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가 다르게 치솟는 기름값에 부담이 되지만 막상 또 없으면 불편해 자동차를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애물단지로 여기는 소비자들이 늘고 있다. 이들의 고민을 덜어주는 기분 좋은 해답이 있다. 굳이 사지 않더라도 필요할 때만 내 것처럼 이용 가능한 ‘협력적 소비(Collaborative Consumption)’이다. 온라인 예약을 통해 자신이 필요한 시간에 차를 빌려 타는 자동차 공유 서비스 집카(Zipcar)가 대표적인 협력적 소비의 예. (관련기사: http://www.igmbiz.org/bbs/board.php?bo_table=sub0300&wr_id=287
협력적 소비는 발전된 IT기술에 힘입어 소비자들끼리 제품이나 설비 등을 공유하거나 교환하는 새로운 소비 패턴을 말한다. 완전한 ‘소유’를 포기하고 잠깐의 ‘이용’을 택하는 것이다. 타임지가 ‘2011년 세상을 바꿀 10대 아이디어’ 중 하나로 선정할 정도로 주목 받고 있다.
빌려 쓰고 나눠 쓰는 것이 협력적 소비라면 뭐가 그리 특별한가 의문이 들 수 있다. 사실 개념만 놓고 보면 각종 렌탈 서비스나 중고 시장에서의 아나바다 물물 교환 등 이전의 대안적 소비 형태와 크게 다르지 않다. 그러나 ‘협력적 소비’는 이보다 한 걸음 더 나아갔다. 먼저 ‘협력적 소비’를 하는 마인드가 다르다. 이전의 대안적 소비가 ‘조금 더 아껴보고자’ 하는 마음에서 이루어졌다면, 협력적 소비는 소비에 대한 열린 마음이 바탕이다. 필요할 때 사용할 수 있다면 꼭 내 것으로 소유하지 않아도 괜찮고, 내 물건도 남이 필요하다면 쓸 수 있게 공유하거나 필요하면 기꺼이 줄 수도 있다. 둘째, 시간과 공간의 한계를 넘었다. 이전에는 물물교환에 시간적, 공간적 한계가 있었지만, 이제는 인터넷 및 IT 기술이 발달해 전 세계 소비자들이 언제 어디서나 협력적 소비를 할 수 있다. 공유 대상인 물건의 위치 정보를 쉽게 확인할 수 있을 뿐 아니라, 실시간 연결이 가능하고 배송 등도 빨라지고 쉬워졌기 때문이다.
특히 경제적 부담이 적다는 특징 때문에 협력적 소비를 하는 소비자가 하루가 다르게 늘고 있다. 집카 등과 같이 협력적 소비를 비즈니스 모델로 성공한 기업들도 등장했을 정도로 거대한 트렌드로 자리매김했다.
협력적 소비의 3가지 형태
그럼 협력적 소비는 어떤 형태로 이뤄지고 있을까? 크게 물품 대여, 물물교환, 공동생활 세 가지 형태로 구분된다.
첫째, 물품 대여 방식이다.
자신이 사용하지 않는 물건을 공유하고, 필요한 이들이 사용할 수 있게 해주는 것이다. 릴레이 라이즈(Relay Rides)는 이를 비즈니스 모델로 성공시킨 대표적인 사례. 앞에서 소개한 집카는 차량을 기업(집카)이 소유하여 개인에게 대여해주는 반면, 릴레이 라이즈는 개인간 차량을 대여할 수 있도록 회원들을 이어준다. 차량을 가진 대여자는 자신의 차를 등록하고 점검 등을 거친 후 다른 개인에게 빌려줄 수 있다. 이용자는 예약 시스템을 통해 다른 사람들의 차를 검색해 예약한 후 이용하고, 사용한 만큼만 비용을 내는 것이다. 이용자 입장에서는 필요할 때만 이용할 수 있는데다 시간당 약 5달러 정도로 이용료가 매우 저렴하다. 차량 소유주 역시 차량을 놀릴 필요 없이 돈을 벌고, 정기적으로 점검도 받을 수 있어 일석이조다. 릴레이 라이즈는 등록 회원의 가입비와 거래가 성립될 때 생기는 중계 수수료로 수익을 얻는다. 이 협력적 소비에 참여한 모든 이들이 ‘누이 좋고 매부 좋은’ 비즈니스 모델로 큰 인기다.
두 번째, 물물교환 방식이다.
단순히 빌려주는 것을 넘어 소유권 자체를 교환하는 것으로, 자신에게 불필요해진 물건을 주고 자신이 원하는 걸 얻는 것이다. 원시시대부터 있었던 소비 형태이지만 인터넷의 발달로 그 속도가 급격히 빨라지고 규모도 광범위해졌다. 물물교환 방식의 대표격인 스왑닷컴(Swap.com)의 이용방식은 이렇다. 소비자들은 각각 자신에게 필요 없어진 물품을 등록하고, 남들이 등록해놓은 물품 중 자신이 갖고 싶은 것을 찾게 되면 맞교환한다. 배송비는 각자 부담을 하고, 서비스 이용 수수료로 스왑닷컴에 내는 돈은 건당 최고 1달러에 불과하다. 스왑닷컴 측에서는 사기 등 이용자 피해가 발생하지 않도록 꼼꼼히 관리해주고 있어 이용자들의 만족도가 매우 높은 것이 특징.
물물교환의 또 다른 방식은 아예 중고물품을 무료로 제공하는 경우다. 인터넷상의 자원 재활용 센터 격인 프리싸이클(Freecycle)이 대표적인데, 자신이 현재 사용하지 않는 물건 정보를 올리면 필요한 사람이 이를 찾아간다. 그야말로 ‘협력적 소비’에 열린 마인드를 가진 이용자들의 자발적 참여로 이루어지는 경우다.
마지막은 아예 필요를 같이 하는 이들이 공간을 공유하거나 공동생활하는 방식이다.
쉐어드 얼스(Shared Earth)를 통하면 땅은 있으나 그 땅을 활용할 수 없는 이들이 땅을 가꿀 사람에게 자신의 땅을 내어줄 수 있다. 과거 농장주와 소작농의 관계를 떠올릴 수 있지만 그와는 차원이 다르다. 과거의 그것이 명백한 주-종의 관계가 성립하는 거래 관계였다면 현재의 협력적 소비는 ‘나눔과 공유’의 관계다. 소유권이야 원래 땅 소유주가 갖지만 대가를 바라고 땅을 ‘대여’하지 않는다. 땅을 이용하는 이들이 고마운 마음으로 농작물 등으로 자발적으로 답례하는 게 전부다.
개인 작업실을 갖고 싶어도 비용이 부담스러운 이들이 모여 만든 공동 작업 공간은 공동 생활의 예. 영국 노팅햄의 더 써드 스페이스 스튜디오(3rd Space Studios)는 9명의 예술가들이 뭉쳐 만든 공동 작업실이다. 옛 극장 한 켠을 빌려 공동으로 필요한 공구, 기계들을 사다 작업공간을 꾸민 후 미리 작업 시간을 나누어 각각 원하는 시간에 작업할 수 있게 했다. 모두가 저렴하게 시설, 설비를 이용할 수 있게 해서 전 세계의 많은 예술가들이 벤치마킹 하고 있다.
협력적 소비는 왜 좋은가?
그럼 협력적 소비를 통해 얻을 수 있는 혜택은 무엇일까? 가장 큰 혜택은 뭐니뭐니해도 경제적 이익이다. 가격 부담이 덜하다는 장점 때문에 소비자들은 자신의 완전한 소유를 포기하고 약간의 불편함을 감수하며 기꺼이 ‘협력’ 소비를 시도한다. 자동차의 경우, 차량 구입 가격에 보험, 기름값 등 유지비가 만만치 않다. 그러나 릴레이 라이즈를 활용하면 단 5 달러, 즉 만 원이면 필요한 시간에 내 차처럼 쓸 수 있다. 차를 많이 이용해야 하는 경우가 아닌 이상 협력적 소비가 절대적으로 경제적이다. 또한 중고 물건은 원래 구입가보다 훨씬 저렴하게, 때로는 무료로 얻을 수 있다.
그러나, 경제적 이익이 다는 아니다. 협력적 소비가 이렇게 사회 문화적 트렌드로 자리 잡을 수 있었던 이유에는 개별 소비자들이 친환경적 기여를 통해 얻는 만족감을 빼놓을 수 없다. 협력적 소비를 하면 물건을 함께 쓰고 재활용함으로써 불필요한 생산, 폐기를 막아 환경보호에 기여할 수 있다. 사회적 책임의식을 갖는 ‘착한 소비자’들이 늘어나면서 협력적 소비 역시 주목 받고 있는 것이다.
최근, 뉴욕 한복판에서 환경에 영향을 주지 않고 살아남는 1년짜리 ‘노 임팩트 맨’ 프로젝트가 화제가 된 적이 있다. 30대 부부와 어린 딸 세 가족이 지구를 지키기 위해 자전거 타고 출퇴근하기, 400km 내에서 생산하는 음식만 먹기, 화장지 쓰지 않기 등 생활을 바꾸는 시도를 해 온 것. 책과 다큐멘터리로도 제작되었을 정도로 많은 이들에 감동을 주었다. 대량 생산, 대량 소비의 시대가 가고, 새로운 트렌드 속에서 이들의 노력에 공감하고 지지하는 착한 소비자가 많아진 결과다.
혹시 우리 기업에도 놀고 있는 자원은 없는가? ‘협력적 소비’에서 활용 아이디어를 얻어보면 어떨까? 새로운 트렌드와 기존 자원을 활용한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을 고민해보는 것도 좋을 것이다.
<정리 : 안보령 연구원>