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 : 2013.11.30 03:04 | 수정 : 2013.11.30 07:20
제주 해군기지 공사가 진행되면서 국민 관심은 줄었지만 강정마을 공사 현장에선 지금도 매일 반대 시위가 벌어지고 있다. 각종 시위 현장에 나타나는 문정현 신부와 신자들 수십 명은 오전 11시부터 오후 1시까지 공사장으로 들어가는 문 가운데 하나를 막고 미사를 본다. 물론 그쪽으로는 공사 차량이 드나들지 못한다. 지난여름까지는 반대 시위가 거의 온종일 계속됐다.
하지만 지금 우리 주변 상황은 '만약 이 기지를 건설하지 않았다면 어쩔 뻔했느냐'는 말을 하지 않을 수 없게 돌아가고 있다. 최근 중국이 방공식별구역에 이어도를 포함시키고 제주도 남방 해역에서 미·일 대(對) 중국의 갈등이 고조되면서 제주 해군기지는 안보와 국익을 지키는 핵심 보루로 부상했다. 이어도에서 해상 분쟁이 발생할 경우 제주 기지에선 8시간이면 도착하지만, 부산에선 23시간이 걸린다. 반면 중국 닝보 기지에선 18시간, 일본 사세보 기지에선 21시간이 걸린다. 제주 기지가 없다면 우리 해역에서 벌어진 문제에 대응하는 데 주변국보다도 늦게 된다는 뜻이다.
해군이 제주 기지의 필요성을 본격 제기한 게 2005년이다. 그러나 무려 7년을 찬반 갈등으로 보내고 작년에 겨우 공사를 시작했지만 격렬한 반대 시위 속에 공사는 계속 지연됐다. 공사 시작 후에라도 갈등이 매듭지어졌으면 내년 중반에는 제주 기지에서 우리 군함이 출발할 수 있게 됐을 것이다. 그러나 계속되는 갈등으로 빨라야 2015년 말에나 공사가 끝난다.
나라가 가야 할 길은 분명하게 보이는데 우리 내부의 견해 차이, 이해 다툼이 그 길을 막고 있는 경우는 제주 해군기지만이 아니다. 한국전력은 10월 2일 밀양 송전탑 공사를 126일 만에 재개할 수 있었다. 현재 송전 선로가 지나는 30개 마을 중 23개 마을이 한전의 보상안에 합의한 상태다. 그러나 여전히 반대 시위는 계속되고 있다. 30일∼12월 1일 이틀간 전국 24개 지역에서 반대 시위대 2000여명이 버스 70여대를 타고 현장에 와 공사 중단 집회를 연다.
이제 강추위가 찾아오면 매일 전력이 부족한 비상 상황이 또 벌어지게 된다. 나라가 '오늘이 고비' '내일이 위기'인 상황을 숨이 턱에 차 헐떡거리며 넘어가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송전 선로를 건설할 수 없다면 무슨 재앙이 닥칠지는 모두가 안다. 그러나 우리 사회는 이 명백한 문제에서조차 합의와 조정에 의한 해결이 아니라 치고받는 대결로 지새우고 있다. 지금 상태로는 발전소가 내년 말에 만들어져도 정작 그 전기를 실어나를 수 있을지도 알 수가 없다.
정부가 선정한 66개 주요 갈등 과제를 보면 지금 전국의 4분의 1가량이 직접적으로 갈등에 휩싸여 있다. 정부는 이 갈등 중 70% 가까이는 손도 대지 못하고 있다. '조정·해결할 수 있다'는 자신감도 점점 약해지는 듯하다. 우리 사회의 갈등은 대부분 정치적 쟁점으로 비화하면서 분쟁이 장기화하는 악순환 구조까지 갖고 있다. 결과에 승복하겠다는 전제하에 조정에 참여하고서도 결론이 제 마음에 들지 않으면 모든 절차를 걷어차는 후진적 행태는 개선될 기미조차 없다.
삼성경제연구소가 조사한 결과 2010년 우리나라 사회갈등지수는 0.72로, 종교적 갈등이 심한 터키에 이어 OECD 두 번째로 갈등이 심했다. 2009년엔 4위였으니 한국 사회의 갈등은 날이 갈수록 더 심해지고 있는 셈이다. 이로 인해 우리 사회가 치르는 비용만 연간 82조~246조원에 달하는 것으로 추산된다. 한 해 예산에 육박하는 돈이다. 제주 해군기지 갈등처럼 돈으로 환산할 수 없는 국가안보 차원의 비용까지 합치면 이제 갈등의 관리와 해결은 나라의 존립이 걸린 문제로 봐야 한다.
이 모든 문제는 결국 나라가 가야 하는 길과 일부 국민의 인식 사이에 생긴 간극이 점점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이제 이 간극을 좁히는 일은 어떤 과학기술의 발전이나 획기적 상품의 개발보다 더 중대한 국가적 과제가 됐다. 우리 사회가 상대를 설득하고 이끌어 갈 수 있는 합의의 기술을 익히고, 조정의 지혜를 깨닫지 못하면 정치·경제·사회·문화 모든 분야에서 갈등은 증폭되고 나라는 꺾일 수밖에 없다. 지금처럼 외부로부터 위기가 닥쳤을 때 국가가 하나가 돼 대응하는 것도 불가능하게 된다.
이것은 정권을 초월한 대한민국의 문제다. 정부부터 서 있어야 할 위치에 서 있어야 한다. 정부가 엉뚱한 곳에 서 있으면서 국민을 자기 쪽으로 오라고 하면 이는 옛날식 국론 통일 요구일 뿐이다. 이미 통할 수가 없는 방식이다.
만약 우리가 갈등과 마찰 속에서라도 제주 해군기지 건설에 착수하지 않았다면 발등에 불이 떨어진 지금에야 기지 건설 논의를 시작했을 것이다. 어떤 경우에라도 국가는 가야만 하는 길이 있다. 그러나 나라와 국민이 그 길에 대한 인식을 공유하지 못하면 양쪽의 극단 세력이란 꼬리가 나라를 휘저으며 몸통을 흔들게 된다. 지금 나라가 흔들리는 것은 바로 이 때문이다.
하지만 지금 우리 주변 상황은 '만약 이 기지를 건설하지 않았다면 어쩔 뻔했느냐'는 말을 하지 않을 수 없게 돌아가고 있다. 최근 중국이 방공식별구역에 이어도를 포함시키고 제주도 남방 해역에서 미·일 대(對) 중국의 갈등이 고조되면서 제주 해군기지는 안보와 국익을 지키는 핵심 보루로 부상했다. 이어도에서 해상 분쟁이 발생할 경우 제주 기지에선 8시간이면 도착하지만, 부산에선 23시간이 걸린다. 반면 중국 닝보 기지에선 18시간, 일본 사세보 기지에선 21시간이 걸린다. 제주 기지가 없다면 우리 해역에서 벌어진 문제에 대응하는 데 주변국보다도 늦게 된다는 뜻이다.
해군이 제주 기지의 필요성을 본격 제기한 게 2005년이다. 그러나 무려 7년을 찬반 갈등으로 보내고 작년에 겨우 공사를 시작했지만 격렬한 반대 시위 속에 공사는 계속 지연됐다. 공사 시작 후에라도 갈등이 매듭지어졌으면 내년 중반에는 제주 기지에서 우리 군함이 출발할 수 있게 됐을 것이다. 그러나 계속되는 갈등으로 빨라야 2015년 말에나 공사가 끝난다.
나라가 가야 할 길은 분명하게 보이는데 우리 내부의 견해 차이, 이해 다툼이 그 길을 막고 있는 경우는 제주 해군기지만이 아니다. 한국전력은 10월 2일 밀양 송전탑 공사를 126일 만에 재개할 수 있었다. 현재 송전 선로가 지나는 30개 마을 중 23개 마을이 한전의 보상안에 합의한 상태다. 그러나 여전히 반대 시위는 계속되고 있다. 30일∼12월 1일 이틀간 전국 24개 지역에서 반대 시위대 2000여명이 버스 70여대를 타고 현장에 와 공사 중단 집회를 연다.
이제 강추위가 찾아오면 매일 전력이 부족한 비상 상황이 또 벌어지게 된다. 나라가 '오늘이 고비' '내일이 위기'인 상황을 숨이 턱에 차 헐떡거리며 넘어가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송전 선로를 건설할 수 없다면 무슨 재앙이 닥칠지는 모두가 안다. 그러나 우리 사회는 이 명백한 문제에서조차 합의와 조정에 의한 해결이 아니라 치고받는 대결로 지새우고 있다. 지금 상태로는 발전소가 내년 말에 만들어져도 정작 그 전기를 실어나를 수 있을지도 알 수가 없다.
정부가 선정한 66개 주요 갈등 과제를 보면 지금 전국의 4분의 1가량이 직접적으로 갈등에 휩싸여 있다. 정부는 이 갈등 중 70% 가까이는 손도 대지 못하고 있다. '조정·해결할 수 있다'는 자신감도 점점 약해지는 듯하다. 우리 사회의 갈등은 대부분 정치적 쟁점으로 비화하면서 분쟁이 장기화하는 악순환 구조까지 갖고 있다. 결과에 승복하겠다는 전제하에 조정에 참여하고서도 결론이 제 마음에 들지 않으면 모든 절차를 걷어차는 후진적 행태는 개선될 기미조차 없다.
삼성경제연구소가 조사한 결과 2010년 우리나라 사회갈등지수는 0.72로, 종교적 갈등이 심한 터키에 이어 OECD 두 번째로 갈등이 심했다. 2009년엔 4위였으니 한국 사회의 갈등은 날이 갈수록 더 심해지고 있는 셈이다. 이로 인해 우리 사회가 치르는 비용만 연간 82조~246조원에 달하는 것으로 추산된다. 한 해 예산에 육박하는 돈이다. 제주 해군기지 갈등처럼 돈으로 환산할 수 없는 국가안보 차원의 비용까지 합치면 이제 갈등의 관리와 해결은 나라의 존립이 걸린 문제로 봐야 한다.
이 모든 문제는 결국 나라가 가야 하는 길과 일부 국민의 인식 사이에 생긴 간극이 점점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이제 이 간극을 좁히는 일은 어떤 과학기술의 발전이나 획기적 상품의 개발보다 더 중대한 국가적 과제가 됐다. 우리 사회가 상대를 설득하고 이끌어 갈 수 있는 합의의 기술을 익히고, 조정의 지혜를 깨닫지 못하면 정치·경제·사회·문화 모든 분야에서 갈등은 증폭되고 나라는 꺾일 수밖에 없다. 지금처럼 외부로부터 위기가 닥쳤을 때 국가가 하나가 돼 대응하는 것도 불가능하게 된다.
이것은 정권을 초월한 대한민국의 문제다. 정부부터 서 있어야 할 위치에 서 있어야 한다. 정부가 엉뚱한 곳에 서 있으면서 국민을 자기 쪽으로 오라고 하면 이는 옛날식 국론 통일 요구일 뿐이다. 이미 통할 수가 없는 방식이다.
만약 우리가 갈등과 마찰 속에서라도 제주 해군기지 건설에 착수하지 않았다면 발등에 불이 떨어진 지금에야 기지 건설 논의를 시작했을 것이다. 어떤 경우에라도 국가는 가야만 하는 길이 있다. 그러나 나라와 국민이 그 길에 대한 인식을 공유하지 못하면 양쪽의 극단 세력이란 꼬리가 나라를 휘저으며 몸통을 흔들게 된다. 지금 나라가 흔들리는 것은 바로 이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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