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영 지식

지금 기업이 빅데이터를 챙겨야 하는 5가지 이유

권영구 2011. 12. 5. 10:01

지금 기업이 빅데이터를 챙겨야 하는 5가지 이유
21세기 디지털시대 기업의 분석경영

디지털로 축적되는 데이터량, 실로 어마어마한 수치
현대인의 일상은 어느덧 데이터의 생산과 소비로 점철되어 있다. 당장 직장인들은 아침식사를 거르는 한이 있더라도 출근길부터 스마트폰으로 날씨, 교통정보, 뉴스에 담긴 데이터를 소비하며 하루를 시작한다. 직장에 자리를 잡으면 바쁘게 전날 쌓인 e-메일을 확인하고 답장으로 데이터를 생산하며 업무 준비에 여념이 없다. 그뿐 만일까, 온갖 업무가 IT화된 기업환경 속에서 우리는 업무 시간 내내 PC와 모바일기기를 옆에 끼고 지낸다. 사무실에서 각종 보고서를 작성하더라도, 판매 일선에서 영업을 뛰더라도, 작업 현장에서 제품을 만들더라도 그 과정에서 데이터의 생산과 소비는 끊임없이 일어난다. 직장 밖에서도 마찬가지이다. 교통카드, 신용카드 등을 이용한 소비활동 데이터부터, 범람하는 소셜미디어 속에서 지인들과 주고받은 문자메시지, 사진, 동영상 데이터까지 그 종류와 양도 날이 갈수록 늘어나고 있다.

더군다나 이러한 데이터는 단순히 소비되어 사라지는 존재가 아니다. 지금 이 순간에도 만들어지고, 유•무선으로 전송되어 확산되는 데이터는 어디엔가 계속 쌓여가고 있다. 그렇게 인류가 디지털 공간에 축적한 데이터는 이미 지난 2010년에 1200조 메가바이트(MB), 다시 말해 1.2 제타바이트(ZB)에 이르렀을 것으로 추산된다. 미국 의회도서관이 소장한 전체 장서의 데이터 1500만 MB의 800배에 이르는 양이다. 앞으로 10년 뒤인 2020년에는 이마저도 초라하게 보일만한 35ZB의 데이터 축적이 예상되는 지경이다. 이로 인해 요즘은 데이터가 쌓였다 하면 수십에서 수천 테라바이트씩 쌓이는 일이 다반사이다.

빅 데이터는 쓰레기인가? 다이아몬드인가?
이처럼 기존의 관리 및 분석체계로는 감당하기 어려울 정도의 데이터 홍수 현상을 가리켜 바로 ‘빅 데이터(Big Data)’라 한다. 여기서 우리는 빅 데이터의 가치에 대해 자문하게 된다. 빅 데이터는 과연 디지털 시대의 부산물 내지 쓰레기인가? 높은 저장비용을 감당하면서도 남겨두어야 할 가치가 있는 존재일까?

사실 기업경영에서 데이터의 축적과 활용에 대한 중요성은 꾸준히 강조되어 왔다. 신용평가회사와 금융회사가 금융거래기록을 축적하여 소비자의 신용등급을 산정하고 마케팅과 리스크 관리 자료로 사용하는 것이 대표적인 사례였다. 오늘날 유통, 제조업을 망라한 다양한 기업들이 전사적자원관리(ERP) 시스템, 고객관계관리(CRM) 시스템 등을 도입하여 경리, 영업, 재고, 고객관리 등에 다각도로 활용하는 것도 분석경영(business analytics)의 일환으로 널리 확산되어왔다. 여기서 관심의 대상이 된 데이터들은 주로 기업 활동과 직접적으로 관련된 내부 데이터들이었다. 이러한 데이터는 특정한 양식에 맞게 잘 구조화되었고, 그 양도 지금까지는 비교적 제한적이었다. 반면 빅 데이터는 이와 달리 양도 엄청난데다 포맷도 텍스트, 사진, 동영상 등 제각각이고 구조화 수준도 떨어진다. 기존 분석경영의 관점과 기술로는 활용하기 어려운 데이터들이었다.

하지만 이것으로 빅 데이터의 가치를 간과할 수는 없다. 특히 오늘날의 기업은 급변하는 환경 속에서 항상 소비자의 니즈를 빠르게 파악하고 대처해야 하는 숙명을 지니고 있다. 여기서 한발 앞서 나아가기 위해서는 곳곳에 잠재되어 있는 소비자의 선호와 행동에 대한 정보를 앞서 읽어내는 능력이 필요하다. 빅 데이터에는 그러한 정보가 무궁무진하게 묻혀 있다. 경제, 사회적인 이슈부터 제품에 대한 정보, 평가들이 다양한 소셜 미디어를 통해 표출되고, 소비자들의 행태가 세밀하게 기록되는 것 하나하나가 실마리를 담고 있다. 값비싼 설문조사를 동원하지 않더라도 소비자에 대한 많은 정보가 여과 없이 노출되어 있는 것이다.

 

전혀 새로운 분석 서비스의 기회 무궁무진
빅 데이터는 또한 과거의 경영정보 활용을 뛰어넘는 새로운 지평을 열어주고 있다. 빅 데이터의 막대한 양은 분석의 걸림돌이기도 하지만, 과거에 적용하기 어려웠던 분석 방법론을 적용해볼 수 있는 기회도 제공해준다. 구글이 선보이고 있는 자동번역 서비스(http://translate.google.com)가 그러한 사례이다. 기존의 자연어 분석과 문법에 의한 번역 방법은 비슷한 어족끼리는 그럭저럭 괜찮았으나, 한국어와 영어처럼 상이한 언어의 번역에서는 결과가 부자연스러운 경우가 많았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1990년대 초 IBM은 아예 인간이 번역한 문서를 통계적으로 비교해 의미가 비슷한 문장과 어구를 대응시켜 번역 결과를 내는 방법을 시도한다. IBM은 여기에 영어와 프랑스어로 함께 작성되는 캐나다 의회의 공문 수백만 장을 이용해 이 서비스를 시도했다. 그러나 수백만 장으로는 유의한 번역이 불가능했다. 반면 2000년대 들어 구글은 EU에서 유럽 20여 개 언어로 함께 작성되는 공문과 각종 번역작품에서 추출한 수십억 건의 문서를 활용하여 이를 다시 시도했다. 그 결과 오늘날과 같이 성공적인 번역 서비스가 탄생할 수 있었다. 이처럼 빅 데이터로 인해 전혀 새로운 서비스가 가능해지기도 한다.

말하자면 빅 데이터는 겉보기에는 황막한 산에 불과하지만, 사실은 대단한 금맥이 묻혀 있는 셈이다. 그 활용 여하에 따라 놀라운 가치 창출의 기회가 될 수 있다. 따라서 미래에는 빅 데이터에서 차별화된 정보를 추출하여 기업경영에 접목할 수 있는 기업이 놀라운 경쟁우위를 갖게 되리라는 예상이 지배적이다. 오늘날 글로벌 기업들이 빅 데이터 분석기술에 주목하는 것도, 최근 기술분석 전문기관들이 빅 데이터 관련 기술을 2011년 IT 분야의 핫이슈로 지목하는 것도 모두 이 때문이다.

이에 따라 빅 데이터 처리에 필요한 분석기법, 분산처리 하드웨어 및 소프트웨어 기술의 가치도 급상승하고 있다. 2010년 9월 IBM이 고성능 데이터 관리업체 네티자(Netezza)를 17억 달러에, 2010년 11월 EMC가 네트워크 저장장치 업체 아이실론(Isilon)을 22억 5천만 달러에 인수했듯이 관련 역량을 확보하기 위한 M&A 열기도 뜨겁다.


기업의 빅데이터 활용 가치 5가지
그렇다면 이러한 빅 데이터 분석경영을 통해 기업은 어떠한 효과를 기대할 수 있을까? 이를 다섯 가지 측면에서 살펴보도록 하자.

 

1. 마케팅에 활용될 정보들의 寶庫
우선, 기업은 빅 데이터로부터 소비활동에 영향을 주고받는 여러 소비자들 사이의 소셜 네트워크 구조를 파악하고 효과적인 마케팅을 위한 기반 정보를 확보할 수 있다. 오늘날 소비 활동에서는 기업 못지않은 정보의 가공과 생산을 담당하는 프로슈머, 동질적 소비자들끼리 결합되어 있는 커뮤니티 등의 영향이 구매활동에 큰 영향을 미친다. 이를 기업의 입장에서 능동적으로 이용하기 위해서는 시장에 내재된 소셜 네트워크를 보다 정확히 알 필요가 있다. 소셜 미디어 등에 나타난 소비자들 사이의 교류활동을 분석하여 잠재적인 소비자군과 이들이 소속된 다양한 커뮤니티 구조를 파악해야 하는 것이다. 이러한 정보를 바탕으로 각 커뮤니티와 개인의 역할 특성에 맞게 마케팅 활동을 펼쳐야 그 효과도 극대화된다.

 

2. 재빠른 리스크 관리
둘째로, 기업이 주시해야 할 여러 사건의 징후와 전개과정을 빠르게 감지해낼 수 있다. 기업에 대한 평판의 변화나 시장 질서를 바꿔놓을 중요한 트렌드의 변화 등은 모두 수면 위로 떠오르기 전에 밑바닥에서부터 미묘한 징후가 나타나기 마련이다. 예전 같았으면 사람들의 대화를 도청하지 않는 다음에야 이를 알기 어려웠다. 하지만 오늘날에는 디지털 공간 곳곳에 개개인의 의견이 자발적, 공개적으로 활발히 표출되고 있으므로 보다 체계적인 모니터링이 가능해졌다. 공개된 대표적인 사례로 구글은 보건당국이 의료기관에서 환자 수를 집계하기도 전에 독감 유행정보를 감지, 예측하는 시스템을 선보이고 있다. 사람들이 독감 기운을 느끼면 이와 관련된 다양한 정보를 검색해본다는 사실을 이용한 것이다. 이미 여러 차례 이슈화되었던 포털사이트의 실시간 검색어 순위 통계는 물론, 다양한 검색통계와 소셜미디어의 메시지 추이를 이용해 세상 사람들의 마음을 읽어내려는 노력들도 크게 진척되었다. 실제 많은 기업들이 다양한 목적의 온라인 모니터링 시스템을 운영하고, 이를 기업의 리스크 관리에도 활용하고 있다.

 

3. 정교한 예측모형으로 CEO의 의사결정에 도움
셋째로는 의사결정에 작용하는 경영자의 직관을 보완함으로써 효과적인 의사결정을 촉진할 수 있다. 오늘날의 경영 관련 의사결정 상황에서는 정보가 너무 많거나, 반대로 너무 적은 경우가 종종 발생한다. 경영자는 이럴 때일수록 본질을 꿰뚫는 직관을 발휘해 결정을 내려야 한다. 액센추어가 미국기업을 대상으로 한 조사에서는 여전히 주요 의사결정의 약 40%가 직관에 의해 이뤄진다고 한다. 물론 통찰로 다듬어진 직관은 종종 긍정적인 결과를 내긴 하지만, 직관에 대한 맹신은 항상 독선의 함정에 빠질 위험이 존재한다. 빅 데이터 분석기술은 바로 이런 딜레마 속에서 경영자의 직관을 객관적으로 검증해볼 수 있는 좋은 기회를 제공한다. 빅 데이터 분석에서 활용되는 여러 인공지능 기법들을 이용하면 데이터로 컴퓨터 모형을 학습시키는 방법으로 정교한 예측모형을 만들 수 있다. 경영자의 오랜 경험으로 다져진 직관과, 이들 모형의 시뮬레이션 결과를 상호 보완적으로 이용하면 의사결정의 신뢰성을 더욱 높일 수 있다.

 

4. 전략의 기획부터 실행, 보완까지 최적화
넷째로 빅 데이터로 복잡해 보이는 여러 요인의 영향을 체계적으로 파악하고 최적의 전략 실행방안을 찾아갈 수 있다. 앞서 언급한 인공지능 기법들을 이용해 만들어낸 예측모형을 이용하면, 많은 요인들을 변화시켜가며 다양한 시나리오에 대해 기대효과를 계산해낼 수 있다. 이들 각각의 경우에 대해 장단점을 비교하고 전략적 목표에 가장 부합하는 최적의 대안을 선택하는 것이 가능해진다. 또한 전략을 실행하는 단계에서도 여러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특히 트위터 등의 소셜미디어에는 기업 활동에 대한 즉각적인 반응들이 나타난다. 기업활동이 대상 소비자에게 미치는 1차적인 영향과, 이들이 다른 소비자들에게 확산되는 2차, 3차의 영향까지 매우 빠른 주기로 확인해볼 수 있다. 트위터가 큰 인기를 끌고 있는 미국, 일본 등에서는 이미 트위터에서의 반응을 성과지표로 활용하여 유연한 마케팅 캠페인을 펼치는 사례도 늘고 있다. 빅 데이터를 토대로 전략의 기획부터 실행, 결과 확인, 보완에 이르는 일련의 과정을 한층 유기적으로 수행이 가능해지고 있는 것이다.

 

5. 고객과 공동으로 가치 창출하는 관계 형성
마지막으로 빅 데이터 분석활동은 고객과 공동 가치창출을 이뤄가는 접점으로 작용한다. 이미 기업이 가치의 생산자이고, 고객이 소비자라는 이분법적인 도식은 사라지고 있다. 기업은 이제 고객이 표출하는 관련 정보에 귀 기울이고 이를 수시로 반영하며 호흡해갈 때 살아남을 수 있다. 소셜미디어에서 돌고 있는 갖가지 의견과 아이디어, 제품에서 감지하는 다양한 사용정보 등을 분석해 문제가 크게 불거지기 전에 선제적으로 개선하는 노력도 필요하다. 예를 들어 볼보는 자동차의 다양한 전자제어 시스템에 연결된 센서들이 수집한 정보를 본사에 자동 전송할 수 있는 시스템을 도입하여 운영하였다. 그 결과 과거 50만대를 팔고서야 크게 리콜사태가 터졌을 결함을, 단 1천대를 판 상태에서 파악하는 등의 성과를 거둘 수 있었다. 이미 다양한 센서와 통신모듈을 값싸게 접목시킬 수 있는 기술이 보급되어 있으므로, 이미 판매한 제품과 서비스에서 얻어지는 이러한 빅 데이터는 고객의 사후만족까지 이끌어내는 유용한 지렛대로 활용될 수 있다. 이런 일련의 활동으로 기업의 리스크를 최소화하고 평판도 개선할 수 있게 된다. 더 나아가 기업에 유용한 지식과 활동상을 가진 소비자들을 발견하고 지원해줌으로써, 오늘날에 꼭 필요한 기업과 고객, 고객과 고객 사이의 다방향 관계 형성에도 기여하게 된다.

정리하자면 빅 데이터는 기업이 경쟁환경을 더욱 잘 이해하고, 효과적으로 전략을 실행할 수 있게 하는 중요한 잠재가치를 지니고 있다. 이럴 때일수록 기업 내외부의 빅 데이터에 대한 중요성을 인지하고 체계적으로 수집하는 활동부터 시작되어야 한다. 특히 능란한 수리적 분석력과, 경영의 통찰력을 겸비한 인재와 분석팀을 체계적으로 육성하기 위한 투자가 필요하다. 이미 MS나 인포침스(InfoChimps) 등은 이러한 빅 데이터와 분석능력이 직접적인 거래의 대상이 될 것을 예견하고 관련 온라인 마켓플레이스 육성에 공을 들이고 있다. 앞서 여러 사례에서 보았듯이 마인드를 달리하면 각 기업이 모으고 분석하여 큰 가치를 끌어내볼만한 빅 데이터는 무궁무진하다. 바로 지금부터 이러한 빅 데이터 분석에 필요한 종합적인 역량 배양에 노력하는 기업만이, 앞으로도 심화될 정보홍수 속에서도 차별적인 가치를 창출해낼 수 있을 것이다.



 

채승병은ㆍㆍㆍ
KAIST에서 물리학과를 졸업하고 박사학위를 받았다. 현재 삼성경제연구소 경영전략실 복잡계센터 수석연구원으로 재작중이다. 주요 저서로는 '대한민국 정책지식 생태계', '상생의 경제학' 등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