햇볕같은 이야기

마침내 솥이 다 걸렸습니다.

권영구 2009. 3. 31. 15:06

 

□ 마침내 솥이 다 걸렸습니다.

 

  한 젊은이가 중이 되기 위해 어떤 절에 들어갔습니다.
노승이 시험에 합격하면 받아주겠다고 했습니다.
마침 솥을 새로 걸던 참이어서 이 젊은이에게 걸라고 했습니다.
젊은이는 행여 노승의 마음에 안 들면 시험에서 떨어질 수도 있으니 서툰 솜씨나마
정성껏 솥을 걸고 쇠손으로 미장을 했습니다.
  마침내 솥이 다 걸렸습니다. 그런데 노승은 "이쪽이 기울었네. 다시 걸게"
젊은이는 솥을 내리고 균형을 맞춘 다음 다시 작업을 했습니다.
  마침내 솥이 다 걸렸습니다. 그런데 노승은 "솥의 방향이 틀렸네 다시 걸게"
젊은이는 솥을 내리고 방향을 맞춘 다음 다시 작업을 했습니다.
  마침내 솥이 다 걸렸습니다. 그런데 노승은 "바닥 청소도 안하고 걸었나?"
젊은이는 솥을 내리고 깨끗이 닦은 다음 다시 작업을 했습니다.
  마침내 솥이 다 걸렸습니다. 그런데 노승은 "무쇠에는 기름칠을 해야 하네"
젊은이는 솥을 내리고 정성껏 기름을 칠한 뒤 다시 작업을 했습니다.
  마침내 솥이 다 걸렸습니다. 그런데 노승은 "어쩐지 마음에 안 들어 다시 걸게"
젊은이는 솥을 내리고 다시 과정을 반복하여 작업을 했습니다.
  마침내 솥이 다 걸렸습니다. 그런데 노승은 "솥이 바뀌었네. 저걸로 다시 걸게"
젊은이는 솥을 내리고 다른 솥으로 바꿔 다시 작업을 했습니다.
  마침내 솥이 다 걸렸습니다. 그런데 노승은 "원래 솥이 더 어울리는 것 같네"
젊은이는 솥을 내리고 아까 그 솥으로 다시 작업을 했습니다.
  마침내 솥이 다 걸렸습니다. 그런데 노승은 "아궁이를 저쪽으로 옮기는 게 좋겠네"
젊은이는 솥을 내리고 아궁이를 옮겨 다시 작업을 했습니다.
  마침내 솥이 다 걸렸습니다. 그런데 노승이 젊은이에게 말했습니다. "계속 일을 반
복하는 게 자네는 화가 나지도 않나?"
 "세 번 까지는 화가 났습니다. 그러나 분명 무슨 뜻이 있을 거라 생각하니 오히려 기
대가 되었습니다. 앞으로 몇 번이든 더 반복할 자신이 있습니다."
 "다른 사람들은 보통 세 번이면 화를 내고 내려가 버리는데 자네는 아홉 번까지 참았
네. 오늘부터 자네의 이름은 구정(九鼎)이네 구정!" 


 구정선사라는 분의 젊었을 때 일화가 생각나서 한번 기억을 더듬어 써 봤습니다.

'햇볕같은 이야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머리 드리밀고 보기  (0) 2009.04.08
에잉∼ 요즘 엿장수 맘에 안 들어  (0) 2009.04.03
마음과 정성을 듬뿍 담아서  (0) 2009.03.31
용광로의 불씨  (0) 2009.03.31
산에 올라  (0) 2009.03.2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