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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못내렸다" 떼쓰니 지하철도 뒤로 간다

권영구 2011. 12. 12. 10:11

 

"못내렸다" 떼쓰니 지하철도 뒤로 간다
7호선 중계역 가다 하계역行 - 승객 1명 "출입문 안열렸다" 비상전화로 기관사에 폭언
첫 후진운행 나쁜 선례 - 확인 결과 출입문 정상작동, 다른 승객들 "우리는 뭐냐"
조선일보|
최인준 기자|
입력 2011.12.12 03:29
|수정 2011.12.12 09:33
 
11일 오후 지하철역에서 내리지 못했다는 승객 한 명의 항의를 받고 지하철 전동차가 전(前) 역으로 되돌아가는 일이 벌어졌다.

전동차 운행을 책임지고 있는 도시철도공사는 비상 상황이 아님에도 뒤따르는 열차의 운행까지 늦춰가며 '역주행'을 한 것으로 나타나 논란이 일고 있다.

서울도시철도공사 (5~8호선)에 따르면 이날 오후 3시 45분쯤 지하철 7호선 하계역을 출발해 중계역으로 향하던 전동차 7186번 차량이 "하계역에서 내리지 못했다"는 승객의 항의를 받았다. 나이가 60~70대로 추정되는 이 남자 승객은 차량 객실 내 '비상 통화장치'를 통해 기관사에게 전화했다.

↑ [조선일보]

 

이에 따라 차량은 170m가량을 '역주행'해서 하계역으로 돌아갔다. 승객을 태우고 운행 중인 전동차가 역주행한 것은 이번이 처음으로 이 구간 지하철 운행이 3분가량 지연됐다.

도시철도공사 관계자는 "한 승객이 '하계역에서 내려야 했는데 출입문이 안 열렸다'며 1분가량 폭언과 욕설을 섞어 운전실에 강하게 항의했다"며 "기관사가 관제센터에 이를 보고한 뒤 허락을 받고 하계역으로 다시 돌아갔다"고 밝혔다.

그러나 확인결과 처음 하계역 정차 당시 객차의 문은 정상 작동한 것으로 밝혀졌다. 더구나 오후 3시 47분 하계역에서 하차한 이 승객은 생명에 지장이 있거나 위급한 상황도 아니었다. 그럼에도 해당 기관사와 종합관제센터에서는 별다른 확인 절차도 거치지 않고 승객 한 명의 생떼에 유례없는 역주행을 한 것이다.

도시철도공사는 '안전 매뉴얼'에 따라 이번 조치를 취했기에 문제가 없다고 주장하고 있다. 그러나 '도시철도공사 전동차 운전 취급 규정'에 따르면 역(逆)방향으로 가는 '퇴행(退行) 운전'은 ▲선로 전방에 문제가 있어 안전을 위해 진행을 할 수 없는 경우 ▲열차가 승강장의 정위치에 서지 못했을 경우 단 두 가지뿐이다. '승객 항의가 있으면 퇴행할 수 있다'는 식의 내용은 이 규정에 포함돼 있지도 않다.

도시철도공사 측은 "전동차에 기관사가 한 명밖에 없고 승객이 '손해배상을 청구하겠다'며 강하게 나오자 기관사가 당황했다"며 "하계역은 평소 이용 고객이 많아 혹시나 다른 승객도 내리지 못했을 수 있다는 판단하에 관제센터에서 퇴행 조치를 결정한 것"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이는 매뉴얼상의 퇴행 규정과는 거리가 먼 내용이다.

지하철 이용객들은 "떼만 쓰면 앞으로도 지하철을 퇴행시킬 것이냐"는 반응이다. 한 시민은 "이런 선례가 생기면 앞으로 비슷한 방식의 항의가 제기될 때 어떡하려고 그러는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또 "한 사람의 터무니없는 주장 때문에 다른 승객들이 겪은 불안과 불편은 어떡하느냐"는 의견도 나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