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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hy뉴스] 외교부는 왜 귀국 권고를 내리지 않는 걸까?

권영구 2011. 3. 21. 10:58

 

[Why뉴스] 외교부는 왜 귀국 권고를 내리지 않는 걸까?

노컷뉴스 | 입력 2011.03.21 07:21 |

[CBS 권영철 선임기자]

뉴스의 속사정이 궁금하다. 뉴스의 행간을 속시원히 짚어 준다. [편집자 주]

일본 방사능 공포가 확산되면서 영국, 프랑스 이탈리아, 호주를 비롯해 미국과 중국까지 자국민들에 대한 철수에 나서고 있다.

그러나 대한민국 정부는 신중한 기조를 유지하면서 사태를 관망하고 있다.

외교통상부 홈페이지에는 연일 귀국권고 조치를 내려달라는 유학생과 교민,일반 국민들의 요구가 빗발치고 있다.

 

외교통상부 홈페이지에는 "여진이나 원전피폭이 우려되는 지역에 자국민들에 대해 대피권고만을 하고 귀국권고를 하지 않는 것은 참 안일한 일이라고 생각 된다"라거나 "더 늦기 전에 귀국권고 조치 내려달라", "구조대원들 빨리 귀국시키라"라는 등의 글들이 올라오고 있다.

그러나 외교부는 홈페이지에 "교민들의 안전을 위해 대피권고를 했고 귀국하고자 하는 교민들을 위해 재외공관과 항공사 등의 협조를 통해 적극 지원하겠다"라면서도 "60만 명의 국민 모두를 모셔올 수도 없고 다 귀국을 희망하지도 않는다"고 밝혔다.

그래서 21일 'Why뉴스'에서는 '외교부는 왜 귀국 권고를 내리지 않는 걸까?'라는 주제로 그 속사정을 알아보고자 한다.

▶ 일본에 거주하는 외국인들의 철수가 어느 정도 이뤄지고 있나?

= '일본 대탈출' 또는 '일본 엑서더스'라고 표현할 정도로 일본에 체류하는외국인들의 일본 철수가 급증하고 있다.

미국은 후쿠시마 원전 반경 80㎞ 내 체류하는 자국민들에게 다른 지역으로 떠나거나 대피시설로 가라는 권고를 한 데 지난 17일에는 도쿄, 요코하마, 나고야 일대의 공관원과 가족 등 600여명에게 자발적인 대피를 권하는 '철수인가'를 내렸다.

철수인가는 '철수명령'보다는 낮은 단계의 권고이지만 미 국무부 관계자가 "전세기를 동원해 일본 내 미국인들의 출국을 지원할 것"이라고 밝혀 사실상 소개 령임을 시사했다.

영국 정부는 일본 동북지역은 물론 후쿠시마 원전에서 273km 떨어진 도쿄 거주 영국인들에게 철수를 권고하고 전세기를 동원해 이들의 철수를 돕기로 했다.

프랑스 정부도 자국민에게 일본 남부로 이동하거나 본국으로 귀환할 것을 권하면서 철수 지원을 위해 항공기 2대를 파견한다고 했다.

스위스와 뉴질랜드 정부는 후쿠시마 원전 반경 80km 이내 자국민에 대한 대피령을 내렸다.

중국은 지난 15일부터 미야기 현, 후쿠시마 현, 이와테 현, 이바라키 현에 거주하는 자국민 철수를 시작했다.

이라크와 크로아티아 등 8개국은 아예 대사관을 폐쇄했으며 독일 등 일부 나라는 도쿄 소재 대사관 업무를 오사카 내 영사관 등 다른 지역으로 옮겨 진행하기로 했다.

▶ 피해지역 주변의 일본인들도 주변국으로 탈출하고 있다던데?

= 일본인들의 경우 외국인과 비교해서 탈출이라고 할 정도는 아니지만열도를 떠나는 일본인들이 점점 많아지고 있다고 한다.

불안이 가실 때까지 일단 외국으로 피해 있다가 사태가 진정되면 돌아가겠다는 생각들인 것 같다.

지난 토요일 일본 도쿄 하네다 공항에서 귀국한 사람의 말에 따르면 일본을떠나려는 사람들로 공항이 북새통을 이뤘는데 외국인보다는 일본인이 더 많았다고 한다.

일본인 중에는 마스크를 단단히 채운 아이들과 함께 한 경우가 많았는데후쿠시마 원전사고 상황이 길어지고 방사능 위험이 커지면서 자녀들이라도 해외로 대피시키려는 심정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일본인들 중에는 특히 한국으로 떠나는 사람이 많았는데,. 다른 나라보다 가깝고 방사능에서 안전한 이유 때문인 것으로 풀이된다.

외국으로 떠나기 어려운 일본인 중에는 좀 더 안전한 오사카나 후쿠오카 등 떠나는 사람들도 늘어나고 있다고 한다.

외교통상부 홈페이지에는 일본인들의 입국에 대해 신중해야 한다는 글들도눈에 띠고 있다.

▶ 오늘의 주제로 돌아가서 우리 교민들에 대해서는 귀국 권고가 내려졌나?

= 아직 귀국 권고가 내려지지 않았다.

일본 대지진 발생이후 정부의 조치가 두 번 있었는데 지난 13일 후쿠시마 원전30km이내 지역을 여행경보 3단계(여행제한)로 지정하고 원전 인근에 체류하고 있는우리 국민에게 대피권고를 했다.

두 번째 조치는 원전 폭발로 인한 상황이 악화됨에 따라, 지난 17일 후쿠시마 원전 인근 80km이내 지역 체류국민들로 하여금 대피할 것과 대피가 불가능하면 외출을 삼가고 실내에 머물러있을 것을 권고했다.

정부의 공식적인 조치는 이 두 번이다.

물론 외교통상부는 "우리국민들의 안전을 최우선적으로 고려하면서 철저하게대비하고 있다는 입장이다.

외통부 민동석 2차관은 "정부는 상황이 악화되어 국민들의 긴급대피가 필요하다고 판단되는 경우 전세항공기, 선박, 군수송기, 해경경비함, 군함 등 모든 수단을 총동원해서 일본에 체류하는 국민들의 대피를 지원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 다른 나라들과 비교하면 미온적인 대처가 아닌가?

= 정부의 교민들에 대한 조치가 미온적이라고 단정적으로 얘기하기는 어려운 측면이있지만 외국 여러 나라들과 비교하면 분명히 소극적인 대응을 하고 있는 건 틀림없다.

외교통상부 홈페이지에 가면 지난주부터 귀국권고를 내려달라는 요구가 빗발치고 있다.

진 모씨는 "특별기를 마련했지만 비행기가 만석이 되지 않았다는 도쿄 영사관의 글을 보았습니다. 아무리 비행기를 증편하시고 특별기를 보내셔도...지금 자국민 철수를 하지 않는 한 고국으로 돌아오고 싶어도 돌아 올 수 없는 분들이 너무 많이 있습니다"라면서 "저희 신랑도 그리고 제가 아는 많은 지인들도 아직도 일본에서 자국민 철수만을기다리고 있습니다"라는 글을 올렸다.

도쿄에 근무하는 한 기업 주재원은 '주재원들에 대한 철수 명령을 하루빨리 내려주시기 바랍니다.'라는 글에서 "도쿄에 거주하는 영미권 기업 주재원들은 진작에 자국으로 철수했다고 들었습니다. 한국 기업 주재원들만 끝까지 남아서 일을 하고 있는데요, 아시다시피 도쿄도 매우 위험한 상황입니다. 빨리 도쿄에 거주하는 주재원들에 대한 철수를 권고해주세요. 기업인들은 정부의 입김에 매우 민감합니다. 정부에서 권고명령을 내리지 않으면 철수하기 힘듭니다"라고 밝혔다.

김 모 씨는 일본 정부가 "방사능 누출 목숨 위협할 정도로 위험하다"고뒤늦게 공식 인정했다는 기사를 링크하면서 "이래도 일본 교민 귀국 권고 안 내립니까?다 죽으면 군함으로 실어오려고요? 이 나라 외교부는 어디 있습니까?"라는 글을 올렸다.

외교부 홈페이지에 올린 글들은 일본 현지의 유학생이거나 주재원 또는 그 가족들이대부분인 것으로 보인다. 글의 제목들도 '빨리 귀국권고조치 내려달라구요..', '유학생입니다.' '왜 귀국권고를 하지 않는 것입니까?' 등에서 부터 '차라리 제가 대통령을 하겠습니다.'라는 제목에 이르기까지 다양하다.

외교부의 공식입장은 "교민의 안전을 최우선적으로 고려해서 모든 정책과 대책을 강구하고 있다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이다.

▶ 각 방송사 취재인력들도 철수했지 않았나?

= 그렇다. 일본 대지진이 일어난 직후 일본에 취재인력을 특파했던 언론사들이일부 특파원을 제외한 대부분의 취재인력을 철수시켰다.

CBS도 센다이 지역까지 취재에 나섰지만 원전 폭발이 가시화되면서 취재인력을 철수시켰다.

KBS, MBC, SBS 등 방송 3사도 일본에서 특파원을 제외한 취재인력 대부분에 철수 명령을 내린 상황으로 파악되고 있다.

KBS는 14일 후쿠시마 지역 취재진에 철수 명령을 내렸고 15일에는 도쿄지부 소속 취재 인력과 지원 인력 일부만 남긴 채로 취재진에 대부분에 대해 철수를 결정했다.

MBC의 경우 현재 PD들은 철수를 완료한 상황이고 기자를 포함한 10명 내외의 취재진은 철수를 진행 중인데 도쿄 특파원 2명을 제외한 취재 인력의 다수가 곧 철수할 것으로 알려졌다.

일본 대지진 피해 현장에 급파돼 구조작업에 나섰던 우리 정부의 긴급구조대 전원도센다이 지역에서 사실상 철수했다.

정부 관계자는 "센다이 지역에 머물고 있던 구조대원이 니가타에 있는 본대와 합류할 예정"이라고 밝혀 구조대원 전원이 센다이 지역에서 니가타로 이동한 것으로알려졌다.

▶ 그렇다면 정부는 왜 교민들에 대해 귀국권고를 내리지 않는 거냐?

= 정부도 고민을 하고 있지만 현실적으로 교민 철수를 공식화하기에는부담이 크기 때문으로 보인다.

외교부가 홈페이지에 올린 '외교통상부에서 알려드립니다.'라는 글을 보면 "일본에는 약 60만 명의 우리국민이 체류하고 있습니다. 이중에는 주재원이나 유학생처럼 상대적으로 단기 체류하는 분도 계시지만 재일동포로서 수십 년간 일본에 살면서 삶의 터전을 둔 분들이 더 많습니다. 이 분들을 다 모셔올 수도 없을 것이며, 다 귀국을 희망하지도 않을 것입니다"라는 표현이 있다.

귀국 권고 대상을 제일교포 전체로 할 건지 단기체류자로 할 건지, 대한민국 국적자로할 건지 이를 나누기가 어렵다는 점이다.

정부에서는 귀국 권고 또는 철수를 명문화하지는 않겠지만 귀국을 희망하는 교민들은조속히 귀국할 수 있도록 지원하겠다는 입장을 밝히고 있는 것이다.

무엇보다 정부가 고심하는 이유는 일본과 가장 가까운 우리가 철수령을 내릴 경우일본사회가 공황상태에 빠질 수도 있기 때문이다.

외교통상부 민동석 2차관이 브리핑을 하면서 "너무 극단적인 상황을 자꾸 가정해서물어보는 자체가, 그리고 그것에 대해서 표현하는 것 자체가 국가적 재난으로부터고통을 받고 있는 일본 국민들에 대한 예의가 아니라고 생각한다"라고 말했다.

정리를 하자면 60만 명이나 되는 교민들 전원을 철수 시킬 수 없는 상황이고또 한국이 귀국 권고 같은 철수령을 내리는 것이 일본 국민들에 대한 예의가아니라고 판단하고 있는 것이다.

민동석 차관은 그러면서 "우리는 일본하고 이웃하고 있고 여차하면 신속히 대피할수단이 있어서 심리적 불안감이 크지 않지만 프랑스나 독일, 영국 등은 멀고 위험에 대한 느낌이 충분히 다를 수 있기 때문에 유럽의 어떤 특정 국가가 어떤 권고를 내렸다고 해서우리가 반드시 그에 준해서 따를 필요는 없다"고 말했다.

▶ 그렇지만 교민들의 안전에 대한 우려는 높은 것 같은데?

= 그렇다. 교민들의 안전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높은 것이 사실이다.

외교통상부 홈페이지에 올라온 글을 보면 "일본과 한국의 우호관계도 중요하지만 지금 더 중요한 것은 자국민의 안전으로 생각됩니다. 우리 국민들에게 하루 빨리 귀국 권고조치를 내려주세요" 또는 "왜 다른 나라는 자국민 우선인데 우리나라는 일본과의 관계가 우선입니까? 왜 귀국권고조치하고미리미리 대피시키면 일본이 싫어할까봐 그런 생각 하십니까?" 등의 내용이 있다.

특히 "일본인들이 방사능을 피해 한국으로 많이들 입국하고 있다는 군요. 그 일본인들을 위해 법무부에서는 입국절차를 간소화한다는 아주 발 빠른 조치를 취하셨더군요..일본이라고 하면 이렇게 발 벗고 나서면서 정작 우리국민들을 위해서는 뭘 하고 있는 겁니까? 언제까지 오도 가도 못하면서 기다려야 합니까?"라며 정부를 비난하는 글들이 적지 않다.

정부의 공식적인 귀국 권고가 없이 귀국할 경우 비자연장 등에서 불이익을 받는 경우도 있다고 한다.

일본에서 박사과정 공부를 하는 이 모 씨의 경우 정부의 귀국권고 조치도 없고 지도교수의 귀국허가가 없어서 귀국을 하지 못하고 있다고 한다.

특히 귀국권고가 없는 상황에서 급히 한국으로 들어간 유학생, 직장인 등이 비자연장신청 또는 리엔트리신청을 하지 못하고 들어온 사람들이 한국 내에서 신청이 불가능해 다시 일본으로 돌아가는 경우도 있다고 한다.

정부가 지금 상황에서 외교를 중시할 건지, 아니면 교민들의 안전을 최우선으로 고려할건지 고민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는 건 이해가 가지만 소극적으로 마냥 기다리기 보다는 좀 더 적극적인 대응이 필요해 보인다.
bamboo4@cb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