 시점에 와있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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