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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전서 던진 박주영 한마디에 후배들 '무릎 탁'

권영구 2010. 11. 16. 10:42

[광저우AG]중국전서 던진 박주영 한마디에 후배들 '무릎 탁'

[조이뉴스24] 2010년 11월 16일(화) 오전 09:50
<조이뉴스24>


갈수록 위력을 더해가는 홍명보호의 '와일드카드' 형님들에 대한 후배들의 신뢰는 생각 이상이다. 역대 대회에서 와일드카드와 젊은 선수들의 부조화로 고민했던 기억이 이번 광저우 아시안게임 대표팀에서는 전혀 느껴지지 않을 정도다.

특히 공격수 박주영(AS모나코)은 시간이 흐를수록 팀에 완벽히 적응하는 경기력을 보여주고 있다. 유럽파에 '와일드카드'라는 신분까지 겹쳤지만 후배들과 똑같은 선수 중 하나가 돼 맹활약하고 있다.

15일 열린 중국과의 16강전에서도 마찬가지였다. 한국 대표선수들은 경기 전 중국의 홈 텃세에 대한 이야기를 익히 들어서 어떻게 극복해야 할지를 놓고 한참을 이야기했다.

이 때 박주영이 조용히 선수들을 향해 한 마디 던졌다. 박주영은 "톈허 스타디움 라이트가 다른 경기장보다 낮은 것 같으니 볼을 너무 높게 차지 말아라"고 충고했다.

후배들은 무슨 소리인지 이해가 안됐다. 하지만, 이내 박주영의 추가 설명을 듣고는 '아하'하며 무릎을 쳤다. 박주영은 "볼을 높게 차다가 순간적으로 보이지 않아서 궤적이나 방향을 놓칠 수 있다"라고 설명했다.

박주영의 원포인트 레슨 덕분이었을까. 중국전에서 한국 선수들은 롱패스보다는 낮고 빠른 패스를 자주 시도하며 경기를 주도한 끝에 3-0 승리를 거둘 수 있었다. 세 골 모두 패스가 직·간접적으로 만든 작품이었고 수비 역시 자리를 잘 지키며 볼의 궤적을 쫓아 완벽하게 방어하는 데 성공했다.

오른쪽 풀백 신광훈(포항 스틸러스)은 "아무도 신경 쓰지 않았던 부분이었는데 (박)주영이 형의 이야기를 듣고 이해했다. 경기를 하면서 대부분 맞아떨어졌다"라며 큰 힘이 되고 있음을 전했다.

박주영은 필요시에만 선수들에게 경험을 알려주고 한 발 물러서는 자세를 취하고 있다. '주장' 구자철(제주 유나이티드)의 역할을 침해하지 않으면서 2006 도하 대회에서 겪었던 아픔을 되풀이하지 않기 위해 꼭 필요한 조언을 해주는 일종의 '아름다운 줄타기'다.

홍명보 감독은 박주영에 대해 "짧은 시간이지만 빠르게 적응하면서 팀의 중심이 되고 있다. 문제점을 찾기 힘든 선수"라며 선배로서 보여주는 역할에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톡톡 튀지 않으면서 할 말은 하는 박주영의 자세가 대표팀 순항에 큰 힘이 되고 있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