朴대통령 "물욕과 불의 묵인이 살생의 업으로 돌아와…안전한 나라 만드는 데 총력” 세월호 참사 거듭 사과
입력 : 2014.05.06 10:36 | 수정 : 2014.05.06 11:53
- 박근혜 대통령이 6일 오전 서울 종로구 조계사에서 열린 불기 2558년 부처님오신날 봉축법요식에 참석해 합장하며 인사하고 있다.박근혜 대통령은 석가탄신일인 6일 세월호 침몰 사고에 대해 유감의 뜻을 밝혔다.이날 박 대통령은 서울 조계사에서 열린 봉축법요식에 참석해 ”물욕에 눈이 어두워 마땅히 지켜야 할 안전규정을 지키지 않았고, 그런 불의를 묵인해준 무책임한 행동들이 결국은 살생의 업으로 돌아왔다“며 말문을 열었다.이어 ”국민의 생명을 지켜야할 대통령으로서 어린 학생들과 가족을 갑자기 잃은 유가족들께 무엇이라 위로를 드려야 할지 죄송스럽고 마음이 무겁다“고 사과의 뜻을 전했다.대통령이 석가탄신일 봉축법요식에 참석한 것은 이날 박근혜 대통령이 처음이다. 이날 행사에는 청와대에서 김기춘 비서실장과 국정기획·민정·홍보·교육문화 수석이 함께했다./뉴스1
박근혜 대통령은 6일 “국민의 생명을 지켜야 할 대통령으로서 어린 학생과 가족을 갑자기 잃은 유가족께 무엇이라 위로를 드려야 할지 죄송스럽고 마음이 무겁다”고 거듭 사과했다.
박 대통령은 불기 2558년 부처님 오신 날인 이날 서울 조계사에서 열린 봉축 법요식에 참석해 “세월호 사고로 고귀한 생명을 잃은 희생자의 명복을 빌며, 사랑하는 가족을 잃은 슬픔으로 고통받고 계신 유가족께 부처님의 자비로운 보살핌이 함께 하기를 간절히 기원한다”며 이같이 말했다.
박 대통령은 “부처님께서는 보리수 아래서 정각(正覺)을 이루신 후 첫 번째 계율로 ‘생명의 소중함’을 강조했다”며 “그 가르침이 지금 우리 사회에 경종을 주고 제일 큰 가치로 지켜내라는 경각심을 주고 있다”고 강조했다.
박 대통령은 “물욕에 눈이 어두워 마땅히 지켜야 할 안전규정을 지키지 않았고, 그런 불의를 묵인해 준 무책임한 행동들이 결국은 살생의 업으로 돌아왔다”면서 “저는 이번 희생이 헛되지 않게 국민의 안전과 생명을 지킬 수 있도록 모든 국가 정책과 시스템을 근본적으로 바꿀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오랜 세월동안 묵인하고 쌓아왔던 잘못된 관행과 민관 유착, 공직사회의 문제 등을 바로 잡고, 부정과 비리를 뿌리 뽑아서 바르고 깨끗한 정부를 만들고자 최선의 방법을 찾고 있다”면서 “다시는 이런 비극적인 일이 일어나지 않도록 안전한 나라를 만드는 데 총력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박 대통령은 “‘이기심을 위해 정의를 등지지 말라’고 하셨던 부처님 말씀처럼 우리 사회 곳곳에 깊이 뿌리박혀 있는 부조리와 적폐를 바로잡고 올바른 정의를 세워나갈 수 있도록 국민 여러분께서 힘을 모아 주길 바란다”고 말했다.
박 대통령은 이어 “지금 나라 안팎의 사정이 매우 어렵다. 작년 한 해 힘겹게 경기회복의 불씨를 피워냈지만, 아직 회복세가 견고하지 못하다”면서 “오래전부터 이어 내려온 비정상적인 제도와 관행, 문화가 국민의 행복과 지속가능한 발전을 가로막고 있다”고 말했다.
또한 “북한은 4차 핵실험 위협 등으로 끊임없이 한반도의 긴장을 고조시키고 있다”면서 “수많은 국난을 이겨내면서 위기의 순간마다 불교는 우리 민족의 마음을 하나로 모아왔다. 오늘의 어려움을 이겨내는 길에도 다시 한 번 큰 역할을 해 줄 것을 부탁한다”고 말했다.
박 대통령은 “우리 모두가 자타불이(自他不二)의 마음으로 하나가 되어 어려움을 서로 나누고, 함께 희망을 키워가면서 새로운 시대를 만들어 가자”고 말했다.
이날 법요식은 ‘세월호’ 참사의 아픔을 함께 나누는 특별법요식으로 진행됐다. 역대 대통령 가운데 부처님 오신 날 법요식에 참석한 것을 박 대통령이 처음이다.
[전문] 朴대통령, 부처님오신날 봉축법요식 연설문
존경하는 진제종정 예하,
한국불교종단협의회장 자승스님을 비롯한 대덕스님 여러분, 그리고 함께 해주신 불자대중 여러분!
불기 2558년 부처님 오신 날을 진심으로 축하드립니다.
특별히 올해 봉축법요식을 세월호 희생자들을 기리고, 유가족의 아픔과 상처를 치유할 수 있는 자리로 마련해 주셔서 감사를 드립니다.
세월호 사고로 고귀한 생명을 잃으신 희생자 분들의 명복을 빌며, 사랑하는 가족을 잃은 슬픔으로 고통받고 계신 유가족들께 부처님의 자비로운 보살핌이 함께 하기를 간절히 기원합니다.
우리 국민들도 하루 속히 용기를 되찾을 수 있도록 이 자리에 함께 하신 대덕스님과 불자대중 여러분께서 마음과 정성을 모아주시기 바랍니다.
여러분,
부처님께서는 보리수 아래서 정각을 이루신 후, 첫 번째 계율로 '생명의 소중함'을 강조하셨습니다.
그 가르침이 지금 우리사회에 경종을 주고 제일 큰 가치로 지켜내라는 경각심을 주고 있습니다.
물욕에 눈이 어두워 마땅히 지켜야 할 안전규정을 지키지 않았고, 그런 불의를 묵인해 준 무책임한 행동들이 결국은 살생의 업으로 돌아왔습니다.
국민의 생명을 지켜야 할 대통령으로서 어린 학생들과 가족을 갑자기 잃은 유가족들께 무엇이라 위로를 드려야 할지 죄송스럽고 마음이 무겁습니다.
저는 이번 희생이 헛되지 않게 국민의 안전과 생명을 지킬 수 있도록 모든 국가 정책과 시스템을 근본적으로 바꿀 것입니다.
오랜 세월동안 묵인하고 쌓아왔던 잘못된 관행과 민관 유착, 공직사회의 문제 들을 바로 잡고, 부정과 비리를 뿌리 뽑아서 바르고 깨끗한 정부를 만들고자 최선의 방법을 찾고 있습니다.
그래서 다시는 이런 비극적인 일이 일어나지 않도록 안전한 나라를 만드는데 총력을 다할 것입니다.
'이기심을 위해 정의를 등지지 말라'고 하셨던 부처님 말씀처럼 우리 사회 곳곳에 깊이 뿌리박혀 있는 부조리와 적폐를 바로잡고 올바른 정의를 세워나갈 수 있도록 국민 여러분께서 힘을 모아 주시기 바랍니다.
존경하는 불자대중 여러분,
지금 나라 안팎의 사정이 매우 어렵습니다. 작년 한 해 힘겹게 경기회복의 불씨를 피워냈지만, 아직 회복세가 견고하지 못합니다.
오래전부터 이어 내려온 비정상적인 제도와 관행, 문화들이 국민의 행복과 지속가능한 발전을 가로막고 있습니다.
북한은 4차 핵실험 위협 등으로 끊임없이 한반도의 긴장을 고조시키고 있습니다.
하지만 우리한테는 어려운 상황일수록 한 마음이 되어 위기를 극복하고 발전과 도약의 기회로 만들어 온 저력이 있습니다.
이처럼 수많은 국난을 이겨내면서 위기의 순간마다 불교는 우리 민족의 마음을 하나로 모아왔습니다.
오늘의 어려움을 이겨내는 길에도 다시 한번 큰 역할을 해 주실 것을 부탁드립니다.
우리 모두가 자타불이(自他不二)의 마음으로 하나가 되어 어려움을 서로 나누고, 함께 희망을 키워가면서 새로운 시대를 만들어 갑시다.
다시 한 번 부처님 오신 날을 축하드리며, 세월호 희생자들 영혼의 극락왕생과 부처님의 가피가 온 국민의 가정에 함께 하시기를 기원합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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