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SEN=광저우, 황민국 기자] 공한증은 재현됐다. 2010 광저우 아시안게임에서 한국의 기세를 꺾겠다는 각오를 다짐했지만 결과는 크게 다르지 않았다. 오히려 13억 중국 국민의 열기가 발목을 잡는 모습이었다.
중국은 지난 15일 밤 톈허 스타디움에서 열린 2010 광저우 아시안게임 남자 축구 16강전에서 한국에 0-3으로 완패했다.
이날 중국은 한국을 상대로 정상적인 경기를 펼치지 못했다. 2010 동아시아선수권서 A매치 사상 처음으로 한국을 무너뜨렸던 기세를 이어가야 한다는 중국 국민의 기대가 발목을 잡았기 때문이다. 분명히 객관적인 전력에서 중국은 한국을 넘어설 수 없었지만 중국 국민은 승리를 요구하고 있었다.
8일 일본과 첫 경기서 0-3으로 패한 뒤 일었던 중국 국민의 거센 비판도 같은 맥락이다. 당시 댜오위다오(일본명 센카쿠 열도) 문제로 분쟁 중이던 일본을 상대로 중국 국민은 패배를 인정하지 못했다. 그리고 이 그릇된 열기는 중국의 주전 골키퍼인 왕다레이가 인터넷을 통해 설전을 벌인 뒤 출전 금지 징계를 받게 만들었다.
이런 상황에서 중국이 흔들린 것은 당연했다. 분명히 중국의 응원 열기는 뜨거웠다. 6만 석을 자랑하는 톈허 스타디움을 가득 채운 중국 관중은 파도 응원을 쉬지 않고 벌였다. 그러나 전반 19분 김정우의 선제골이 터진 뒤 후반 4분 박주영의 프리킥 득점까지 나오자 상황은 반전됐다.
오히려 중국 관중이 한국을 응원하는 기현상이 벌어진 것. 후반 30분을 넘어서는 한국이 공을 잡을 때 "한 골 더 넣어라"고 주문할 정도였다. 당황한 중국 선수들은 승리보다는 경기가 빨리 끝나기를 바랄 뿐이었다. 이런 선수들의 마음을 잘 안 듯 관중석에서는 종료를 주문하는 휘슬 소리가 울려 퍼지기도 했다. 참혹한 순간이었다.
중국의 패배가 만들어낸 이해할 수 없는 현상에 대해 차이나 내셔널 라디오의 한 관계자는 "중국에서 축구 열기는 상상 이상으로 뜨겁다. 축구가 최고라는 인식이 퍼져 있다. 그러나 중국의 축구 실력이 그 열기를 충족시키지 못하는 것이 문제이다"며 안타까움을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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