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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대 총장 지켜보는 가운데 교수들에게 강의한 청원경찰

권영구 2013. 8. 16. 11:37

서울대 총장 지켜보는 가운데 교수들에게 강의한 청원경찰

  • 최희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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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입력 : 2013.08.16 03:00

    주경야독 만학도 박주영씨, 법인화 이후 인사제도 연구
    오연천 총장이 사연 듣고 "교수들이 들어야" 강의 주선

    
	지난 13일 서울대 총장과 교수들이 모인 확대 간부회의에서 서울대 소속 청원경찰 박주영(37)씨가 강의를 하고 있다.
    지난 13일 서울대 총장과 교수들이 모인 확대 간부회의에서 서울대 소속 청원경찰 박주영(37)씨가 강의를 하고 있다. 그는 현장 직원으로서 바라본‘서울대 법인화 이후 인사제도의 문제점’에 대해 10여분동안 강의했다. /서울대 제공
    "현장에서 근무하는 직원으로서 주경야독(晝耕夜讀)해 쓴 논문을 이렇게 발표하게 돼 정말 영광입니다."

    13일 오전 9시 30분 서울대 대학본부 4층 회의실. 오연천 총장과 본부 주요 보직 교수들이 모인 확대 간부회의에서 청원경찰 제복을 입은 박주영(37)씨가 강의를 시작했다. 박씨는 서울대 교내를 순찰하고 경비하는 청원경찰로, 청원경찰이 서울대 교수들을 대상으로 강의한 건 이번이 처음이다.

    10여분 동안 진행된 강의에서 박씨는 현장 직원으로서 바라본 서울대 법인화 이후 인사제도의 문제점을 지적했다. 교수들이 미처 듣지 못했던 서울대 내 하위 직급 직원들의 다양한 목소리를 인터뷰해 직급, 입사 시기, 직종별로 법인화에 대한 다양한 찬반 여론이 있음을 보여줬다. 그는 "9명인 직원 인사위원회에 이들이 1명도 참여하기 힘든 현실을 타개해야 법인 서울대의 앞날이 밝아질 수 있다"는 해결책도 내놨다. "민감한 문제를 심도 있게 정리했다"는 교수들의 평가가 이어졌고 "박씨의 의지와 포부에 감동했다"는 말도 나왔다.

    박씨의 이번 강의는 일주일 전 우연한 계기로 성사됐다. 오 총장이 동국대 행정대학원 석사과정(야간)에 다니던 박씨의 사연을 전해 들었고, 박씨의 석사 학위 논문인 '국립대 법인화에 따른 인사제도 변화에 관한 연구'를 보게 됐다. 오 총장은 "어려운 여건 속에서도 교수들이 생각하지 못한 서울대의 미래를 제시했다"며 박씨의 강의를 주선했다.

    2010년 서울대 관리과 소속 방호원으로 고용된 박씨는 전문대 출신이었지만 학업에 대한 열망을 버리지 않고 이듬해 야간 대학원에 입학했다. 박씨는 "전문대를 졸업하고 외국계 보험사 관리직으로 7년간 일했지만 줄곧 공부에 대한 열망을 버리지 못했다"며 "평소 국가 정책을 제안하고 만드는 일에 기여하고 싶다는 생각을 해왔기 때문에 행정학을 선택하게 됐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