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영 지식

3년새 400배 성장한 미국 온라인 쇼핑몰 아이딜리의 비결은?

권영구 2011. 12. 5. 10:03

3년새 400배 성장한 미국 온라인 쇼핑몰 아이딜리의 비결은?

미국의 경영잡지 잉크(Inc.com)에서 지난 9월 미국에서 가장 빠르게 성장하는 비상장기업 순위를 발표했다. 2011년 1위의 영광은 2006년부터 명품 쇼핑 사이트를 운영한 ‘아이딜리(ideeli)’에게 돌아갔다. 지난 3년 사이의 성장률은 무려 40,882%. 400배 넘게 몸집을 키운 것이다. 2010년 수익은 7770만 달러(약 885억 원)에 달했다. 핵심은 간단하다. 온라인에서 명품이나 고가 제품을 최대 80%까지 싸게 파는 것이다. 온라인 명품 할인 쇼핑몰이야 부지기수인데 도대체 어떤 차이 때문에 아이딜리만 유독 이렇게 크게 성공할 수 있었던 걸까?

가장 큰 차별점은 ‘멤버십 반짝세일(Members only Flash-sale)’이다. 매일 낮 12시, 그날의 상품들이 사이트에 올라온다. 이 상품은 길어야 이틀 동안 아이딜리 회원에게만 판매된다. 이처럼 판매 시간과 대상을 제약하는 방법은 소비자들을 귀찮게 만드는 판매 장애물처럼 보이기도 한다. 하지만 이는 역설적으로 명품에 깃든 소비자의 딜레마를 해결하는 전략이다. 무슨 말일까? 소비자들은 명품의 비싼 가격을 부담스러워한다. 그렇다면 싸게 팔면 좋아할까? 역설적이게도 소비자들은 누구나 살 수 있는 저렴한 상품은 명품으로 생각하지 않는다. 결국 남들은 제 값 주고 샀거나 비싸서 못 산 명품을 나만 싸게 사고 싶어하는 소비자의 딜레마가 생긴다. 아이딜리는 판매 시간과 대상에 제약을 가하는 간단한 방법으로 이 딜레마를 깨트렸다.

뿐만 아니다. 판매 기업들의 딜레마까지 함께 해결한다. 아이딜리는 미국이 경기 불황의 조짐을 보이던 2000년대 후반에 등장했다. 소비자들이 지갑을 닫으면서 상품의 재고가 점점 더 쌓이자 기업들은 재고를 처리할 방법을 고민하기 시작했다. 아무리 불황이라 해도 상설 할인매장에 재고를 넘겨 기업의 브랜드 가치를 떨어뜨릴 수는 없었다. 그 덕분에 내로라하는 기업들이 아이딜리에 몰렸다. “아이딜리의 멤버십 제도는 브랜드의 가치를 보호해 줍니다. 아이딜리에서 세일을 해도 구글 검색에서는 찾을 수 없기 때문이죠.” 아이딜리 창립자이자 CEO인 폴 허레이(Paul Hurley)의 말이다.

이들은 상품을 공급해주는 기업과 연관되지 않은 자체 수익 모델도 덧붙였다. 놓치기 싫은 좋은 상품이 빨리 매진되어 살 수 없다면 소비자들은 ‘나만 조금 더 일찍 사고 싶다’는 바람이 들게 마련. 아이딜리는 이 부분까지 놓치지 않았다. 아이딜리 사이트에는 누구나 무료로 가입해 쇼핑을 할 수 있다. 이렇게 무료로 가입한 소비자는 12시부터 쇼핑을 시작할 수 있는 2등급 멤버이다. 하지만 매달 7달러씩을 내고 1등급 멤버가 되면 모든 상품을 1시간 일찍 살 수 있다. 또 1등급 멤버만을 위한 판매도 진행된다. 멤버십 차등화로 고객 마음도, 수익도 잡은 것이다.

400배 성장하며 승승장구 하는 아이딜리, 그 미래는 어떨까? 온라인 리서치 마케팅사인 컴스코어(comScore)는 미국의 멤버십 반짝세일 시장규모는 내년 10억 달러, 2015년에는 60억 달러에 이를 것이라고 예측했다.

온라인 쇼핑 시장은 얼핏 보면 포화 상태 같다. 홈쇼핑, 오픈 마켓이나 공동 구매 형식을 띈 소셜 커머스까지 다양한 비즈니스 모델로 발 디딜 틈 없어 보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아이딜리가 ‘멤버십 반짝세일’이라는 조금 다른 비즈니스 모델로 소비자와 상품 공급 기업 모두의 딜레마를 해결하자 그 누구도 몰랐던 새로운 시장이 생겼다. 혹시 지금 치열한 경쟁 시장에서 우왕좌왕 하고 있지는 않은가? 그렇다면 소비자나 공급업체가 어떤 딜레마를 가지고 있는지부터 다시 살펴보자. 당신 기업이 새로운 시장의 ‘아이딜리’가 될 수도 있다.

 

<조미나 IGM교수, 최미림 연구원>

* 위 글은 한국경제 2011년 11월 30일자에 전문이 실렸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