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이야기

[도서평론가 추천도서 112] ...기적의 사과

권영구 2019. 10. 17. 10:09


- 기적의 사과 -

기무라 씨는 꿈이 있었다. 무 농약으로 사과를 재배한다. 그것이 자신의 천명이었다. 하지만 6년이 지나도 결실은 맺히지 않았다. 할 수 있는 일은 모두 했다. 더 이상 해야 할 일은 아무것도 없었다. 그의 꿈은 무너졌다. 그는 자살하기 위해서 밧줄을 가지고 이와키 산을 올랐다. 그리고 밧줄을 나뭇가지에 던졌는데 엉뚱한 곳으로 날아갔다. 밧줄을 찾기 위해 산비탈을 내려간 기무라 씨의 눈에 도토리나무가 서 있었다. 마치 마법의 나무처럼 반짝반짝 빛을 발하고 있었다. 넋을 잃을 정도로 아름다운 도토리나무였다. 농약을 안 썼는데도 저 나무엔 저렇게 잎이 많을까. 해충도 없었고 벌레 먹거나 병으로 색이 변한 잎이 전혀 없었다. 그 이유는 흙이 전혀 달랐기 때문이다. 땅은 잡초가 제멋대로 자라 발이 빠질 정도로 깊었다. 그렇게 부드러운 흙을 만져 보는 건 처음이었다. “바로 이거다. 이런 흙을 만들면 된다.” 마침내 6년 만에 답을 찾았다.

1991년 가을, 태풍이 아오모리 현을 휩쓸어 사과 농가들이 치명적인 피해를 입었다. 사과가 거의 다 떨어졌을 뿐 아니라, 사과나무까지 바람에 넘어가는 피해를 입었다. 아오모리 현 내의 사과 피해액만 해도 742억 엔을 넘었다. 그런데 기무라 씨의 밭 피해는 아주 가벼웠다. 다른 밭에서 뽑힌 사과나무가 날아올 정도로 거센 바람이 불었는데도 80% 이상의 열매가 가지에 붙어있었다. 사과나무는 꿈쩍도 하지 않았다. 뿌리가 보통 사과나무보다 몇 배 깊이 뻗어 있다는 이유 뿐만은 아니었다. 무 농약 재배를 해오면서 기무라 씨가 발견한 불가사의한 일이 있다. 말라 죽어 가는 사과나무 한 그루 한 그루를 돌며 말라 죽지는 말아 달라고 포옹하며 부탁하고 돌아다녔을 때의 일이다. 기무라 씨가 말라 죽지는 말아 달라고 부탁하지 않은 나무들은 한 그루도 남김없이 전부 말라죽었다. 너무나 신기한 일이었다.

기무라 씨는 어느 날 특별한 걸 발견했다. 사과나무 잎 한가운데에 둥근 구멍이 뚫려 있었다. 이 구멍은 벌레가 낸 구멍이 아니다. 벌레는 절대 이런 모양으로 잎을 갉아 먹지 않는다. 그래서 오랫동안 관찰했는데, 어느 날 구멍 뚫린 잎 옆에 반점낙옆병 특유의 갈색 병반이 나타난 잎을 발견하고 지켜봤는데, 병에 걸린 부분이 바짝바짝 말라 갔다. 잎이 그곳만 수분 공급을 끊었다. 그러는 사이 병반 부분만 똑 떨어져 나가고 구멍이 뚫렸다. 그리고 그 구멍이 뚫린 다음 작은 잎이 점점 커졌다. 잎을 잃은 만큼 보충을 했다. 밭에 비료를 주던 시절에는 병에 걸려도 이런 구멍이 안 생겼다. 사과나무는 본래 가지고 있던 자연의 힘을 이끌어 냈다. 알면 알수록 자연은 정말 대단하다.

사과 무 농약 재배에 30년 가까운 세월을 바쳐 온 기무라 씨가 만든 사과를 기적의 사과라 부른다. 그 사과는 구하는 것 자체가 힘들다. 그의 사과 판매는 유통 경로를 밟지 않는다. 진정한 의미의 산지 직송이다. 직접 주문을 받아 생산자인 기무라 씨가 구매자에게 택배로 보낸다. 너무 유명해져서 생산량이 주문량을 따르지 못하는 상황이 이미 몇 년째 계속되고 있다. 현재는 유명인사가 되었고, 전국적으로 그를 따르는 사람들이 넘쳐 났다. 최근에는 해외까지 무 농약 재배법을 가르치러 다닌다. 요즘 들어서는 인생 상담 팩스가 상당히 늘었다. 얼마 전에는 얼굴이 무섭게 생긴 형님 셋이 커다란 외제 차를 타고 찾아 왔다. 용건이 뭐냐고 물었더니 전화를 바꿔주면서 텔레비전을 보면서 눈물을 흘렸다. 아주 오랜만에 울었다.“라고 하더라. 조폭 두목이었다. ’언젠가 당신과 식사 한번 하고 싶다....

기무라 씨는 무 농약 재배를 위해 온 가족이 죽을 고생을 했다. 돈이 없어서 아는 사람들은 모두 찾아다녔고, 먹을 게 없어서 굶는 게 다반사였고, 스트레스로 가족들에게 항상 화를 내는 사람이었다. 그리고 스스로 목숨을 끊으려고도 했었다. 그는 조언한다. ‘한 가지에 미치면 언젠가는 반드시 답을 찾는다.’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