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영 지식

5단계 거치면 창의적 조직으로 거듭난다

권영구 2011. 11. 29. 11:22

5단계 거치면 창의적 조직으로 거듭난다
손에 잡히는 ‘창의적 문제해결’ 방법론

출판사 : 베가북스
발행일 : 2011년 10월 05일
페이지수 : 289

조쉬 링크너(Josh Linkner)는 도시 지역을 재건하는 벤처 자본회사 디트로이트 파트너스(Detroit Venture Partners)의 CEO이자 재즈 음악가, 연설가, 작가로도 활동 중이다. 플로리다 대학에서 광고학 학사를 취득했으며, 세계 최대의 인터랙티브 홍보 회사 이프라이즈(ePrize)의 창립자이자 회장이며 전직 CEO이다. 이프라이즈는 코카콜라와 AT&T, 갭, P&G, 디즈니, 델, 아디다스, 시티은행, 마이크로소프트 등 37개 국에서 100대 브랜드 중 74개의 브랜드의 홍보를 기획하고 마케팅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오랫동안 마이크로소프트는 혁신의 리더십을 대표하는 상징으로 군림해왔다. 마이크로소프트의 윈도우와 오피스는 시장을 독점했고, 지난 10년 사이에 1000억 달러 이상의 수익을 가져다 주었다. 하지만 그들이 과거의 성공에 안주하는 동안 경쟁자들 또한 혁신에 성공했다. 결국 마이크로소프트는 전자책 분야에서 킨들과 소니, 그리고 애플에게 패했고, 인터넷 검색 분야에서는 구글에게 밀려났다. 온라인 백과사전 시장에서는 위키피디아에, 디지털 뮤직 분야에서는 애플 아이팟에게 시장을 뺏긴데 이어, 휴대전화와 태블릿 PC 시장도 놓쳐버렸다.

이처럼 위대한 기업들은 언제나 번뜩이는 아이디어를 통해 만들어지지만 성장을 거듭함에 따라 변화를 탐지하고 참신한 아이디어를 개발하는 일에 소홀해지는 경향이 있다. 기존 운영 시스템과 절차를 구축하는 것에 주된 역량을 쏟는 것이다. 그러나 맥스웰 하우스가 훨씬 더 대담하고 새로운 아이디어로 무장한 스타벅스에게 커피 산업의 선두 자리를 빼앗기는 것을 보라! 기존의 방식을 고수하고 혁신에 몸을 사리는 순간 변화를 선도할 기회를 잃게 된다.

21세기 지식기반사회에서 승리와 혁신의 원동력, 그리고 지속성장을 위한 영양분은 단연 ‘창의성’이다. 하지만 기업의 CEO와 임원진들은 의구심을 가진다. 창의성은 천부적인 것이 아닌가? 관리하거나 통제할 수 없는 것 아닌가? 윗사람에게만 필요한 것이 아닌가? 이에 조쉬 링크너는 저서 ‘창의는 전략이다’를 통해 이 모든 의문에 ‘그렇지 않다’라고 답한다. 하버드 경영대학교 교수 클레이턴 크리스텐슨도 밝혔듯이, 창의성의 80%는 노력을 통해 얻는 것이다. 창의성은 인간의 근육과 같아서 단련하고 개발시킬 수 있고, 이를 끌어내는 방법 역시 전략이자 기획이며, 시스템인 동시에 문화의 문제라는 것이 바로 이 책의 기본 관점이다.

200여 명의 창업자, CEO, 정부관리, 예술가, 사고의 리더들과 가진 인터뷰를 바탕으로 탄생한 내면의 창의성을 깨울 수 있는 방법, 5단계의 ‘창의성 촉진 시스템’을 살펴보자.


STEP 1: 질문
끊임없이 의문을 가지고 새로운 관점으로 바라보라
“양말은 왜 한 쌍일까?” “왜 양쪽 양말이 서로 똑같아야 하지?” “게다가 디자인은 왜 하나 같이 밋밋하고 따분할까?” 리틀 미스 매치(LITTLE MISS MATCHED)를 설립한 기업가 아리엘 엑스툿은 이와 같은 호기심을 바탕으로 양말 한 짝 한 짝 색상과 모양이 다른 양말을 세 짝이나 다섯 짝, 혹은 일곱 짝을 한 세트로 묶어 판매했다. 이처럼 리틀 미스 매치는 기존 통념에 의문을 품고 도전했으며, 그 결과 창립 4년 만에 2500만 달러의 매출을 넘어설 정도로 성장할 수 있었다.

창의성 촉진 시스템의 1단계 과정은 위 사례처럼 ‘당연하고 자연스러운 것’에 대해 의문을 품고 끊임없이 질문을 던지는 것이다. 이를 위해서는 우선 “왜?”라는 질문으로 문제의 현재 상황을 이해하고 통념에 도전해야 한다. 이어서 “이렇게 하면 어떨까?”라는 질문을 던져 새로운 가능성을 모색하고, 이 아이디어가 발생시킬 변화를 그려본다. 마지막으로 “왜 안 되지?”라는 질문을 통해 변화를 가로막는 제약요소를 파악할 수 있다.

그러나 많은 사람들이 사회와 직장생활을 거치며 쌓여버린 편견과 가설, 과거의 경험으로 인해 참신한 사고를 끄집어내는 것에 어려움을 겪는다. 이미 존재하지 않는 장애에 가로막혀 혁신할 시도조차 하지않거나, 과거의 해결책에서 벗어나지 못한 채 환경의 변화에 적응하지 못하고 도태되기도 한다.

창의성의 필수요소인 호기심을 일깨우기 위해서는 소비자, 다른 회사 관계자, 다른 문화권 거주자와 같은 외부인의 시선으로 과제를 바라보고 새로운 관점으로 접근해야만 한다. 이를 위해서는 일상을 끊임없이 관찰하고, 무관해 보이는 것들을 엮어서 연상해보며, 지속적으로 질문하면서 실패에 대한 두려움 없이 실험하고, 넓은 인맥을 바탕으로 다양한 관점의 소유자들과 교류하는 혁신자로서의 역량을 가져야 한다. 이렇듯 창의성 근육을 단련하는 문화가 경영자뿐 아니라 조직 내에 뿌리 내리게 된다면, 조직 구성원들이 맹목적으로 복종하는 문화를 벗어나 창의성을 조직화하는 시스템의 기초를 마련할 수 있다.


STEP 2: 준비
창의적 문화와 환경을 조성하라
픽사 애니메이션 스튜디오에는 두뇌 신탁이라는 모임이 있다. 이 모임을 구성하는 8명의 이사들은 진행 중인 프로젝트와 관련된 창의성 과제를 건의하고, 2시간 동안 그에 대한 의견을 주고받는다. 이 과정에서 참가자들은 그 누구도 권위를 행사하지 않으며, 정곡을 찌르는 조언과 다양한 아이디어를 교환한다. 이와 같은 협력적 환경 아래 최상의 창의적 아이디어들이 끊임없이 배출된다.

구글은 어떠한가? 구글 본사의 구글플렉스에는 침침한 형광등 불빛과 누런색 칸막이는 존재하지 않는다. 직원들은 킥보드나 세그웨이(1인용 전동차)를 타면서 이동하고, 건물은 모두 독특한 예술작품과 다양한 색상으로 꾸며져 있다. 어느 건물에나 무료 식사와 음료가 마련되어 있고, 사내 운동장에 위치한 비치발리볼 코트에서는 ‘일’과 ‘놀이’가 매끄럽게 연계된다.

많은 기업들이 설비와 자산에 천문학적 예산을 쏟아 부으면서도 창의적 문화와 환경 조성에 대한 투자에는 인색하다. 하지만, 이러한 창의적 생태계야 말로 창의성의 요람이다. 창의성 촉진 시스템의 2단계는 바로 이 요람, 즉 창의성이 발휘될 수 있는 정신을 북돋우고 창의성을 키우는 문화와 환경을 조성하는 것이다.

창의적 문화의 조성을 위해서는 먼저 핵심가치를 정립하고 전 직원과 공유해야 한다. 이는 단순한 강의 몇번으로 해결될 일이 아니다. 회사의 문화를 책으로 엮어 배포하고, 회사의 문화를 알리는 정규 회의를 열며, 회사의 문화를 준수한 직원들에게 포상한다. 아울러 유연하고 혁신적인 사고방식을 지니도록 장려해야 한다. 권위와 위계를 허물어 팀원들의 자율성과 용기를 북돋우고 다양성을 확보하는 동시에, 위험에 도전하는 정신과 실패에 너그러운 문화를 조성함으로써 혁신의 정신이 끊임없이 지속되게 해야 한다.

물리적인 환경 구축 역시 창의성 생태계 조성에 크게 기여할 수 있다. 출근에서 퇴근까지 직원들이 상주하는 작업공간이 높은 칸막이로만 이루어져있다고 상상해보라! 오히려 화장실이 독창적인 사고에 도움이 될지도 모른다. 미학적으로 잘 꾸며진 사무공간에서 팀원들은 더 신선한 자극을 받고 창의성을 발휘할 수 있을 것이다. 그루폰처럼 직원들의 자리 배치를 정기적으로 바꿔 참신한 분위기를 도모하거나, 일상의 작업공간을 벗어나 현장으로, 밖으로 나가서 유연한 사고가 가능하도록 환기를 꾀하는 것 또한 좋은 방법이다.


STEP 3: 발견
용기와 호기심으로 숨어있는 창의성을 찾아내라
창의성은 우리 주변 어디에나 존재한다. 창의성 촉진 시스템의 3단계는 바로 조직이나 업계, 혹은 다른 창의적 작업과정 속에 숨어있는 창의성을 ‘발견’하는 것이다. 이를 위해서는 색다른 렌즈, 즉 새로운 관점에서 문제를 살펴볼 필요가 있다.
 
여기에는 시트린(CITRIN) 그룹의 CEO이자 창립자인 존 시트린이 즐겨 사용하는 ‘트집쟁이(THE BLOCKER)’ 기법이 색다른 렌즈의 좋은 예가 될 수 있다. 이들의 회의에서는 팀원 한 사람이 트집쟁이 역할을 맡아 존이 하는 모든 말에 족족 비판을 가한다. 이로써 회의 참가자들의 맹목적인 동의를 막고 자신은 물론 팀원 모두가 안건을 색다른 관점에서 살펴보게 된다.

이와 같은 ‘다르게 보기’는 사업적 관점에서도 큰 역할을 할 수 있다. 테슬러 모터스(TESLA MOTORS)는 녹색 운동에 따른 탄소 배출 절감이라는 필요가 높아지고 있었던 변곡점에서 테슬러 로드스터(TESLER ROADSTER)라는 전기 자동차를 출시했고, 단기간에 2년치 생산량에 해당하는 예약판매를 끝내버렸다! 한 대 당 9만 달러에 이르는 높은 가격도 소비자들의 구매를 막기에는 역부족이었다.


STEP 4: 점화
창의의 불꽃을 점화하라
창의성은 산불과 같다. 산불은 난데없이 나타나는 것이 아니라, 언제나 담배꽁초, 타다 남은 모닥불과 같은 작은 불씨에서 시작된다. 창의성 촉진 시스템의 4단계는 바로 창의성의 불씨를 찾아내 지피고, 이 작은 불씨가 더 큰 불꽃이 되도록 키워내는 것이다. 그렇다면 창의성 발현의 부싯돌 역할을 해줄 실용적 기법들과 강력한 도구들은 어떤 것들이 있을까?

먼저 그룹 토론을 통해 구체적인 최종 목표를 정해두지 않고 자유로운 의견 교환을 꾀하여 여러 가능성을 탐구해보자. 프로젝트의 순서에 구애 받지 않고 아무 단계에서부터 창의적 작업을 진행해 보는 것도 좋다. 최선의 해결책을 위해 골머리를 앓기 전에 얼토당토않은 오답부터 떠올리거나 발칙하고 도발적인 아이디어를 떠올리는 작업도 하나의 방법이다. 가끔은 긴장을 풀기 위한 시간을 갖고, 관점을 미래나 과거로 옮겨보기도 한다. 때로는 매우 구체적인 설정 아래서 팀원들끼리 역할극을 해보기도 하고, 짜증과 불편을 일으키는 상황을 빠짐없이 기록해보자. 아이디어를 끼적거리며 제약 없이 생각하고, 시각적으로 낙서하고, 기록하고, 반복하다 보면 창의성의 스파크가 튀기 시작할 것이다.

이제는 아이디어의 불꽃을 키울 차례다. 앞서 얻은 아이디어들을 ‘극한까지’ 몰고 가보자. 이러한 엣지스토밍(EDGESTROMING)은 과장을 통해 통념을 깨뜨리고 창의적 생각을 끌어낸다. 롤스토밍(ROLESTORMING)도 유용하다. 스티브 잡스와 같은 혁신적 인물을 회의에 가상으로 초대하고, 팀원들로 하여금 잡스라면 어떤 의견을 냈을지 생각해보게 만드는 것이다. 아이디어를 두어 개 정도가 아니라 200개씩 만드는 ‘긴 목록 만들기’와, 업계의 통념을 뒤집어 그에 반하는 방법들로 접근해보는 ‘역발상’ 또한 좋은 방법이다. 때로는 창의적 작업에 참여하는 사람들에게 사전 정보를 거의 주지 않는 눈 가리기(BLINDFOLD) 기법으로 의외의 시각을 열어주는 것 역시 많은 도움이 된다. 팀원 각자 아이디어를 적고, 각각의 아이디어를 차례대로 돌려보며 아이디어를 발전시키는 브레인 라이팅(BRAIN WRITING)을 통해 하나의 의견에 맹목적으로 동의하는 집단사고를 피할 수 있다.


STEP 5: 발사
검토하고, 선택하고, 실행하라
구슬이 서 말이라도 꿰어야 보배라 했다. 창의성 촉진 시스템의 마지막 5단계는 바로 화이트보드에 빼곡하게 들어찬 아이디어 중 최선의 옵션을 선택하고 실행하는 일이다. 개개인이 자신이 중시하는 몇 가지 요소를 꼽아 각 아이디어의 점수를 매기고 난 후, 그 점수를 합산해 최상의 아이디어를 찾아내는 ‘매트릭스 평가’를 수행해보자. 이를 통해 주관적일 수 있는 요인들을 정량화할 수 있고, 다양한 요인들을 동일한 조건에서 비교할 수 있게 된다.

팀원들에게 포커 칩이나 동전을 나눠주고 각 아이디어에 투표를 하게 하는 ‘포커 칩 방법’도 있다. 이 방법은 팀원들의 전반적인 생각을 여과 없이 그대로, 빠르게 파악할 수 있게 하고, 적절치 않은 아이디어를 효과적으로 제거하여 선택 옵션들을 좁혀나갈 수 있게 한다.

팀원들을 피고와 원고, 배심원으로 나누고 아이디어를 변호, 공격하며 양측의 증거와 주장을 검토하여 평결을 내려보는 ‘배심원 재판’ 기법도 매우 유익하다. 이 방법은 체계적인 토론의 장을 마련함으로써 아이디어의 장점을 입체적으로 검토한 뒤 최선의 선택을 하도록 돕는다.

또 가치 매핑(VALUE MAPPING)을 통해 실행 가능성과 시장 출시 시간, 기대 투자수익률과 위험과 같은 전통적인 판단 요소에서 벗어나 자사에 중요한 가치들을 평가 기준으로 삼아본다. 이를 통해 많은 아이디어 중 회사의 혁신목표와 가치에 가장 부합하는 아이디어는 무엇인지 알아볼 수 있다.

마지막으로 이론상으로는 완벽하지만 소비자 측면에서 미처 발견하지 못했던 치명적인 결함이 있는 아이디어를 성급히 추진하는 것은 위험할 수 있다. 때문에 반드시 실물 모델이나 시연, 데모와 시뮬레이션 등 프로토타이프(시제품)를 구현해 아이디어를 테스트해야 한다. 아이디어→상품개발→판매의 혁신 과정을 아이디어→판매→상품개발로 전환해 상품과 서비스를 개발 단계 이전에 소비자에게 선보이는 것이다. 이는 소비자의 피드백을 통해 최선의 아이디어를 가늠할 수 있게 한다.

조직의 모든 혈관에 창의성이라는 신선한 혈액을 공급할 준비가 되었는가? 저자가 제안하는 5단계 창의성 촉진 시스템은 기존의 딱딱했던 회의나 워크샵 문화를 벗어나 조직에 유연하고 창의적인 문제해결 문화를 이끌어내는 매우 유익한 방법론을 담고 있다. 기발하고 참신하며 실용적인 기법들과 다양한 실례들로 무장한 이 책은 조직에 창의적 문화를 조성하고자 하는 모든 리더들에게 만족스러운 가이드북이 될 것이다.

 

<이상준 IGM객원연구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