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밭 새벽편지(행복한 家)

[문화생활정보]그때는 몰랐던, 이제야 보이는 것들

권영구 2026. 7. 28. 10:09

살다 보면 아무렇지 않게 지나왔던 기억들이 어느 날 갑자기 선명하게 떠오르는 순간들이 있습니다. 과거에는 몰랐던, 그 안에 담겨 있던 의미를 비로소 이해하게 되는 순간인데요. 특히 가족에 대한 기억은 시간이 흐른 뒤에야 그 깊이를 알게 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어릴 적에는 부모님의 말과 행동이 때로는 답답하게 느껴지기도 했습니다. 왜 그렇게 잔소리가 많으신지, 왜 사소한 일까지 신경 쓰시는지 이해할 수 없었습니다. 그저 나를 통제하려는 것처럼 느껴졌고, 그래서 괜히 더 멀어지고 싶었던 순간들도 있었죠.

 

하지만 시간이 지나고 나서야 깨닫게 됩니다. 그 모든 말들이, 그 모든 행동들이 사실은 ‘사랑’이었다는 것을요. 늦은 밤까지 불을 켜고 기다리시던 모습, 별것 아닌 일에도 괜찮냐고 몇 번이나 물어보시던 목소리, 아무 말 없이 챙겨주시던 따뜻한 밥 한 끼까지... 그때는 당연하다고 생각했던 것들이 이제는 결코 당연하지 않았다는 사실을 압니다.

 

부모님의 사랑은 언제나 앞에 서 있기보다 뒤에서 지켜주는 방식이었습니다. 눈에 띄지 않게, 드러나지 않게, 그저 묵묵히 자리를 지키는 사랑이었죠. 그래서 우리는 그 존재를 쉽게 잊고, 때로는 그 소중함을 놓치기도 합니다.

 

어느 날 문득, 부모님의 손을 보게 됩니다. 예전보다 거칠어지고, 주름이 깊어진 그 손을 보며 마음이 먹먹해집니다. 나를 키워내기 위해 흘려온 시간과 노력이 그 손에 고스란히 남아 있다는 것을 알게 되기 때문입니다. 그제야 깨닫게 됩니다. 내가 아무렇지 않게 걸어온 길 위에는 늘 부모님의 희생과 사랑이 함께하고 있었다는 것을요.

 

 

우리는 종종 사랑을 특별한 순간에서만 찾으려 합니다. 기념일이나 이벤트처럼 눈에 보이는 장면들 속에서만 사랑을 확인하려고 하죠. 하지만 곰곰이 돌아보면, 진짜 사랑은 오히려 반복되는 일상 속에 스며 있습니다. 아무 조건 없이 내어주던 시간과 같이 부모님의 사랑은 소리 없이 가장 단단한 형태로 우리 곁에 머물러 있었습니다.

 

이제는 조금 다르게 보입니다. 예전에는 무심히 스쳐 지나갔던 장면들이, 시간이 흐른 뒤에는 유난히 또렷하게 떠오릅니다. 바쁘다는 이유로 건성으로 대답했던 순간, 당연하게 받아들였던 배려들, 그 모든 것들이 하나의 기억으로 남아 마음 깊이 쌓여갑니다. 그리고 그 기억들은 더 이상 당연한 것이 아니라, 고마움으로 다시 자리 잡게 되죠.

 

가끔은 그 시절의 나를 떠올려 보면 아쉬움이 밀려옵니다. 조금만 더 따뜻하게 말할 수 있었을 텐데, 한 번쯤은 먼저 다가갈 수 있었을 텐데 하는 생각이 뒤늦게 마음을 건드리곤 합니다. 그때는 몰랐던 것들이, 이제야 선명해지는 순간들이 있습니다. 하지만 한편으로는, 그런 미숙한 모습까지도 부모님은 이미 알고 계셨을 것입니다. 그래서 더 늦기 전에, 지금이라도 표현해야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사랑은 꼭 대단한 말이나 행동으로만 전해지는 것이 아닐 것입니다. 어쩌면 부모님이 우리에게 보여주셨던 방식 그대로, 우리도 그렇게 전하면 되는 것일지도요. 어렵게 생각할수록 더 멀어지는 것이기에, 오히려 소소하게, 자주 표현하는 것이 더 진심에 가까울 테죠. 깊고 깊은 부모님의 사랑을 깨닫는 순간이, 표현할 수 있는 시간보다 늦어지지 않기를 바랍니다.

 

오늘, 잠시 멈춰 서서 부모님의 사랑을 떠올려보는 건 어떨까요? 그동안 미처 전하지 못했던 마음과 당연하게 여겨왔던 순간들을 다시 바라보면서 말이죠.

부모님의 사랑은 언제나 그 자리에 있었고, 우리는 이제야 조금씩 그 의미를 알아가고 있습니다. 그리고 그 깨달음은, 앞으로의 시간을 조금 더 따뜻하게 만들어 줄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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