朴대통령 참사 34일째 눈물의 첫 대국민 '직접사과'
참사 이후 '지각사과'· '간접사과' 비판여론 속 대국민담화 결정 총 5차례 사과…연설 말미 '의로운' 희생자 거명하며 눈물 24분에 걸쳐 담화문 낭독…기자들과의 문답은 하지 않아연합뉴스 입력 2014.05.19 09:37 수정 2014.05.19 09:46
참사 이후 '지각사과'· '간접사과' 비판여론 속 대국민담화 결정
총 5차례 사과…연설 말미 '의로운' 희생자 거명하며 눈물
24분에 걸쳐 담화문 낭독…기자들과의 문답은 하지 않아
(서울=연합뉴스) 박성민 기자 = 박근혜 대통령이 세월호 참사가 발생한 지 34일째인 19일 대국민담화를 발표해 '직접적인' 방식으로 공식 사과했다.
특히 박 대통령은 연설 말미에 안산 단원고의 고 정차웅군 등 의로운 희생자들을 거명하면서 감정에 북받친듯 눈물을 흘렸다.
↑ 눈물 흘리는 박근혜 대통령 (서울=연합뉴스) 안정원 기자 = 박근혜 대통령이 19일 오전 청와대 춘추관에서 세월호 참사 관련 대국민담화 발표 도중 희생자 이름을 부르며 눈물을 흘리고 있다.
↑ 사과의 절하는 박 대통령 (서울=연합뉴스) 도광환 기자 = 박근혜 대통령이 19일 오전 청와대 춘추관에서 세월호 참사 관련 대국민담화를 발표하며 사과의 절을 하고 있다.
↑ 박근혜 대통령이 지난달 29일 청와대에서 열린 국무회의에서 "세월호 참사로 고귀한 생명을 잃게돼 국민 여러분께 죄송스럽고 마음이 무겁다"고 사과하고 있다.
↑ 박근혜 대통령이 16일 청와대에서 세월호 사고 가족 대책위원회 대표단을 면담하고 있다.
TV로 전국에 생중계되는 가운데 청와대 춘추관에서 국정 최고책임자인 대통령으로서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지키지 못한데 대해 국민 앞에 직접 머리를 숙인 것이다.
다만, 박 대통령은 기자들과의 문답은 하지 않고 24분에 걸쳐 담화만 발표했다.
박 대통령은 이날 오전 9시 "이번 사고에 제대로 대처하지 못한 최종 책임은 대통령인 저에게 있다"며 "온 국민이 소중한 가족을 잃은 유가족들의 아픔과 비통함을 함께하고 있다"며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책임져야 하는 대통령으로서 국민 여러분께서 겪으신 고통에 진심으로 사과드린다"고 말했다.
이번 사고가 300명이 넘는 사망·실종자가 발생한 대형참사로 기록된데다 발생 초기 정부가 우왕좌왕하고 무능한 모습을 보이면서 침몰해가는 배 안의 승객을 단 한명도 구조하지 못한데 대한 국민적 분노가 커진 상황에서 박 대통령의 이날 공식 사과는 불가피한 수순이었다.
더구나 사고 이후 이른바 '관피아(관료 마피아)'의 부조리나 무사안일 및 보신주의가 판치는 공직사회의 문제점이 낱낱이 드러나면서 정부를 향한 불신이 가중된 것도 대국민사과 및 대대적인 개혁방향 제시의 필요성을 키웠다.
사실 박 대통령은 사고 발생 이후 이미 여러 차례 사과를 했다. 이날 사과가 5번째다.
첫 사과는 사고 14일 만인 지난달 29일 청와대에서 국무회의를 주재하는 자리에서 나왔다. 박 대통령은 모두발언에서 "사전에 사고를 예방하지 못하고 초동대응과 수습이 미흡했던데 대해 뭐라 사죄를 드려야 그 아픔과 고통이 잠시라도 위로받을 수 있을지 가슴이 아프다"며 "이번 사고로 많은 고귀한 생명을 잃게 돼 국민 여러분께 죄송스럽고 마음이 무겁다"고 말했다.
사고발생 닷새째인 지난달 21일 박 대통령은 청와대 수석비서관회의를 주재, 위기대응 시스템 부실 및 대형재난 컨트롤타워 부재 등을 질책하면서 사고 책임자 엄벌 방침을 밝히고 '복지부동' 공무원에 대한 강력한 경고를 보냈지만, 정작 초동 대처에서의 정부의 혼선과 무능에 대한 사과는 없었다는 것에 비판의 목소리가 높아진 것이 사과의 배경으로 분석됐다.
그러나 국무회의 석상에서의 사과는 '지각사과'라는 비판 외에도 '간접사과', '착석사과'라는 또다른 지적을 불러왔다. 사과가 별도의 기자회견이나 담화 형식이 아닌 비공개로 진행되는 국무회의 발언을 통해 이뤄지면서 사과의 진정성이 없다는데 대한 비판이었다.
유족들마저 "5천만 국민이 있는데 박 대통령 국민은 국무위원뿐인가. 비공개 사과는 사과도 아니다"라며 박 대통령의 사과를 거부했다.
이러자 박 대통령은 더욱 적극적인 '사과 모드'로 돌아섰다.
지난 2일 종교지도자와 간담회 자리에서 "한사람이라도 더 실종자를 구하는데 최선을 다하고 또 제대로 된 시스템도 만들고, 대안을 갖고 앞으로 대국민사과를 하면서 말씀을 드리는 게 도리라는 생각을 갖고 있다"며 직접 소통 방식의 대국민사과를 예고했다.
이어 4일에는 진도 팽목항에서 실종자 가족들을 만나 "사고 발생부터 수습까지 무한한 책임을 느낀다"며 자신의 '책임'을 처음 거론하며 사과의 뜻을 밝혔다. 이는 수습 과정에서 "청와대 위기관리센터는 재난컨트롤타워가 아니다"라는 김장수 국가안보실장의 발언과 청와대의 반박성 해명자료가 잇따라 나오면서 '책임회피'라는 역풍이 거셌던 점을 고려한 발언으로도 풀이됐다.
박 대통령은 지난 6일 서울 조계사에서 열린 부처님 오신날 봉축법요식에 현직 대통령으로는 처음으로 참석, "국민의 생명을 지켜야 할 대통령으로서 어린 학생들과 가족을 갑자기 잃은 유가족들께 무엇이라 위로를 드려야 할지 죄송스럽고 마음이 무겁다"며 세번째로 사과했다.
이후 박 대통령은 담화에 담길 후속 개혁조치 마련에 주력하는 모습을 보였다.
휴일이던 지난 11일에는 예정에 없던 청와대 수석비서관회의를 소집해 담화에 담길 각종 개혁방안을 조율했고, 13일 국무회의를 주재한 자리에서도 재난안전대책이나 관료사회 개혁방안, 국정위기 타개 방안 등에 대한 국무위원들의 의견을 '경청'하며 담화를 준비했다.
또 지난 16일에는 유가족 대표들과 청와대에서 면담을 갖고 "정부의 부족했던 부분에 대해서 다시 한번 사과의 말씀을 드린다"며 네번째 사과를 했으며, 사고 진상규명을 위한 특별법 제정과 특검 도입의 필요성을 밝히는 한편 공직자윤리법 및 부패방지법(일명 김영란법)도 언급하며 공직사회 개혁 의지를 피력했다.
min22@yna.co.kr
박 대통령, 대국민담화 - 대통령 사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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