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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배원 약혼자의 가슴앓이

권영구 2011. 12. 20. 16:23

집배원 약혼자의 가슴앓이 ‘점심시간 아파트 밑에서…’

 

국민일보|

입력 2011.12.20 15:15

|수정 2011.12.20 15:15

 

[쿠키 톡톡] 아직 해도 뜨지 않은 새벽 6시. 집배원 임석훈(가명)씨는 매서운 칼바람에 옷깃을 여미고 집을 나섰다. 사무실에 도착한 임씨는 따뜻한 커피 한잔의 여유도 잠시, 수북이 쌓여 있는 우편물을 정리하기 시작했다. 연말에는 우편물이 평소보다 곱절은 많기 때문이다.

 

우편물을 모두 분류하면 이제 본격적으로 추위와 싸워야 하는 배달이 시작된다. 우편물을 오토바이에 실은 임씨는 다시 한번 옷깃을 여민다. 하지만 오토바이를 운전하며 살을 에는 바람에 시달리다보면 어느새 몸 이곳저곳이 쑤셔온다.

 

오전 한나절 추위와 싸워가며 우편물을 배달한 임씨의 점심은 김밥이다. 추위를 피해 따뜻한 국밥이라도 한 그릇하고 싶지만, 아직 수북이 쌓여있는 우편물을 생각하면 김밥 먹는 시간도 줄여야 할 판이다. 이날 임씨는 오후 9시가 넘어서야 할당된 우편물과 택배를 모두 배달할 수 있었다.

 

지난 16일 청와대 자유게시판에는 '어느 집배원의 약혼자입니다'라는 제목의 사연이 올라왔다. 상시위탁집배원의 약혼녀라고 자신을 소개한 송진영씨는 약혼자의 열악한 근무환경을 안타까워하며 글을 올렸다.

 

송씨는 "낮기온이 영하권으로 떨어지는 날에는 실내에서 일하는 것조차 약혼자에게 미안하다"며 "잠자는 6시간, 출·퇴근 시간, 식사시간을 제외하고 하루 16시간을 우체국에서 보내야만 하는 과다업무를 지켜보는 것이 너무 속상하다"고 하소연했다.

 

연말 우편물 증가 때문에 일이 늘어난 것만은 아니었다. 최근 홈쇼핑과 인터넷쇼핑으로 급증하는 택배업무까지 맡게 되면서 예전보다 업무량이 크게 증가한 것이다.

 

송씨는 "일주일 중 6일을 새벽부터 밤까지 근무하고 이번 주는 일요일까지 근무를 해야한다"면서 "이렇게 누적된 피로는 도대체 어떻게 해소해야 할까요? 이러니 오토바이 사고가 많을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송씨는 이어 "9시 출근에 6시 칼퇴근을 바라는 것이 아니다. 적어도 아파트 우편함 밑에서 김밥으로 점심을 때우는 일은 없어야하지 않느냐"며 "연말연시 가족과 함께 보내라고 하던데 우리 집배원들은 절대 그럴 수 없을 것 같다"고 말했다. 국민일보 쿠키뉴스 이지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