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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름값 대책, 세금·서민 지원책은 쏙 뺐다

권영구 2011. 4. 7. 08:45

 

기름값 대책, 세금·서민 지원책은 쏙 뺐다

조선비즈 | 김종호 기자 | 입력 2011.04.07 03:09  


정부가 유가안정을 위해 올 1월 18일 발족했던 '석유가격TF(태스크포스)'가 6일 대책을 내놨다.

석유업계의 경쟁을 촉진하고 거래가격을 공개해 유가를 인하한다는 내용이다.

정부는 이를 위해 ▲온라인 석유시장 설립 ▲주유소의 석유제품 혼합판매 허용 ▲자가폴 주유소의 석유 공동구매 지원 ▲석유수입업 활성화 등 다양한 대책을 제시했다. 그러나 이들 대책은 과거에도 시도했다 실패했던 정책이 대부분이어서 실효성이 낮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특히 국내유가에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세금'은 손대지 않고, 화물트럭 운전자나 농어민, 화훼농가 등 기름에 의존해 온 한계자영업자 지원책도 없어 핵심이 빠졌다는 지적이다.

◆알맹이 없는 유가인하 대책

유가TF는 정유사가 '국제유가가 오를 땐 이를 국내유가에 빨리 반영하고, 국제유가가 내릴 땐 늦게 반영하는 방식'으로 추가 이윤을 얻는 이른바 '비대칭성'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정작 최종 발표 때는 '정유사가 부당이득을 취했다고 말할 수는 없다'고 밝혀, 비대칭성 문제를 제대로 파헤치지 못했다는 평가다.

지경부는 11월 말까지 한국거래소에 전자상거래 사이트를 개설, 온라인 석유시장을 설립키로 했다. 이어 2012년 말까지는 석유 선물시장을 개설한다는 방침이다.

공개시장을 통해 다양한 가격의 제품이 거래되면 정유사가 석유 공급가격을 국내 수급상황과 무관하게 국제시장 추이에 따라 결정하는 현재의 구조를 깰 수 있을 것이란 설명이다. 지경부는 이를 위해 석유업체들의 전자상거래 참여를 유도하기 위해 법인세와 소득세를 감면해줄 방침이다.

그러나 석유 전자상거래 사이트는 지난 2000년에 추진됐으나 참여하는 업체가 거의 없어 실패했고, 석유 선물시장도 2008년 추진됐다가 무산됐다. 정유업계 관계자는 "참여자가 다수인 싱가포르 시장과 달리 공급자가 4곳뿐인 국내 석유시장에선 거의 비슷한 가격으로 거래될 수밖에 없어 실제 효과는 없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4대 정유사 브랜드 주유소가 다른 정유사의 석유를 공급받아 섞어 판매할 수 있도록 하는 '혼합판매'에 대해서는 국내 1·2위인 SK와 GS가 강력 반발하고 있다. SK에너지 관계자는 "혼합판매를 전면 허용하면 주유소 수가 많은 정유사에 절대 불리하고, 기름 품질관리가 제대로 되지 않는 등 문제점이 많다"고 지적했다.

자가폴 주유소(4대 정유사 브랜드가 아닌 독자브랜드 주유소) 활성화는 석유시장의 경쟁을 촉진해 가격을 낮추기 위한 대책이다. 그러나 전국 주유소 수가 1만3000여개로 거의 포화상태인 시장에서 정부가 자가폴 주유소를 인위적으로 확대하는 것은 한계가 있다.

◆'세금'문제는 손대지 않아

석유가격TF는 지난해 국내유가구조를 분석한 결과 세금부분이 54.7%로 가장 많았고, 정유사의 수입가·이윤이 39.6%, 주유소의 영업비·카드수수료·이윤이 5.7%를 차지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정부는 국내유가에서 가장 높은 비중을 차지하는 '세금'에 대한 대책은 내놓지 않았다. 지경부 관계자는 "세금 문제는 처음부터 고려 대상에서 제외했다"고 전했다.

세금이 빠진 유가대책에 대해 비난 여론이 거세지자 김황식 총리는 6일 국회에서 "세수와 에너지 전략에 미치는 영향을 종합적으로 검토해 유류세 인하 부분도 검토할 생각"이라고 말했다. 요지부동 자세에서 일단 한발 물러선 셈이다. 그러나 기획재정부는 현재 배럴당 113.54달러(5일 두바이유 가격)인 국제유가가 최소 130달러 이상은 돼야 유류세 인하를 검토할 수 있다는 입장이어서 실제 유류세 인하까지는 상당 기간이 지나야 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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