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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혈연보다 질긴 악연' 이재오-박근혜…'2012대선'은 마지막 승부?

권영구 2011. 2. 22. 10:15

'혈연보다 질긴 악연' 이재오-박근혜…'2012대선'은 마지막 승부?
[스포츠서울닷컴] 2011년 02월 22일(화) 오전 09:15 

 

[스포츠서울닷컴ㅣ정진이기자] 지난 21일 한나라당 내 개헌특별기구가 구성되며 '개헌 봉화'가 이재오 특임장관의 손에서 한나라당으로 넘어갔다. 개헌 불씨를 외로이 지펴오던 이 특임 장관은 부담을 한시름 덜었지만 이 과정에서 생긴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와의 갈등의 골은 깊어만 간다.

지난 10일 이 특임장관이 자신의 트위터에 올린 '다윗과 골리앗' 비유도 '골리앗이 박 전 대표를 겨냥한 것 아니냐'는 논란을 불러 일으켰다. 이 트윗에서 그는 스스로를 다윗으로, 개헌 반대자를 골리앗으로 묘사했다.

"특정인을 마음에 둔 것은 아니다"라는 이 특임장관의 답변에도 불구하고 박 전 대표와의 불편한 관계는 계속 이어지고 있다. 정치권에서는 "박 전 대표 견제를 위한 개헌"이라는 말까지 나왔다. '국회 개헌은 어렵다'는 정치권의 전반적 분위기에도 불구하고 이 특임장관이 개헌의 불씨를 계속 살리는 의도가 의심스럽다는 것이다.

개헌에 반대하는 인사가 한 둘이 아닌 가운데 유독 박 전 대표의 이름이 거론되는 것은 이 특임장관과 박 전 대표 사이의 반세기 가까운 악연이 그 배경을 이루고 있다.

이 특임장관은 정계 입문 전 30년을 민주화운동에 '올인'한 인물이다. 이 과정에서 그는 5차례에 걸쳐 12년여를 감옥에서 보냈다. 그 중 박정희 전 대통령 시절 말인 1979년에는 5년형을 선고 받기도 했다. 이 특임장관이 박 전 대표의 아버지 탓에 '고난의 세월'을 보내는 동안 박 전 대표는 궁궐 속 '공주'로 지낸 셈이다. 이 특임장관의 입장에서 본다면 박 전 대표에 대한 원망은 자연스럽게 생길 수밖에 없다.

실제 박정희 전 대통령과 그의 딸 박근혜에 대한 이 특임장관의 반감은 상당하다. 그는 지난 2004년 당 대표경선을 앞두고 "박근혜 대표는 유신 그 자체이며 독재의 한가운데에 있었다. 독재자의 딸이 당 대표가 되면 한나라당은 망한다"라고 박 전 대표를 강하게 비난한 바 있다.

이 특임장관과 박 전 대표의 해묵은 악연은 이 특임장관이 정계에 입문한 후에도 이어졌다. 그 중 대표적인 것이 지난 2007년 한나라당 대선후보 경선이다. 이 특임장관은 박 전 대표의 라이벌인 이명박 후보 캠프를 진두지휘 했다. 이명박 후보의 경선 승리를 이끌며 박 전 대표가 대선으로 가는 길을 가로막은 것. 박 전 대표의 아버지에게 받은 시련을 고스란히 딸에게 갚았다.

이명박 대통령의 당선 후, 둘의 악연은 더욱 깊어졌다. '왕의 남자'로 2인자의 자리에 오른 이 특임장관이 박 전 대표를 향해 칼을 겨눈 것. 그는 지난 2008년 18대 총선에서 이뤄진 이른바 '친박계 공천학살'로 박 전 대표의 정치적 손과 발을 잘라냈다. 공천과정에서 김무성 현 원내대표, 유기준 의원, 박종근 의원(이상 한나라당) 등 친박계 의원들을 대거 낙천시키며 박 전 대표를 고립상태로 몰아넣었다.

이 특임장관의 승리로 마무리 지어질 것 같았던 복수는 결국 또 다른 복수로 이어졌다. 이 특임장관 본인이 '친박계 공천학살 주범'으로 낙인찍히며 18대 총선에서 낙선의 쓴 잔을 마신 것. 여기에는 '박사모'의 낙선 운동과 친박계의 결집이 결정적으로 작용했다. 박 전 대표는 이 특임장관의 안방인 서울 은평을 지역구를 빼앗으며 복수의 한 방을 날렸다.

이로써 둘의 전적은 '2대2'가 됐다. 이제 혈전은 끝을 향해 치닫고 있다. 5판 3선승제의 경기에서 '마지막 세트를 누가 가져가느냐'라는 물러설 수 없는 위치에 서 있는 것. 이 특임장관과 박 전 대표의 길고 긴 복수혈전은 대미를 장식할 마지막 싸움으로 치닫고 있다. 바로 다가오는 '2012대선'이다.

이 특임장관은 벌써부터 박 전 대표를 견제하고 나섰다. 지난 11일 한 라디오방송에 출연, "아직 대선은 2년이나 남았다. 2년 전부터 대통령이 다 된 것처럼 하는 건 국민을 피곤하게 한다"며 박 전 대표를 간접적으로 비꼬았다.


그는 또 '잠재적 대선주자' 혹은 '킹메이커'로 박 전 대표를 위협하고 있다. 한나라당 대선후보 경선에서 박 전 대표의 발목을 다시 한 번 붙잡겠다는 것. 악연으로 엮여 복수에 복수를 거듭하고 있는 이 특임장관과 박 전 대표의 마지막 승부에 이목이 쏠리고 있다.

<사진=스포츠서울닷컴DB>