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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정릉 한지킴이 활동 보고서①

권영구 2013. 11. 7. 10:36

 

선정릉 한지킴이 활동 보고서①

입력 : 2013.11.07 09:39

 

필자가 주관하는 '내 나라 문화유산 답사회'는 문화재청 주관의 시민 활동인 '한문화재한지킴이' 단체이다. '한문화재한지킴이'는 우리의 소중한 문화재를 국민의 자발적인 참여로 가꾸고 지켜나감으로써, 이제는 조상으로부터 물려받은 문화재뿐 아니라 ‘문화재를 가꾸는 문화’도 후손들에게 함께 물려주고자 추진하는 자원봉사 활동이다.

 

이 운동은 국가 및 시, 도 지정 문화재나 등록문화재, 비지정 문화재 등까지 폭넓은 대상으로 개인, 가족, 또는 단체 지킴이를 구성하여 청소 및 정화 활동, 모니터링, 홍보, 가벼운 수리·보수, 화재 감시 등은 물론 관련 기관을 지원하거나 학술적인 연구활동 등을 전개하는 운동이다.

 

■ 선정릉 잘못된 인식과 현실태

 

조선 제9대 임금 성종과 그의 계비 정현왕후를 모신 선릉, 그리고 제11대 임금 중종을 모신 정릉을 합쳐 선정릉이라고 부른다. 서울 강남 지역 한가운데 자리하여 능침 주변까지 도로와 민가 주택이 파고드는 등 훼손 위험이 많았지만 그래도 도시 개발 등으로부터 나름대로 잘 지켜왔다고 평가를 받는 가운데 지난 2009년 6월에 다른 조선 왕릉 40기와 함께 세계유산으로 등재된 우리나라의 자랑스런 문화유산이다.

 

잘못된 이름 三陵(삼릉), 그리고 공원

 

그러나 한때는 문화재에 대한 인식 부족과 도시개발정책과정에서의 공원지정 기준의 난맥으로 이곳을 삼릉공원이라고 불렀으니, 한번 잘못 불린 이름은 두고두고 오래도록 시정되지 못하고 시민들의 뇌리에 박혀서 한낱 녹지공원으로 치부하고 있는 것이 작금의 현실이다.

 

그리하여 세계유산으로 등재된 지금도 일부 기록이나 오래된 지도 표기 등에서는 이곳을 三陵(삼릉) 공원이라 부르고 있으며 심지어는 최근에 개통된 분당선의 왕십리까지의 연장노선 중 선정릉 역 내부의 타일 벽화에도 三陵(삼릉)이라고 버젓이 새겨놓고 있는데 이르러서는 할 말이 없을 정도이다.

 

이는 두 분을 합장하여 하나로 모시거나 따로 능침을 마련하여 모시든 간에 임금 한 분을 기준으로 하여 하나의 능 호를 붙이는 기본을 이해하지 못하고 세 분의 능침을 따로따로 세어 3개의 능이라는 어처구니없는 몰이해 몰상식에서 비롯된 비문화적 표현이다.

 

이런 식이라면 동구릉은 동십칠릉이라고 불러야 할 것이며, 서오릉이나 서삼릉은 숫자를 붙이기도 버거워서 아예 다른 표현으로 그 이름을 바꿔야 할 것이다.

 

게다가 왕릉을 그저 도심지에 위치한 녹지대쯤으로 인식하여 직장인들이나 근처 주민들이 조깅을 하고 점심시간을 이용한 낮시간 산책 장소로 인식되거나 체력단련 장소로 생각하는 경우도 왕왕 목격되고 있으며 심지어 각종 음식물과 주류를 반입하여 먹고 마시는 장소로 생각하는 구태가 발견되는 것도 이러한 잘못된 정책의 소치라는 생각이니 지금이라도 하나하나 개선해나가야 할 것이다.

 

이렇게 할 때에 비로소 우리는 조상이 물려준 소중한 문화유산을 아끼고 사랑하여 후손들에게 온전하게 전해 줄 수 있을 것이며, 세계가 인정하고 존경하는 문화강대국으로서 자존심과 자긍심을 가질 수 있을 것이다.


잘못된 역 이름 宣陵(선릉)역, 그리고 宣靖陵(선정릉)역

 

분당선 선정릉역 구내의 타일벽화. 三陵(삼릉)이라고 새겨진 것의 시정이 시급하다. /김신묵 시니어조선 명예기자 1기

 

삼릉이라는 표현 외에도 선정릉과 관련되어 크게 잘못된 것은 가까운 지하철역 명칭이다. 30년 가까이 지난 1984년 5월에 개통된 지하철 2호선의 이곳 역이름은 '선릉역'인데 지금은 2호선과 분당선의 환승역이 되었으며 테헤란로의 강남-역삼-선릉-삼성의 축 선상에 있어 매우 혼잡하고 유동 인구가 많은 곳이며 현재 조선 왕릉 중에서 가장 많은 내국인과 외국인의 관람이 있는 곳이기도 하다.

 

선릉은 성종 임금과 정현왕후의 능을 지칭하는 말로 정확한 표기가 아니며 중종의 정릉까지 포함하여 '선정릉'이라고 불러야 옳다. 그러나 당시에는 조선왕릉에 대한 표기가 완전히 정립되지 않았으므로 태릉, 강릉을 따로 떼어 부르는 등 단일 표기가 방치되고 있었던 시기였기에 몇십 년을 지나면서 시민들 뇌리에는 이미 선릉역으로 자리 잡은 어쩔 수 없는 부분이 없잖아 있다고 본다.

 

그러나 그렇다 하여도 조선 왕릉이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되고, 선릉이나 태릉으로 부르지 않고 선정릉, 헌인릉, 태강릉 하는 방식으로 부르는 것이 맞는 것이라는 문화재청의 해석이 나왔으면 당연히 선릉역을 선정릉역으로 바꾸었어야 옳다. 이것은 잘못을 바로잡는 차원에서라도 그리했어야 한다.

 

하지만 지하철 역이름 문제는 여기에 더하여 선릉역은 그대로 놔둔 채 그 다음 역을 선정릉역으로 새롭게 이름 짓는 어처구니없는 일을 하고 말았다. 바로 분당선이 왕십리까지 연장 개통되면서 생긴 일이다. 즉, 분당선 왕십리 쪽 연장선을 보면 왕십리-서울숲-압구정로데오-강남구청-선정릉-선릉 순으로 역 이름이 정해졌는데 선정릉 하나를 두고 선정릉 뒤쪽은 선정릉역, 선정릉 앞쪽은 선릉역이 되고 만 것이다.

 

그런데 선정릉 입구는 선릉역이 훨씬 가까우므로 실제로 선정릉에 가기 위해서는 만약에 왕십리에서 분당선을 탔다면 열차 내 안내 방송은 '이번 내리실 곳은 선정릉역입니다. 그러나 선정릉에 가실 분은 이번에 내리시지 마시고 다음 역인 선릉역에서 내리시기 바랍니다'라고 해야 할 것이다. 이 무슨 난센스이자 코미디인가?

 

분당선 열차의 안내판. 선릉역 다음 역이 선정릉역이다. 선릉 옆에 전혀 또 다른 선정릉이 있다는 얘기인지 그런데 실제로 선정릉에 가려면 모두 선릉에서 내려야 한다. 선정릉에서 내리면 선릉 쪽으로 다시 한참을 걸어 내려와야 한다. /김신묵 시니어조선 명예기자 1기

 

필자가 이 문제를 정부에 민원으로 제기하니 결국 분당선 지하철 관리 주체인 한국철도시설공단(코레일)으로 민원을 다시 내려보내고 거기서 답변하기를 역 이름은 주민들 여론을 들어 정하였으므로 바꿀 수 없다는 답변이 돌아왔다.

 

이것은 무슨 지역별 명칭에 이해관계가 걸려 역 이름을 바꾸어 달라는 민원으로 생각한 것으로 보이며, 문화재에 대한 지극히 무성의하면서도 무식한 답변인 것이며 잘못되었으니 시정해 달라는 참된 취지를 이해하지 못하는 것으로 보여 답답했다.

 

도대체 역이름 제정 과정에서 문화재청 관계자나 관련 전문가들은 무엇을 하고 있었는지 알 수 없는 일이다. 지금이라도 선릉역을 선정릉역으로 수정하고, 선정릉역은 다른 이름으로 바꾸는 것이 지극히 타당한 일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